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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가족 집들이 하던 날

세상과 함께

by 우람별(논강) 2009. 8. 6.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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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 23일 입주하고 나서

그저께 처음으로 집들이 행사를 가졌습니다.

명혜당으로서는 처음 집으로 초대하는 행사인지라

감사(?) 당하는 기분이 되어 바짝 긴장해서

행사를 치렀습니다. 고생 좀 한 것 같습니다.

무사히 끝나고 손님을 모두 보내고는 몸살 증세가 좀 있네요.***

저희 가족 카페에 기록삼아 올린 글을 여기에도 그대로 복사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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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2시, 고은 엄마가 지은이(초등1) 데리고

제일 먼저 집들이 손님으로 왔다.

아내와 함께 무쌈 요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오빠 하던 일을 어느새 맡아 시누올케 오순도순 일을 한다.

동생도 40대 중반의 나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얼굴의 잔주름이 화장기 밖으로 드러난다.

'그래 우리 모두 그렇게 늙어가는 거지. 뭐'

 

중국 음식을 시켜서 일단 점심을 해결하고

3시쯤 되니 한서방이 차를 몰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제주도 출장갔다가 부산으로 해서 막 오는 거란다.

집들이 선물로 비데를 하나 준비해 왔는데 매우 고맙다.

나라 경기가 매우 어려운 시점인데도

그런대로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라 하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지은이를 데리고 이마트에 쇼핑을 나섰다.

주문해 놓은 회를 가져와야 하고 술도 좀 더 사야했다.

판촉에 나선 짧은 치마의 아가씨들을 쳐다보는 나를 보더니

지은이는 '외삼촌, 변태!'라고 막 놀린다.

솔직한 조카한테 한 대 얻어맞고 말았다.^^

카트를 끌고 이곳저곳을 누비면서 필요한 것을 챙겼다.

지은이는 과자를 좋아하지만 특히 초콜렛을 좋아한다며

통에 담긴 것을 하나 챙겼고, 장식달린 음료수 두 병도 챙겼다.

만족스런 웃음을 흘리는데, 앞니 빠진 모습이 앙증맞다.

 

사 온 음식을 냉장고에 쟁여 넣고,

거실의 다탁을 사이에 두고 한서방과 차를 마셨다.

고은이 전학 문제로 잠시 얘기좀 나눴는데,

고은 엄마가 무심한 바람에 서울로 전학을 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

한서방이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다며 투덜댄다.

듣기가 민망해서 중간에 개입을 좀 할까 하다가 참았다.

'아빠는 아무런 책임이 없고, 우리 동생만 잘못했다?

고은이 의견만 중요한가, 그렇게 어려운 상황이라면

설득해서 아이가 생각을 바꾸도록 하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냥 듣고 있었다.

 

금주네 식구들도 곧 도착했다.

김서방은 크고 무거운 산세베리아 화분을 들고 왔다.

저렇게 무거운 것을 들고 오느라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고마웠다.

금주는 잠자리 날개같은 원피스를 입고 몸에 짝 달라붙은 스타킹을 신고

봄처녀처럼 나타나는데 희색이 만면해서 참 보기가 좋다. 짱이다.

성빈, 성준의 귀여운 모습은 영낙없이 엄마아빠를 빼닮았다.

혼자 놀던 지은이는 심심했던지 두 동생을 데리고

밖에 있는 아파트 놀이터로 놀러갔다가 잠시 뒤에

다시 아이들을 챙겨서 돌아 왔다.

 

조금 있으니 채윤네 식구들이 들이닥친다.

동생은 하루 전날 구미 팀출장이 있어 미리 와야했고,

제수가 그 다음날 수지에서 대구까지 차를 몰고 와서

내당동 친정에 잠시 들렀다가 거기서 다시 동생을 만나

곧장 구미로 오는 거란다.

성준이는 채윤이 누나, 서준이 형은 왜 오지 않냐고 보채더니만

금방 도착하는 것을 보고는 반가워서 난리다.

겅중겅중 뛰면서 난리다.

 

부산의 외삼촌, 외숙모도 대구에 계신 어머니를 모시고 오셨다.

