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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산타모와의 마지막 이별 여행

세상과 함께

by 우람별(논강) 2009. 8. 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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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저녁에 써 놓았던 글,

오늘 아침 이곳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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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1월 29일생, 산타모 7725(8793)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나를 태우고 33만 킬로의 거리를 달렸다.

지구를 무려 일곱 바퀴를 넘게 돈 셈인데,

참, 그간 숱한 사연과 함께 운명을 같이해 왔었다.

40대 초반에서 50대 초반의 나이가 되기까지

내 삶을 말없이 지켜본 나의 애마 산타모,

그 녀석과 얼마 후면 이별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오늘은 아내를 태우고

그 녀석과의 마지막 이별여행을 다녀왔다.

마음 적적할 때면 녀석과 함께 늘 돌아다녔던 곳으로.

해평, 소보, 산동, 장천을 지나 천평 삼거리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계속 달려 가산, 팔공산, 동촌, 방촌 등지로 한참을 쏘다녔다. 

헤어지기 섭섭한 주인의 마음을 아는지,

오늘도 상당한 주행거리를 기록하지 않은 서비스 거리가 많다.

(요즘 간혹 계기판이 고장을 일으키고 있는데,

알아보니 치료가 불가하다고 한다.)

그래도 그간 속 한번 썩이지 않고

깍듯하게 조용조용 주인을 잘 모셨는데,

언제부턴가 LPG 가스가 밀페된 차안으로 조금씩 스며들어

놈을 몰고 다닐 때는 독특한 냄새를 풍기곤 했다.

기술자의 손을 거치면 쉽게 치유될 테지만 무심한 주인은

아직 그 원인조차 밝혀내지도 못하고 있다.

 

아내도 산타모의 그런 증세를 알고부터는

이제 그 수명을 다한 것이 아니냐면서 차를 바꾸라고 한다.

차를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다며

기어코 한 대 사 주겠다고 한다.(아니, 이게 웬 떡?)

차를 바꾸자는 얘기는 뉴스에서 들은 대로

노후 차량에 대한 각종 혜택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최고 400만원까지 싸게 살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던 거다.

어떤 차를 살 것인지도 좀 생각을 해 봤는데,

역시 '산타모'의 사촌 격인 신형 '산타페'가 마음에 들었다.

 

어제 오후,

말이 나온 김에 아내와 함께 자동차 대리점에 들렀다.

친절한 자동차 딜러의 차에 대한 자세한 안내를 듣고,

이것저것 따져보다가 결국 덜렁 계약을 하고 말았다.

자동차의 색깔은 아내의 제안을 받아들여 바닐라 화이트로 하고,

'2.0 VGT CLX 스타일팩'으로 결정을 해 버렸다. (선루프 포함)

정들었던 산타모 8793은 중고차 시장에 팔면

어느 정도의 금액을 받을 수 있겠냐 했더니 전화를 해서 알아보더니만

(자동차 수명과 지금껏 주행한 거리-33만킬로-를 알려 주었음)

중고차 시장에서는 매입이 좀 곤란하다고 한다. 

차라리 폐차를 시켜버리고 폐차에 따른 비용

50만 원 정도의 돈을 챙기는 게 더 낫다고 한다.

내가 봐서는 아직 10년은 더 타도 괜찮을 정도의 좋은 차인데

그렇게 형편없이 평가절하된 것만 같아 속이 많이 상한다.

올 초에 본 바 있는 '워낭 소리'란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노인이 정든 소를 팔려고 값을 물으니, 죽을 때가 다 되어서

단돈 몇 만 원밖에 주지 못하겠다고 했을 때의

노인의 속상한 심정이라고나 할까?

 

내일 모레면 새 차가 내 곁으로 다가와

새로운 인연이 또 시작되게 되어 있거만, 저 정든 산타모의 운명은?

신경이 자꾸 쓰인다. 폐차시키자니 정말 아까운 차다.

그런데, 오늘 산타모와의 이별 여행 중의 통화에서

서울 이원장이 내 차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금 쓰고 있는 '소나타' 차는 제수씨가 집에서 사용하고,

동생의 병원 출퇴근용 차가 필요하다는 거다. 오우케이!!

잘 됐다. 형이 타던 차를 동생이 이어서 탄다? 좋은 일!!

페차장에서 받을 50만원을 동생에게 받으면 되는 거다.

동생은 공짜로 형한테 차를 받고 싶은 마음이 강하겠지만

가난한 형을 좀 생각해서 동생이 50만 원 정도는 보태야 한다.

돈 잘 버는 동생이 형이 차를 사는데, 좀 보탠다 생각을 하고

그 정도는 가비얍게 내어주는 아량(?)을 베풀어야야 한다.^^

형이 10년간이나 타고 다닌 그 소중한 차를

50만 원짜리 골동품을 사는 기분으로 사면 된다.

아무리 시원찮은 중고차라도 중고차 시장에서 사려면

50만 원 가지고는 도저히 살 수 없을 터!

또 이원장에게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해 주려면

그 차를 타고 다니면서 걸렸던 범칙금 190만원을

내가 당장 해결해야 하는 만큼 공짜로 넘길 수 없음을 아시라.^^

 

오늘 막내 동생 금주는 경남 고성에서 열리는

공룡엑스포에 간다고 했다. 마지막 날이라 한다.

개구쟁이 두 아들이 마냥 행복해 했을 가족 여행,

소중한 추억거리가 되었을 것 같다. 지금은 귀가했겠지?

 

아버지 어머니는 오늘이 외할머니 제삿날(음력 5월 15일)이라며,

오후 7시 30분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 가셨다.

아버지는 특별히 18년만에 장모님(외할머니) 제사에 참여하기 위해

밤새도록 장모님 생각하면서 제문을 작성하셨고, 또 그 제문을

외할머니께서 딸(어머니), '을'자 '순'자 어른을 시집 보낼 때

직접 정성들여 짜주셨던 명주 속옷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붓으로 정성껏 글씨를 쓰셨는데 장모에 대한 절절한 마음과

가족에 대한 사랑이 흘러넘쳐 눈물이 났다.

 

오후 다섯 시 경,

구미에 돌아와서 제일모직 아울렛에 잠시 들러

내가 입을 남방 2개를 헐값에 사고,

마누라에게 빈폴 티(45,000원)도 하나 사 줬음.

기분이 매우 좋아져서 나도 모르게 콧노래로 흥얼거리니

아내는 몹시 기분이 좋은가 봐요 하면서 웃는다.

좋은 물건을 싸게 샀을 때의 즐거움이라고나 할까?

또 아내가 남편을 위해서 승용차까지 사 주는데

세상에 기분 좋아하지 않을 남자 있겠수? ^^

출처 : 마음 샘터
글쓴이 : 논강 원글보기
메모 : 200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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