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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마을 승부역, 하늘 아래 추전역

여행 이야기

by 우람별(논강) 2012. 2. 12.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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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연수 기간에 신경만 쓰고 몸관리를 제대로 못한 탓인지

최근 며칠간 감기 기운이 몸에서 떨어지지 않아 힘들었지만

예약까지 해 둔 '환상선 협곡 순환테마열차' 여행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남편과 함께 기차여행 한번 하고 싶다는 아내의 말을 한두 번 들은 게 아니다.

 

   구미역에서 8시 11분에 출발하는 무궁화 열차를 타야 하는데,

아내가 잠시 착각하는 바람에 차를 놓치고 말았다. '이렇게 황당할 수가.....'

마침 8시 15분 출발하는 새마을호가 있어서 그것을 타고 김천까지 가면

자연스레 연결될 수 있겠다 싶어 새마을호 기차를 부리나케 탔고,

새마을호 여행전무를 만나 자초지종을 만나 협조를 구하니

우리 기차가 김천에 먼저 도착하니 가능하다고 하면서 위로해 준다.

그제서야 아내는 너털웃음을 던지면서 헷갈리게 해서 미안하단다.

 

  김천역에 먼저 도착해서 우리가 탔어야 할 관광열차의 진입 모습을 여유있게 담았다.

 

  김천에서 영주까지 이어지는 경북선은 처음 경유해 보는 코스라서 새롭다.

무궁화호 관광열차의 속도는 답답할 정도로 엄청 느렸다. 일부러 늦게 다니나?

 

심심할 때쯤이 되었다고 판단했는지 '참조은여행사' 도우미 너댓 명이 활동을 시작한다.

빙고 게임을 해 보자며 서로 다른 숫자판을 승객들에게 하나씩 나눠주고

사회자가 무작위로 말하는 숫자를 뒤로 넘기란다. 가로 세로든 한 줄 5개가

연속으로 모두 넘어간 상태가 되면 '빙고!'를 외치면 좋은 상품을 준단다.

사회자가 아내 옆에 오더니 "아주 빼어난 미모를 지닌 아주머니께서는 올해 연세가 얼마신가요?"

"(부끄럽끄로 웬 미모?) 51세입니다." "네~~~, 51 숫자를 뒤로 넘겨주시기 바랍니다."

아내의 빙고판에는 그 숫자가 없지만 내 것에는 숫자가 보인다. '미모'라는 말을 생각하며 기분좋게 넘겼다.

이 게임에서 빙고를 외친 분은 50대의 남자 어른이었는데, 10센티 정도 크기의 막대사탕을 선물로 받았다.

 

 

모녀가 우리 좌석 앞에 앉았는데, 딸아이가 귀엽다. 김천에서 우리와 같이 탔던 것 같다.

 

승부역에 도착하기 직전의 철교 위에서 본 경치다. 오른쪽으로 먹거리 장터가 보인다.

아래로 흐르는 하천은 태백 황지에서 흘러내려온 물일 테니 낙동강의 상류라고 보면 된다.

 

드디어 12시10분, 구미 출발 4시간만에 승부역에 내렸다.  

'세 평 하늘, 세 평 땅, 세 평 꽃밭'이라고 일컫을 정도의 작은 역이다.

눈이 많이 올 때 왔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으나

눈을 볼 수 있으니 다행이다.

 

 

자물쇠를 걸어서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모습들인데, 누군가의 상술같아서 보기가 좋지 않다.

중국의 장가계 여행을 갔다가 그 아름다운 경치 속에서 엄청난 수의 자물쇠를 뜬금없이 바라봐야 했던 

그 금속성의 파격, 뭔가에 막혀버린 듯한 거슬림이었을 뿐 아무런 감동이 아니었다.

동양인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샤머니즘의 발현일까?

 

 

 

 

김천에서 엄마와 함께 여행을 온 귀엽디귀여운 초등 2학년생,

기차의 우리 바로 앞자리에 앉아서 엄마와 재미있게 놀던 아이다.

 

 

  

 

 

먹거리장터의 한 식당, 모자로 보이는 허리 굽은 할머니와 중년의 아저씨가

갑자기 들이닥친 손님의 음식 주문에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바쁘다.

간혹 찾아오는 관광객을 대상으로하는 주말 장사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

 

  메밀전 하나를 시켰는데 너무 많아 옆에 있는 노부부께 좀 드렸더니 감사하다면서 맛있게 잡수신다.

 

 

 

속을 다 비우고 껍질만 남은 것 같은 돌배나무이지만 아직도 살아서 열매를 맺는다.

쪼그려 앉아 장사하는 할머니에게 여쭤보니 그 맛이 보통 맛이 아니라며 자랑을 한다.

   

 

 

 

 

 

아내는 먹고 싶었는지 양미리 구운 것을, 네 마리에 2,000원을 주고 사서 먹어보더니 흡족해 한다.

나한테도 먹어보라며 한 마리를 건네는데, 몸상태가 안 좋아서 그런지 별 맛을 못느꼈다.

 

  

 

 

봉화 승부역에서 태백의 추전역까지도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추전역에서 내리자마자 멀리 보이는 풍력발전기를 당겨서 찍어 보았음.

이 사진 달랑 하나 찍고 온몸이 으슬으슬 추워 더 이상 나서지 못하고

기차 안으로 되돌아갔다. 몸살이 더 심해지는 것 같아 걱정이다.

 

카메라를 넘겨받은 아내가 찍은 사진이다.

 

 

몸이 불편한 상태에서 하는 여행은 즐거울 수 없는 것 같다. 오히려 고통이다.

빨리 집에 가서 눕고만 싶은데 기차는 거북이처럼 느렸고, 느린 만큼 내게는 고통이었다.

남편이 힘들어 하니 아내인들 즐거울 수 있으랴. 별의 별 생각이 다 났단다.

옛날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해서 마음이 아주 불편했다고 이야기했다.

구미역에 내렸을 때는 밤 10시 20분, 내 차를 아내가 운전해서 집으로 왔고

아무런 정리도 못하고 방에 들어가 지친 몸을 눕혀야 했다. 

관광열차에서 내내 끙끙 앓으면서 반은 자다시피 했는데도.....

몸은 그렇게 축 늘어져 버렸고, 여행을 하긴 했지만 여행이 아니었다.

아내한테 미안했다. 벼르고벼른 코스로의 여행인데 나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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