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어찌 살고 있는지,
다들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왜 이리 조용하기만 할까?
막내 동생 금주는 글을 많이 올리던
큰오빠가 최근 글을 안 올리니
'오빠, 무슨 일 있어요?'하면서 문자메시지까지 왔던데
다른 동생들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믿고 있는 듯,
그저 잠수해서 침묵을 지키고 있군 그려.
그저께, 그러니까 지난 금요일엔
마누라와 함께 복숭아를 좀 사가지고
대구 방촌집에 잠시 들러서
어른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좀 하다가
외삼촌이 며칠 전 사오신 수박을 잘라 실컷 먹었다.
(외삼촌, 감사합니다. 언제 또 왔다 가셨수?)
센스있는 마누라는 다음주 화요일 14일이 초복날이긴 한데,
그날 우리 부부가 못 내려오니 삼계탕이나 사 잡수시라고 하며
신사임당이 새겨진 50,000원짜리 새 지폐를 아버지께 드리니
아버지는 처음 보는 것이라며 그저 싱글벙글,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모른다.
아버지는 뒤늦게 돈맛을 알게 되었는지
돈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보이신다고 한다.(어머니 말씀!)
"그나저나 우리 노인네가 돈을 벌고는 있어도
이거 다 쓰고 죽지도 못할 텐데." 하시길래.
"맞아요, 그러니 틈나는 대로 어머니와 함께 즐길 건 즐기면서
해여여행이든 국내여행이든 자꾸 다니시도록 하세요."
"올가을엔 니네 이모, 이모부들하고 경주에서 한 번 모일 예정인데,
그날 내가 한턱 크게 쏠 예정이다. 눈이 둥그래질 정도로."
"그때, 저 장남이 운전사 겸 가이드 역할까지 실비로 다 해 모실테니
그날의 수고비 정도는 지불해야 하시는 것 아시죠?.^^"
"알았다. 이놈아."
어제(7/11)는 천안에 사는 박만교 부부,
대전에 사는 박춘호 부부, 대구의 신사 박병만 군,
세 친구들이 구미의 금오산 등산이나 하자면서 모였다.
아침부터 서두른 덕에 오전 10시 30분에 약속장소에 다 모였다.
금오산 정상(해발976미터)까지 오르기에는 여인네들이 부담스러울 것이고,
가까운 계곡에나 가서 노는 게 어떠냐는 것이 중론이었다.
그래서 내가 안내하게 된 곳이 법성사를 끼고 오르는 계곡이다.
최근 비가 좀 와서 계곡의 물소리가 제법 크게 들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워낙 가물어서 물 한 방울 흐르지 않았는데,
이제는 계곡의 모습을 완연히 갖춰서 제맛이 난다.
절 옆에 주차를 하고 30분 정도 오를 때까지는
계곡물 소리가 귀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다들 너무 좋다면서 즐거워 한다.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잠시 더 오르다 어느 한 지점에 자리를 잡았다.
물도 시원하게 고여 있고, 수영을 해도 될 만한 장소다.
돗자리를 깔고, 널찍한 바위 위에 앉아
준비해 온 막걸리를 한 잔씩 주고 받는다.
'불로 막걸리', 대구의 유명한 그 '불로 막걸리'를
금오산 입구의 편의점에서 박병만 군이 사온 것인데,
지금으로선 이보다 더좋은 음식은 없을 것만 같다.
우리는 그저 그 술이 떨어질 때까지 대화하면서 즐기면 된다.
시원한 막걸리 몇 잔을 들이키니 흥취가 돋기 시작한다.
흐르는 계곡물 소리가 한층 운치있고 감미롭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이런 장소가 어디 있겠는가 싶다.
어느새 우리들은 자연의 주인이 되고 신선이 된다.
주객일체(主客一體), 물아일체(物我一體), 물심일여(物心一如)란
이런 것을 두고 일컫는 이름이리라.
지아비를 따라 나선 두 여인네의 모습이 한층 아름다워 보이니
이제ㅡㄴ 다들 내려갈 때가 되었나 보다 싶다.
자연은 이렇게 우리를 늘 유혹하고 있음을 느껴 본다.
자연은 그렇게 늘 우리를 적당한 크기로 품어주는가 보다.
오케스트라의 감동 못지 않은 한여름의 조화롭고 풍성한 오후!
