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2(금) 10:00부터 경주 청소년 수련관에서 '청록파와 함께하는 전국시낭송대회'에
구미낭송가협회 회원 5명이 출전했다. 학교에서 연가를 내면서까지 출전한 대회였다.
경주로 출발하기 전, 아내가 다려주는 와이셔츠를 입고, 넥타이 대신에 펜던트를 목에 둘렀다.
아내는 오늘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다면서 은근히 기대를 거는 것 같다. 글쎄, 그저 최선을 다할 뿐.
협회회원들 4명을 태우고, 아침 일찍 구미를 출발해서 9시 경 여유있게 행사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행사가 열리는 장소는 경주 청소년 수련관 대강당이다.
행사장에 도착했을 때의 모습이다. 등록을 하고, 참가자들에게 주는 명찰을 받아 목에 걸었다.
회원들의 손에는 특별히 옷가방이 들려있다. 오늘 무대에 오를 때 입을 의상들이다.
팜플렛으로 회원들의 참가 순서를 확인해 보니, 신영이씨가 51번으로 제일 먼저다.
그 다음이 62번 나, 72번 임서은, 85번 조유진, 91번 편영미 등의 순서인 것이다.
모두 152명이 참가한다고 하는데, 예선을 거쳐 본선 진출자 30명을 뽑아서
최종 15명에게 상과 부상을 내리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원래는 자유시와 지정시 두 수를
동시에 다 낭송하는 것이었는데 참가자가 너무 많아서 예선에서는 자유시 하나만 낭송한단다.
심사위원장인 오세영 시인(서울대 명예교수)은 심사위원 6명을 대표해서
심사기준을 발표하고 최선을 다할 것을 주문했고, 10시부터 예선은 시작되었다.
초등학생 두 아이의 엄마인 신영이 씨가 단아하게 의상을 차려입고 무대에 올랐다.
정진규 님의 '삽'이란 시를 갖고 출전을 했다. 연습한 대로 낭송을 깔끔하게 잘했다.
주변의 참가자들의 반응도 좋았다. 어찌 저렇게 잘하느냐는 여인의 반응을 들었다.
60번까지 하고 나서 점심식사 시간을 갖는 바람에 62번인 나는 30분간의 짧은 점심시간을 보내고
청중들이 객석에 덜 찬 상태의 어수선한 상태에서 무대에 올랐다. 차분한 마음 상태에서
시를 낭송해야 하거늘 가슴 저 편에선 나도 모르게 가슴이 조금씩 두근거리는데 신경이 자꾸 쓰인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다가 '62번, 이권주입니다.' 이렇게 소개를 하고 시작을 했다.
'고등학교 다닐 때였지, 노가다 도목수 아버지 따라 서문시장 3지구 부근, 지금은....'
무대에 서기만 하면 결정적인 순간에 대사를 잘 까먹는 징크스가 있는 나로서는
바짝 긴장이 된 탓인지는 몰라도 다소 경직된 상태에서 시를 낭송했던 것 같다.
아무도 의식하지 않고 혼자 차분하게 연습할 때처럼 하려했던 것이
막상 무대에 서보니 그렇지 않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빌어먹을!
대회를 앞두고 예민해진 임서은 시인은 전날 잠 한숨을 못잤다는데
드디어 순서가 다 되어 맨앞으로 나와 무대에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는 장면이다.
혹시 실수라도 하면 다리가 풀릴지도 모른다며 걱정했던 임서은 시인,
별 실수없이 잘 해내었다. 끝나고 날 만나서는 다리 풀릴 뻔 했다며 주저앉았다.
유안진의 '자화상'이란 시를 갖고 출전한 맏언니 조유진 님, 역시 별 실수없이 잘 해 주었다.
라섹 수술을 하신 이후, 안경을 없애고 세상을 더 밝게 보고 있는 조유진 님은 낙천적이셨다.
못생긴 날 보고도 보기보다 젊어보인다면서 마음의 표현을 솔직하게 잘해주는 센스쟁이시다.
