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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전국 영랑 시낭송대회에 다녀와서

구미낭송가협회 관련

by 우람별(논강) 2013. 4. 2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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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사에서 다산초당으로 넘어가는 오솔길을 걷던 감동이 아직 가슴에 가득한데

강진아트홀에서 개최되는 전국시낭송대회에 출전을 해야 하는 나는 서둘러 아침식사를 하고

오전 10시 남짓 되어 행사장으로 갔다. 행사 관계자들이 기념식을 진행하고 있었다.

 

 

김승식 영랑기념사업회장의 인사와 시낭송대회 심사위원장의 심사기준이 발표되었다.

 

 

 

 

 

  

대회가 열리고 있는 강진아트홀의 내부. 최근의 시설이라 그런지 깔끔하다.

1층 전시실에서는 사진전과 김하기 작가의 조각전이 열리고 있었다.

 

 

초등부, 중고등부 시낭송대회 결선이 오전에 모두 끝이 나고

드디어 일반부 결선이 시작되었다. 오후 1시부터다. 나는 15명 가운데 10번째로 발표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자유시로는 유난히 이기철 시인의 시, 지정시로는 '모란이 피기까지는'이 주로 낭송되었다.

영랑문학제와 겸해서 이루어지는 행사인 만큼 시문학파인 김영랑의 시를 지정시로 한 편 골라

낭송하기로 한 것까지는 좋은데, 왜 다들 '모란이 피기까지는' 이란 시를 그렇게 많이 골랐을까?

참으로 좋은 시이긴 하지만 여러 사람이 그 시만을 골라 거의 비슷한 톤으로 낭송하고 있으니

점점 지루하다는 느낌을 숨길 수가 없었다. 내가 낭송하게 될 <북>이란 시는 그래도

독특한 느낌을 주는 시여서 오히려 낭송대회에서는 유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똑같은 것보다는 다 다른 것이 좋지 않은가? 천편일률적인 것보다는 독특한 그 무엇이 좋은 거다.

 

 

내 차례가 되어 <북>이란 시를 낭송하기 시작했는데, 어느 한 구절이 갑자기 생각나지 않았다.

'연창(演唱)을 살리는 반주쯤은 지나고' 부분이 자연스레 이어져야 하는데...... 이것 참 큰일이었다.

표를 낼 수도 없고 해서 자연스레 낭송한 부분을 다시 시작하면 이어지리라 판단하고

'장단을 친다는 말이 모자라오'를 반복했다. 그렇게 해서 기억해 내는 데 성공했고

끝까지 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은 나의 실수를 알았을 것이다. 관객들은?

 

<서문시장 돼지고기 선술집>이란 시는 오랜 동안 낭송한 것인만큼 자연스레 끝을 낼 수 있었다.

다만 낭송과정에서 호흡이 빨라지는 경향이 있어서 그것을 조심해야겠다고 신경을 썼고

결국 비교적 만족할 만한 낭송이었다는 자평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시구가 생각나지 않는 그 징크스는 여전히 깨지지 않아서 가슴 한구석이 내내 허전했다.

그 실수로 인해서 아무런 성과없이 되돌아가야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더욱 그랬다.

 

 

 

 

심사결과가 집계되는 동안, 작년도 전국영상시낭송대회 대상자인 조정숙씨가 나와서

잔잔한 음악을 배경으로 시를 낭송했다. 시와 음악, 낭송가의 자태까지 조화를 이뤘다.

 

서울에 사는 국혜숙이란 이름의 시낭송가께서 본선대회 심사를 맡아

종합적인 평가를 해 주셨다. 지방에서 하는 전국시낭송대회라서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관심을 가지고 들어봤다고 하는데, 특히 일반부의 낭송 수준은 보통 이상이라서

몹시 놀랐다고 한다. 과연 그랬을까? 혹시 듣기 좋으라고 추켜세우는 것은 아닌가 모르겠다. 

이어서 그녀는 시낭송의 원칙을 언급하면서 이해하기 쉽도록 예를 들어가며

조목조목 지적을 많이 했는데 참석자 모두가 새겨 들을만 했다.

 

 

 

 

 

드디어 일반부 입상자 발표 순서다. 장려상 3명 수상, 상금 20만원

 

우수상 2명 수상, 상금 30만원, 최우수상 1명, 상금 50만원

 

나는 강진군수가 주는 우수상을 탔다. 종합 점수 3등이란다.

2등까지 낭송가인증서가 수여되는데, 나는 낭송가 인정을 받지는 못했다.

다음 기회를 노려 보라는 누군가의 뜻이라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대상 1명, 상금 100 만원, 광주에 사는 여인이 예상대로 수상을 했는데 많은 칭찬을 받았다.

 

 

 

아내가 끝까지 옆에 있으면서 많이 도와 주었다. 참으로 고마웠다.

전국시낭송대회 우수상 수상을 도와 준 일등공신이다. 필요 이상으로 나한테

주문하는 것이 많아서 귀찮기도 했지만 그나마 그 덕에 다행히 입상을 했다.

아울러, 구미시낭송가협회 구은주 회장님 이하 많은 회원들께서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고

그 적극적인 응원에 힘입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것 같고 한편으로는 미안타.

다음에는 다른 여러 회원들도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권을 들고 '남도답사 일번지'로 표현되는

전라도의 강진 땅을 처음 찾았을 때의 그 감격이 아직도 남아 있었기에

강진까지의 320키로미터의 거리가 그렇게 멀리 느껴지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시낭송대회 행사가 열리는 아침에 잠시 둘러본 백련사와 다산초당,

두 명소를 연결하는 만덕산 오솔길에서 느낄 수 있었던 그 호젓함 또한

꽤 오랫동안 나의 가슴에 남아있을 것 같고, 이 글을 읽는 모든이에게

미답의 그 길이라면 기회를 잡아 꼭 걸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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