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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낭송시는?

작가들의 세계

by 우람별(논강) 2011. 8. 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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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시가 낭송하기에 좋을까?

낭송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시인의 시가 좋겠지?

그럼 당신은 어느 시인을 가장 좋아하지?

도종환, 배창환, 정호승, 안도현......

 

서재에서 <겨울 가야산>(2006)이란 시집을 꺼냈다.

<잠든 그대> 이후, 배창환 형의 다섯 번째 시집이다.

창환 형이 2007.1월에 내게 준 실천문학의 시집이다.

'이권주 선생님께' 이렇게 시집의 첫장에 친필도 보인다.

 

창환 형은 며칠 전 5일간의 백두산 여행에서 돌아왔다.

백두산 연작시 몇 편이 머지않아 쓰여질 것이라 확신한다.

함께 갔던 김재환 시인도 두 편을 써서 탈고했단다.

 

시집의 첫 페이지에 있는 '겨울 가야산'은 너무 짧아서(10행)

낭송하기엔 적절하지 않고, 22쪽의 '얼굴'이란 시는 어떨까?

황토집을 리모델링 하면서, 집의 얼굴이 보고 싶어 그라인더를 대니

'햇살과 그늘 놀다 간 자리, 둥근 나이테로 살아오는데'

그 황토집의 얼굴을 보면서 시인 자신은 어떤 무늬로 살았을까

자성하면서 덧붙이는 시의 마지막 부분이 압권이다.

 

'나무의 얼굴에 가만히 내 얼굴을 댄다 오늘 나는

어떤 무늬로 살았을까, 먼 후일 나는 누구에게

어떤 무늬로 발견될까, 생각하면서

그 얼굴에 내 얼굴 갖다 대면

내 생의 무늬도 한결 따스하고 환해질 것 같아서'

 

40쪽의 '좋은 사람들'이란 시는 또 어떨까?

시인 주변에서 늘 희망이 되었던 사람들에 대한 예찬이다.

96쪽 '숨구멍에 대하여'란 시도 얼마나 좋던가

마지막 3연에서 노래하는,

꽃나무 가지마다 열어둔 숨구멍은

지친 숨결 한가득 모아둔 희망의 배출구다.

'세상 밖으로 창문 하나씩 내걸어 둔'

'우리 모두의 숨구멍'이라고 시인은 노래한다.

106쪽 '아버지의 추억'이란 시를 읽으면서는

참았던 눈물이 흘러내리고 내 얼굴도 흠뻑 젖었다.

 

'아부지.....

이렇게 중얼거리면 더욱 그리워지는

아버지 때문에, 시장통 술집에 앉아

그 옛날 아버지와 가본 가천 장날 그 돼지국밥에

막걸리 한 병 따라놓으면

목이 뜨거워 술이 술술 잘 안 넘어간다//

아버진 이런 날도 산중에 계신다

흙이 되신 지 벌써 오래다'

 

창환 형의 따스한 마음을 새삼 느끼면서

기회가 되면 형의 시들을 조용히 낭송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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