회원 중에서 마지막으로 편영미 사무국장님이 출전, 마종기의 '우화의 강'으로 멋지게 끝을 장식했다.
수련관 내에 '임신서기석'의 내용을 소개하고 있는 글씨가 있어서 잠시 관심을 가져 보았다.
제일 왼쪽에 앉은 분이 심사위원장인 오세영 시인이다.
구은주 회장께서 의성의 오전 수업을 마치고 경주까지 부리나케 달려와 응원을 해 주셨다.
우리 회원들이 낭송하는 것을 직접 보지는 못했으나 낭송대회의 후반부를 관심있게 들으셨다.
오후 4시가 되어서야 150여 명의 참가자들은 예선을 모두 끝낼 수 있었다.
심사위원장인 오세영 시인은 예선을 모두 마치고 총평을 하면서 강조한 것이 몇 있다.
우선, 작품을 관객들이 쉽게 이해될 수 있으면서도 작품성이 있는 시를 고르라는 것,
작품의 분위기에 맞게 낭송을 해야 하고 웅변조, 신파조의 낭송을 경계하라는 것 등이다.
최종 점수 집계가 끝나고, 사회를 맡은 진행자분께서 입상자 30명을 발표했다.
행여 우리 회원 중에 누군가 본선 진출을 하게 된다면 참 좋겠다 싶었는데 아무도 없었다.
죽 지켜봤지만 입상 예상자가 떨어지고 내 판단 기준으로는 좀 부족하다 싶은 사람이
본선 명단에 오르는 것을 확인한 셈인데, 순간적으로 가치관의 혼돈이 생기고 말았다.
아직은 낭송공부를 좀더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할 일이긴 하나 심사위원들의 기준이
들쭉날쭉인 것 같고, 특정 지역의 심사위원들의 편파 판정 시비가 나올 법한 것 같아서이다.
구은주 회장님도 워낙 아쉬움이 커서 무슨 말로 위로를 해 주실지 모르는 듯 했다.
낭송대회를 앞두고 회원들 개개인의 낭송연습을 도맡아 도와주셨던 회장님이셨는데......
본선에 오른 분들의 낭송을 더 듣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우리 회원들의 정서가
여의치 못해서 슬그머니 행사장을 모두 빠져나와야 했다. 아쉬움의 연속이다.
회원들 대부분이 저녁 식사를 경주 부근에서 먹고 가는 게 좋지 않냐고 해서
경주에 들르면 으레 찼던 '도솔마을'식당으로 안내를 했는데, 만족해 하는 듯해서 좋다.
'도솔마을'이란 식당은 경주 시민이 다 아는 식당이다. 휴일의 식사 때가 되면
적어도 2,30분은 기다려야 자리가 날 정도로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우리 팀은 조금 이른 시간에 왔기에 별로 기다리지 않고 방을 하나 차지할 수 있었다.
회장님이 따뤄주는 막걸리를 한 잔씩 마시면서 서로를 위로했다.
식사를 마치고 운치있는 담장을 돌아서 '도솔마을' 식당을 빠져나오는 장면이다.
구미에 돌아와 그냥 헤어지기 섭섭하여 송정동의 단골집 '골목집'에 들러 한잔 더 했다.
부추전, 김치찌개 등을 안주로 삼아 소주와 맥주로 헛헛한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
내가 한 잔 사기로 하고 간 것이었는데 조유진 님께서 먼저 자리를 뜨면서
술값 계산을 하고 나가셨다. 우리들을 또 배려해 주신 것인데 미안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유진님이 먼저 귀가하시고 남은 4명이 청포전 안주에 소주 몇 잔을 더 마시면서
덜 풀린 혀를 조금 더 풀어놓고 이야기를 하다가 밤이 이슥해서야 헤어졌다.
'4.29일 개최되는 김영랑의 고향, 전남 강진에서 열리는 전국시낭송대회에 출전을 할까?'
'아니야, 시 낭송 자체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지, 대회 참여에 욕심을 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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