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조지훈의 시, '산중문답'

작가들의 세계

by 우람별(논강) 2013. 3. 25. 06:38

본문

오늘 아침 조지훈 시집을 들척거리면서

4.12일 전국시낭송대회 지정시로 낭송하면 좋을 시 하나를 발견했다.

제목은 '산중문답'이다. 이백의 시를 연상시키는 시이다.

그 전문을 아래에 적어 본다.

 

---------------------------------------------

 

산중문답

                                       조지훈

 

새벽닭 울 때 들에 나가 일하고

달 비친 개울에 호미 씻고 돌아오는

그 맛을 자네 아는가

 

마당 가 멍석자리 삽살개도 같이 앉아

저녁을 먹네

아무데나 누워서 드렁드렁 코를 골다가

심심하면 퉁소나 한 가락 부는

그런 멋을 자네가 아는가

 

구름 속에 들어가 아내랑 밭을 매면

늙은 아내도 이뻐 뵈네

비온 뒤 앞개울 고기

아이들 데리고 낚는 맛을

자네 太古적 살림이라고 웃을라는가

 

큰일 한다고 고장 버리고 떠나간 사람

잘 되어 오는 놈 하나 없데

소원이 뭐가 있는고

해마다 해마다 시절이나 틀림없으라고

비는 것 뿐이제

 

마음 편케 살 수 있도록

그 사람들 나라일이나 잘하라고 하게

내사 다른 소원 아무것도 없네

자네 이 마음을 아는가

 

노인은 눈을 감고 환하게 웃으며

막걸리 한 잔을 따뤄 주신다.

 

예, 이 맛은 알 만합니다

청산 백운아

할 말이 없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