내려오다가 계곡 입구에 닭백숙(또는 닭도리탕)을 전문적으로 하는 집이 있어서
점심도 먹을 겸, 닭도리탕 1마리를 주문하고 파전 안주에다
조껍데기 술(막걸리)을 주문,또 계속 마시기 시작했다.
이미 계곡에서 즐기던 풍류가 온전히 남아 있어서
장소는 바뀌었어도 음주 욕구를 주체할 수는 없다.
박춘호 군은 평소 술은 안 하는 친구인데, 오늘은 좀 과하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가난한 20대 시절의 이야기를 많이 한다.
별의별 이야기가 다 나오는데, 여인네들은 어찌 들을까 싶다.
우리로서는 과거에 살아온 이야기들이 언제 들어도 재미있다.
오랜 세월 우리는 만나서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눴고,
30년지기이기에 우리는 살아있는 한 이렇게 만날 수 있는 것이고,
추석, 설 명절 전날이면 으레 만나던 우리들의 인연이기에,
오랜만에 봐도 엊그제 본 것 같은 친근감이 늘 있는 것이다.
각자의 하는 일은 달라도 언제든 만나서
마음 한 줌 나눌 수 있는 참으로 따스한 친구들이다.
숲속에서의 나들이는 오후 늦게야 끝이 났다.
그 다음은 어디로 가야 하나?
모처럼 이렇게 모였으니 내가 사는 집으로 모시는 것은 당연,
또 오늘 상황을 알고 아내가 정성껏 준비한 저녁을 어찌 대접하지 않으랴.
친구들은 우리집에서 커피나 한잔 하고 간다고 했지만 어디 그런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춘호는 오바이트까지 하고 만다.
기분이 좋아 마신 막걸리가 과음이 되었던 모양이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자리에 눕기를 원해서 서재방에 눕혔다.
그의 부인인 오여사는 남편의 맘가진(?) 모습이 되는 모양인지
얘기 중에도 수시로 남편의 누운 모습을 자꾸만 쳐다본다.
아내가 준비한 저녁 식사는 훌륭했다.
우럭매운탕이 압권이라면서 다들 만족해 한다.
적당히 배를 채우고 또 다시 마시게 되는 술 자리,
편의점에 다시 들러 사온 불로막걸리 6병이 한두 병씩 없어진다.
박병만 군은 귀가길이 걱정이 되었는지 더이상 술을 안 마신단다.
바둑을 전공하고 있는 소훈이와의 바둑 한판에 관심을 두더니
어느 틈에 소훈이 방으로 들어가서 연속으로 세 판의 대국을 벌인다.
그 동안 거실에는 부인 세 명, 만교와 나 이렇게 다섯 명이 번갈아
이런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를 계속하게 되는데,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주도권은 박만교 군에게 넘어가서
그의 알콜 섞인 말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오늘은 주로 듣겠다고 하더니 결국 막바지엔 실패인 거다.^^
만수와 나는 만나 술 한잔 하다가 보면 대체로 의견의 차이로 인해
만났다하면 설전이 벌어지곤 하는데, 오늘은 서로가 자제를 많이 했다.
말을 안 하니 점점 눈꺼플이 무거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앞에 놓인 막걸리 잔도 비우지 못하고 몇 번을 그냥 휘젖기만 한다.
낮에는 벌컥벌컥 시원스레 마셨던 그 막걸리였는데,
이젠 그럴 기력이 없다. 이젠 술잔을 들었다 놨다만 반복!
아, 누워 자고 싶다. 친구들도 얼마나 피곤할까 싶다.
친구들에게 우리집에서 자고 내일 가자고 강력히 권해도
여인네도 친구들도 할 일이 많다면서 늦게라도 간단다.
결국 밤 11시 30분이 되어서야 한숨 잔 춘호도 일어났고,
대국을 벌이던 병만이도 출발 준비가 되었다며 집을 나선다.
온 세상엔 지금 한창 장맛비가 내리고 있다.
보내야 하는 밤길이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조심해서들 가시오. 졸지 말고.....'
'다음엔 천안에서 한번 보는 것으로 합시다.....'
우리 늘 건강하게 살자. 어려울 때 서로 보듬어주고,
간혹은 의지하면서 살자. 반가웠다. 친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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