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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외삼촌댁에 가던 날

오늘 나는

by 우람별(논강) 2013. 3. 4.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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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덕계동 외삼촌댁에는 멋진 자전거가 하나 있다고 하고,

그것을 조카한테 주고 싶으니 언제든지 내려오라고 하셨다면서 동생한테서 전화가 왔다.

토요일 병원 근무 마치면서 어머니 모시고 외삼촌댁에 같이 가면 어떻겠냐고.

아내한테 얘기를 했더니 다녀오라면서 내부결재(?)를 해 준다.

대구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거기서 출발하는 것으로 뜻을 모았다.

 

50대의 두 아들이 만두국을 좋아하는 것을 잘 아는지라

부모님께서는 먹을 만큼 만두를 정성스레 이미 빚어 놓으셨다.

그것을 끓여 맛있게 먹으니 배가 금방 불룩해졌다. 포만감 최고다.

저녁 7시에 대구를 출발, 동생을 옆에 태우고 어머니는 뒷자리에 앉으시도록 했다.

어머니는 두 아들과 함께 동생집으로 놀러 간다 싶으니 그저 즐거우신가 보다.

 

최근에는 오로지 부처님 말씀에만 귀를 기울이고 사시는 어머니,

불심이 깊은 것은 좋으나 기복신앙 쪽으로 흐르는 것 같아 걱정이다.

어느 법사의 이야기를 자주 하고 그 법사가 말하기를,

조상들 때문에 후손들의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조상의 업을 닦아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업을 닦는 방법으로

어디엔가 조상들 이름을 올리고, 천도제를 지내고.....

 

우리 자식들을 위해서 불사에 참여하시는 그 마음 어찌 모르랴만 자식들로서는 안타깝다.

자식들이 주는 용돈은 당신을 위해서 쓰라고 주는 생활비인데 그걸 모아두었다가 절에 가져다 준다.

부처님께 바치는 것이라는 명목이지만, 스님 한 개인한테 가져다 준다는 느낌이 있어서 언짢다.

그 스님은 조상들의 영혼과 업을 팔아서 순진한 할머니의 쌈짓돈을 뺏아가는 것 같다.

 

어머니가 불교를 접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취하는 것까지는 좋다.

더 이상 돈을 갖다 주는 방식으로는 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충고 아닌 충고를 했다.

알았다면서 말꼬리를 흐리는 어머니에게서 또 다른 집착을 읽어내고 말았다.

동생과 만나면 '우리 어머니, 큰일'이라면서 걱정을 하고 있는 이유도 그것이다.

또한 우리 어머니는 아들들의 이야기에 끼어들어 곧잘 이야기를 꺼내시는데

거의가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다. 항상 3,40년 전의 이야기들 들춰내시곤 한다.

수십, 수백 번은 들었던 이야기이건만 오늘도 처음 하는 이야기처럼 하신다.

최근에 겪은 이야기는 쉽게 잊혀지는지 별로 이야기를 잘 안 하시고.

 

1시간 30분만에 외삼촌댁에 도착했다.

외숙모는 일터에서 아직 안 들어오셨고 외삼촌께서 우릴 맞는다.

동생은 귤을 한 박스 사고, 소주도 한 박스를 샀다. 튀김통닭도 두 마리 추가

이 정도면 오늘 우리가 마실 수 있는 술은 충분히 확보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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