오늘은 두 모임이 겹쳐있는 날이다.
국어교육연구회와 구인회가 그것이다.
연구회는 가 보면 많은 선후배 지인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고,
구인회는 오랜 세월 끈끈하게 나눠 온 정이 넘쳐서 좋다.
시간을 잘만 조절하면 일석이조로 즐길 수 있다.
오후 2시, 경주화랑교육원에서 열리는,
국어교육연구회 연수회 및 논문발표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오전 11시가 조금 넘어서 대구를 향해 출발
정오 무렵 망우당 공원에 도착,
한동안 안 보이던 김기사 오랜만에 상봉, 주변을 이야기하다가
어머니가 만들어 준 국수 한그릇 맛있게 먹고, 다시 경주로 출발
오후 2시 30분 경 화랑교육원 도착,
회장, 교육감, 화랑교육원장 순서대로 축사
많은 사람들과 인사 (청류회 회원은 전원 참가)
회장단과 교육감, 1정 연수 중인 선생님들 대상으로
모임에 열심히 참여해 달라는 뜻으로 개인별로 장미꽃 한 송이 전달,
장미를 한 아름 안고 회장 뒤를 따라가며 꽃을 전달하는
부회장 손형주 선생의 모습도 보기가 좋다. 귀엽다고 해도 되나?
이어서 올해 신규임용 받은 신출내기 국어교사들의 한 마디 경청,
대구대 유영희 교수, '국어과 평가의 실제'란 주제로 특강
다소 현실과 동떨어진 강의같아서 잘 들리지 않음. 視而不見, 聽而不聞
논문발표대회 울릉서중 성환호 선생, 포항장성고 최우혁 선생
질의 응답 시간은 없었음. (아무도 질문하지 아니함)
국궁장에서의 저녁 식사, 풍성한 가든 파티
악사들의 작은 음악회(섹소폰, 기타 등) 들으며 담소, 천천히 식사를 완료,
구인회 모임 참석을 위해 남전형을 모시고(뒷자리엔 경북과고 배경화 선생도 탐)
포항으로! 포항 도착하니 남전형은 집에 가서 차나 한잔 하고 가란다.
남전형은 월파가 만든 다완에 말차를 정성껏 만들어 내게 준다.
차를 한잔 하고 있는데, 토담한테서 연락이 온다. 왜 아직 안 오냐구.
올 때, 술 좀 더 사올 것이고, 잔돈을 좀 바꿔 오라고 한다.
소주 5병, 화랑 술 3병, 잔돈을 5만원 어치 바꿔서 칠포 문팰리스로!
도착하니 다들 한잔씩 해서 그런지 기분좋게 취해 있다.
류박사는 함께 어울리다가
개인 사정이 생겨서 가족들 데리고 먼저 울진으로 가고,
류박사, 박거사가 빠진 구인회의 조촐한 모임은 계속된다.
이목 형이 말하는 회령이 고향인 탈북 여인과
독립영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여 모두들 말똥말똥!
기회가 있어서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된 탈북여인과의 인연,
라오스를 거쳐서 우리나라에 오기까지의 험난한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도 한다
다시금 이목 형의 인간적인 매력에 푹 빠지는 순간이다.
무슨 저의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냐는
저급한 평가에 관계없이 이왕 개입한 일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져야한다는 도덕적 양심의 발로가
결국 한 여인을 살리게 된 것이다.
엄청난 일을 해낸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목형이 추구하는 독립영화가 잘 되기를 기원한다.
이럭저럭 밤은 자꾸 깊어가고,
회원들은 한두 명씩 말없이 잠자리를 찾아들고,
마지막 남은 이목형과 나, 술자리를 정리하고 펜션을 빠져 나와 바닷가를 거닌다.
점점 작아져 가는 하현달 하나, 밤하늘에 떠 있고,
철썩이는 파도소리 한밤의 정적을 깨뜨린다.
담배를 입에 물고 거니는 이목형의 모습을, 기분을
디카에 몇 장면 담아두려고 하긴 했어도
고요한 밤만큼이나 착 가라앉은 느낌이다.
한참을 그렇게 서성이다가 돌아와 숙소 앞 그네에 나란히 앉았다.
어둠속 바다를 응시하는 듯 하다가
"용흥동 그 포장마차에서 술마시고 노래하던 시절이 좋았지.