키가 큰 외숙모와 키 작은 외삼촌 환상의 커플이다.

늘그막에 만난 사람이지만 의기투합이 되니 얼마나 좋은가.

아버지는 사업장(?)에서 도저히 일찍 빠져나오지 못해서

못오시겠다고 전화를 하셨고, 그래도 오셔야되지 않겠냐 해도

너희들끼리 재미있게 놀라 하신다.

다들 못오신다 하니 섭섭해 한다.

 

맏아들 기훈이도 왔다.

이렇게 해서 범주 동생을 제외하고는 다 모였다. 인원수 16명,

저녁 식사가 시작되었다. 모둠회, 우럭 매운탕을 중심으로한,

무쌈말이, 훈제목살, 버섯소불고기, 취나물무침,

야채 샐러드, 옥수수그라탕, 두부김치, 안동간고등어구이,

오징어데침, 머핀, 과일과 술(백세주, 소주, 맥주, 하수오주)

본격적인 지신밟기가 시작된 거다.

가족들도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음식도 마찬가지!

대낮부터 백세주와 맥주로 시작한 나의 음주는 이미

저녁 식사때부터 취기가 잔뜩 느껴졌으니 언제까지 버틸지 약간은 걱정,

주인장이 끝까지 손님들을 챙겨야 하는데,

일찍 망가지고 흐트러지는 날엔.....

 

토요일 오후까지 진료를 해야 하는 유천은 아직

서울에서 출발도 못하고 일단 귀가했다가

출발할 때 연락하겠다고 하는데, 말에  영 힘이 없고 자신이 없다.

'집안 분위기가 좀 그래서 내려가기가 좀 그렇다'는 말이

자꾸만 여운으로 남는다.

차라리 동생의 마음을 좀 편하게 해 주는 게 좋겠다 싶어

오지 말라고 말하려다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에

무조건 내려오라고 떼를 좀 부려 보았다.

"출발할 때 전화하겠습니다."

 

지난 목요일 새벽 2시에서 3시 사이에 제수로부터 전화가 왔다.

새벽에 오는 전화라서 일부러 받지 않았었다. 마음이 혼란할 것 같아서

뭔가 무슨 문제가 있는 것 같지만 동생과 직접 이야기 나누지 않은 부분을

제수와 얘기를 한다는 것이 퍽이나 싫었고,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섭섭할지 모르나 나는 안 받는 게 맞고, 제수도 어떤 얘기이든간에

그 새벽 시간에 나한테 이야기를 건네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아침이 밝아 전화가 다시 왔는데 받지 않았고, 나 또한 전화하지 않았다.

대신, 아침 9시경, 동생에게 전화를 해서 그 정황을 알고 싶었다.

몇 번이나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는다. 답답했다.

오후에 겨우 통화가 되어서 어찌 된거냐 하니 그날 새벽 4시에 들어왔단다.

그렇다면 그 시간에 내게 제수가 전화한 것은........

오후에 제수씨에게서 메시지가 왔는데, 영 불편한 심기가 그대로 묻어난다.

나 또한 불쾌하고 불편한 마음 숨길 수가 없다. 동생이 원망스럽다.

그래서 집들이 때는 꼭 만나서 동생 부부사이의 앙금이 뭔지 확인도 하고

이런저런 얘기도 하면서 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근데 가족들의 기다림을 아는 듯, 모르는 듯 동생은 결국 못 왔다.

출발할 때 전화하겠다 하더니 결국 못 오겠다는 메시지가 왔다.

나중에 개인적으로 한 번 오겠단다. 섭섭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오지 못했던 동생은 얼마나 괴로웠을까?

 

기훈이를 붙잡고 얘기를 하다가 또 역정을 냈다.

허송세월만 하고 있는 녀석을 보기만 하면 울화가 치밀어 올라 미치겠다.

여러 사람 앞에서 그렇게 면박을 주면 어떡하냐는 주변의 충고가 맞는 듯해서

더 이상 얘기를 하지 않았지만 답답한 마음 감출 수 없다.

