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일어나 제주시 연동에 있는 한라수목원을 둘러보기로 했다.
산책코스로 아주 좋다는 평가이고, 1시간 정도이면 충분하고 가볍게 운동을 하거나
바람을 쐬러 가기에 적당하겠다 싶어서 차를 몰고 신새벽 댓바람에 달려온 것이다.
어둠을 뚫고 광이오름 정상에 올랐으나 아직 날은 새지 않았다. 너무 일찍 도착했나?
한라수목원은 두 개의 오름(광이오름, 남조순오름)을 끼고 광활하게 조성되었다.
오름에 접근하기 용이하도록 위와 같은 시설이 곳곳에 많이 설치되어 있다.
한라수목원은 제주도 자생식물의 보존을 위해 1993년에 조성한 자연학습장이다.
이곳에는 5만여 그루의 나무와 식물이 자라고 있다. 교목원, 관목원, 희귀특산 수종원,
만목원, 화목원, 도외수종원, 죽림원, 초본원, 수생식물원 등 전문 수종원을 비롯해
생태학습관, 온실, 시청각실 등의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입장료와 주차료는 없다.
산책을 마치고 숙소인 '실크로드' 펜션 501호에서 내려다본 풍광이다.
제주 공항이 가까이 있어서 다소 시끄럽긴 해도 접근성이 좋고 운치가 넘친다.
오늘의 여행 주제는 구좌읍 일대의 유명오름 세 개를 만나보는 것이다.
다랑쉬오름, 아끈다랑쉬오름, 용눈이오름 이렇게 세 개의 오름에 오르면서
작년 이맘 때 말미오름과 알오름에 올랐던 그 감격을 되새겨 보는 것이다.
출발 직전, 다랑쉬오름의 입구에서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을 남겼다.
'오름의 여왕'인 다랑쉬오름에 오르면서 자연스레 눈아래로 보게 되는 '아끈(작은)다랑쉬오름'이다.
다랑쉬오름 바로 곁에 있고, 아주 작고 귀여운 동생격의 오름이라서 그렇게 불려진다.
저 멀리 바닷가에 성산 일출봉이 솟아 있고, 우도란 섬이 길게 누워 있음도 확인할 수 있다.
일단 분화구(굼부리)가 보이는 곳까지 오른 다음, 물 한잔 하고 책상다리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분화구가 보인다. 여기까지 오는 데 20분 정도면 가능한데, 제법 가파라서 숨을 헐떡이며 올라야 한다.
저 아래로 보이는 것이 분화구인데 유홍준 교수는 맨아래(깊이 115미터)까지 지인들과 함께 내려가서
큰대(大)자로 드러누워 보고는 눈에 보이는 공간 전체의 넓이를 1500만 평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분화구를 한 바퀴 돌기 위해 다시 오르막을 잠시 올라야 하는데 아내는 힘이 드나 보다.
뭐라고 투정을 부리는데 잘 들리지 않는다. 휘청거리면서 오르는 모습이 그래도 씩씩하다.
다랑쉬오름의 최고봉인 월랑봉에 오른 기념으로 부부가 함께 나란히 섰다.
다랑쉬오름을 한 바퀴 돌고 나니 배가 출출하다. 저기 보이는 포장마차에 가서 요기함이 어떨까?
김밥 두 개, 오뎅 하나씩 먹고 나니 기분이 좋아진다. 포창마차는 부산에서 온 40대 초반의 두 친구가
공동투자를 해서 시작한 사업인 듯한데, 친절하고 잘 생긴 젊은이라 그런지 금방 호감이 간다.
두 동업자는 1년 반 전에 부산 살다가 친구들과 제주도에 정착해서 살게 되었다고 하는데,
우리들에게도 제주도 정착을 은근히 권했다. 다섯 가구만 모여서 살면 마을로 인정을 받는다면서.
처음부터 땅을 사고 집을 지으려고 하지 말고, 이곳 구좌읍 주변, 중산간지대에서 1년 정도
세들어 살아본 뒤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면서 자신들은 제주도 정착에 대만족이라 한다.
'나중에 몇 달 정도 살면서 모든 곳을 다 찾아다녀 보기로 한다?' 상상만으로도 그저 즐겁다.
포장마차 주인이 우리 둘의 사진을 찍어준다. 휴대폰 번호도 알려주었다. 혹시 생각해 보고
제주도에 정착할 생각이 있으면 연락하라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아무리 보아도 그는 잘 생겼다.
아끈다랑쉬오름은 금방 뛰어오를 수 있을 정도로 낮다. 그러나 막상 위에 올라보니
다랑쉬오름에서 본 느낌과 다르다. 이곳에 올라서야 비로소 다랑쉬오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왼쪽에 서 있는 못생긴 소나무 하나가 오름 위에서 관찰할 수 있는 유일한 나무였다.
얕은 분화구 주변으로 억새풀만 무성할 뿐, 모든 게 탁 트여서 좋다.
다만, 분화구의 동쪽방향으로 무덤하나가 자그만 비석하나 품고 있다.
마소로부터 훼손당하지 않도록 돌을 사각형(마름모)으로 쌓아서 산담을 만들었다.
산담은 제주도의 어디를 가나 볼 수 있어서 이젠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다랑쉬오름은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서도 유명한가 보다. 오른쪽 높은 곳에서 날아오르더니
한참을 비행한 끝에 오름 사이에 위치한 풀밭에 사뿐히 내려앉고 있었다. 참 평화로워 보였다.
자세히 보니, 다랑쉬오름에서 내려오다가 만난 커다란 짐을 진, 몇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나처럼 얼굴에 흰 수염이 가득하여 나이가 제법 들어보이던 바로 그분이었다. 머리도 벗겨졌다.^^
나이에 걸맞게 온갖 경험을 다 해보았을 것이다. 하늘을 날아오르는 행복감은 어떤 것일까?
이제 마지막으로 올라야 할 '용눈이오름'의 완만한 능선 호기심을 자극한다. 저 너머엔?
세 번째로 도전하는 용눈이오름 오르기, 아내의 발걸음 속도는 힘이 들어 느리지만 꾸준히 움직이고 있다.
분화구의 모양이 여러 개 겹쳐져 특이한 형태를 지녔다. 용의 눈을 닮았다? 그래서 용눈이?
말과 소가 방목되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는 배설물, 냄새조차 없어서 겨울엔 땔감으로서도 최고다.
용눈이오름 정상에서 보면 온갖 오름들이 한눈에 확 들어와서 좋다.
풍력발전기가 곳곳에 많이 서 있는 것으로 보아 바람이 많은 제주도임이 실감난다.
용눈이오름, 아내는 오늘 본 세 개의 오름 중에서 가장 으뜸이라고 평가를 한다.
왜 진작 이곳을 데려오지 않았냐며 투정이다. 스마트폰으로 오름 주변의 경관을 찍어서
지인들에게 전송하기에 바쁘다. 여기저기서 곧바로 반응이 있고 전화도 오게 되니
경치 보랴, 소식 전하랴 바쁘다. 자랑질이 지나치면 상대방은 언짢은 법인데 알고는 있겠지?
사라봉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영주십경(瀛洲十景)'의 하나로 제주의 자랑거리로 여긴다.
그 모습 직접 보고 싶어 사라봉을 찾아 올랐으나 날씨가 흐려서 그 장관을 볼 수는 없었다.
그럴 줄 알았으면 선흘곶자왈이나 비자림을 보고 올 걸하는 아쉬움이 커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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