요즘은 그런 기분을 찾기 어려워. 옛날 같지 잖아.
오늘도 노래하려고 연습해 온 것도 있는데....."
"형, 그 노래 같이 불러 봐요."
노래 제목은 기억이 안 나지만 형이 부르는 노래를
나도 계속해서 따라 부를 수 있었다.
이목형은 서정성이 넘치는 노래를 곧잘 부른다.
술에 한잔 취해서 부르는 노래는 더욱 그렇다.
이목 형은 조용히 또 이야기하면서 내 손을 잡는다.
오늘따라 형님의 손길이 연인의 그것처럼 따스하다.
내 글에 담긴 삶의 기록이 중요하다는 것과
내 글 속에 묻어있는 허허로움을 이야기한다.
...................
여하튼, 형은 좀 아쉬운 밤이었던 것 같다.
새벽 3시 늦은 시간이긴 하지만 다들 잠자리에 들어버려
섭섭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자리에 눕자마자 깊은 잠에 빠졌는데
형은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만 같다.
며칠 뒤에 있을 영화 촬영을 생각하면서
로케를 어디서 해야할지 생각하면서
세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 밖을 나가 보니
해가 이미 솟았다. 조금만 일찍 일어났더라면
장엄한 일출 장면을 보았을 텐데 아쉽다.
바닷가에서 몇 년을 살 때의 일상적 일출이
지금은 내게 그리움이 되어 버렸다.
덕천강, 도산, 월여도 어느새 일어나
펜션을 배경으로 사진을 몇 장 찍고 있다.
니콘 카메라, 덕천강이 준비해온 카메라인데 꽤 좋다.
아침을 깨우니 다들 배가 출출할 것만 같다.
도산이 잽싸게 아침거리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밥은 전날 많이 해 놓았고 얼큰한 김치찌개만 하나 있으면 딱이다.
토담은 어느새 아침 사과는 보약이라면서
통째로 깎아서 하나씩 먹으라면서 차례로 건넨다.
또 라면을 멋있게 끓여주니 아침이 더욱 풍성하다.
역시 총무답다는 생각을 하면서 허기를 메웠다.
아침을 해결하고 설겆이까지 마쳐도
일찍 일어난 탓인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다.
서로 헤어지기엔 시간이 좀 이른 것 같고
누군가 제안한 카드놀이가 자연스레 시작된다.
엊저녁에 바꿔 둔 잔돈을 나눠주니 지갑이 가볍다.
그럭저럭 두어 시간 포커판이 열띠게 벌어졌는데,
결과적으로 나는 패가 잘 들어와서 돈을 몇 만원 땄다.
월여는 판판이 깨지는 봉이었다. 꽤 잃었을 것이다.
또 누가 잃었는지 모르나 딴 것은 챙기지 않고 다 내 놓았다.
노름꾼이 아닌 이상, 이런 모임에서의 포커는 놀이일 뿐.^^
회장인 진성은 지리산으로 향하고,
덕천강은 대구에서 또 다른 모임이 있다며 약속 장소로 가야했고,
시간이 좀 여유있는 도산, 토담, 월여, 이목형, 나는
포항온천에서 온천욕을 간단히 하고 찜질방에 갔다.
이목형은 뜨거운 곳은 싫다며 밖에 계속 있으면서 뭔가에 골똘한 것 같았고,
월여도 보이지 않다가 한참만에 나타난 것 같다.
도산, 토담, 나는 황토방, 술불방, **방 등을 누비면서 땀을 좀 흘렸다.
그리곤 널찍한 홀에 누워 모자란 잠을 채우기도 했다.
전날부터 편도선염 때문에 토담은 말을 잘 못하고 힘들어 한다.
'환여횟집'에서 단지회국수를 먹고 헤어지기로 했다.
그 식당은 방송매체에 소문이 나기 시작하더니
그곳을 찾는 손님들로 북적북적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중앙고 박성진 선생 부부도 이목형과 연락이 닿아서
그 음식점으로 와서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오늘 점심 식사후 이목형은 박선생님 가족과 함께
문경 대야산 휴양림으로 가서 또 1박을 하기로 되어 있단다.
여름방학 구인회 모임은 그렇게 끝났다.
또 언젠가 모임이 있으면 어디든 가서 또 만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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