이럭저럭 자정을 넘기고 소주 6병이 다 떨어지고, 하수오주를 가져왔다.

강화도에 근무하는 매화시절 제자 김소령이 날 위해 4년간 담아놓았던 술,

반을 먹고 반을 남겨두었는데, 드디어 오늘 다 비울 수 있게 되었다.

술 마시는 사이 여수의 한서방은 다음 날 사업상의 일정 때문에

급하게 여수까지의 밤길을 재촉해야 한단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어느덧 새벽 1시가 넘었다.

나는 잔뜩 취해서 꾸벅꾸벅 졸았던 모양이다.

어느 순간인가 외삼촌이 날 반강제로 눕히는 것 같다.

괜찮다면서 그 동안 버텨냈는데 인제 잠에 떨어지는 순간이다.

잠든 뒤 곯아댔을 엄청난 코곯이 현상은 또 주변을 얼마나 괴롭혔을까?

결국 난 염려한 대로 최악의 상황을 만들고 만 것 같다.

끝까지 버티지 못하고 손님을 남겨둔 채 제일 먼저 케이오다.

(이 부분에 대해서 특히 외삼촌, 외숙모께 죄송)

 

주변의 두런거리는 얘기 소리에 잠에서 깨니 아침 7시 경,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간단히 아침 식사,

어른들은 거실에 앉아 강호동이 진행하는 '1박2일' 프로에

재미있게 눈을 매달고 있고, 채윤이는 컴퓨터에 빠졌고,

서준, 성빈, 성준은 꼬마들답게 놀이와 장난에 그저 즐겁다.

김서방은 비데 설치를 위해 한참을 수고해 주었다.

TV에서는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의 '09 세계선수권대회가 중계중이다.

피겨 요정들의 환상적 연기가 볼만 했지만 탁원한 능력을 지닌

김연아 선수의 연기는 명실상부한 세계신기록이었다.

선수권대회 제패 장면을 보면서 다들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특히 금주는 김연아 연기 장면을 보면서

왜 이렇게 가슴이 벌렁거리는지 모른다 했다.

 

오랜만에 들른 동락 공원, 주차장 P4,

아이들 데리고 산책하면서 놀기에는 아주 좋은 장소인 것 같아

이곳으로 안내를 했던 것인데 날씨가 매우 쌀쌀해서

너무 오래 머물 수는 없었다. 어머니의 기침도 신경쓰였다.

재작년 언젠가 경부대운하 반대 시위가 있던 날,

범주 동생과 함께 들른 바 있는 인동의 '변산 쭈꾸미 칼국수집'에 가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식사 후 우리는 또 각자 일상을 찾아 헤어져야만 하는 것이다.

열 세 식구가 모두 앉을 곳을 찾으니 주인이 안쪽방으로 특별히 안내를 한다.

우리 식구들만 그곳을 독차지하고 여유있게 자리를 잡으니 대만족이다.

변산쭈꾸미 무침, 쭈꾸미 칼국수, 만두 4인분을 시켜서

나눠 먹으니 비교적 푸짐하고 적당했다.

 

외삼촌은 어머니를 대구에 모셔다 드리기로 하고 부산방면으로 내려가시고,

석주 동생은 네 식구에 기훈이를 더 태워 서울로 올라가고

할머니와 헤어지기 싫어하던 성빈이 녀석도

이내 포기를 하고 아빠 차를 타고 귀로에 올랐다.

헤어지기 직전 아빠 품에 안겨있는 성준이한테

"외삼촌 뽀뽀 한 번 해 줘." 했더니

거침없이 내 잎술에 갖다대었던 그 침많은 입술의 촉각이

아직 내 입 주변에 그득히 남아 있는 듯해서 기분이 좋다.

아, 우리의 삶이 늘 이렇게 즐겁고 풍성하기를 기대해 본다.

 

다들 불원천리 우리집 집들이에 와 주심에 감사한다.

많이 와서 밟아주면 밟아줄수록 더욱 잘 살 수 있음을 믿는다.

 

출처 : 마음 샘터
글쓴이 : 논강 원글보기
메모 : 2009.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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