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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의 '화암사'란 곳

여행 이야기

by 우람별(논강) 2012. 1. 28.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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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시인은 '화암사, 내 사랑'이란 시를 썼다.

그 시에 그려진 화암사가 보고 싶었던 아내는 같이 가 보자고 많이 졸랐다.

한두 번 이야기 하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기회를 만들지 못해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는데

"오늘, 완주의 화암사나 갔다 올까?" 하니 "불감청이나 고소원"이라면서 활짝 웃는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여행이어서 참 좋다.

특별히 준비할 것도 없고, 자연을 즐기려는 마음만 담아가면 되니까.

아침 식사 후 단숨에 찾아간 화암사 여행이었다. 진입로가 좁았다.

절에 오르기 직전에 있는 마을이름이 재미있다. '싱그랭이' 마을!!!

곶감을 말리는 집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곶감이 싱그랭이마을의 특산물인 듯.....

 

싱그랭이 마을에서 본 이정표인데 서각(書刻)까지 해서 멋을 한껏 부렸다. 햇빛에 음영이 잘 드러나 있다. 

 

길을 걷다가 처엄 만난 나무다리, 전봇대 두 개를 걸쳐놓고 나무를 그 위에 얹은 것이다.

 

화암사 가는 길은 인적이 드물었다. 주말임에도 사람 한 명 만나지 못했으니까.

안도현 시인은 숨어있는 절이라고 표현을 했는데 과연 그렇구나 싶다.

147계단의 철제 다리를 모두 딛고 올라서야 겨우 지붕 한 켠을 보여줄 뿐,

그 속살은 나무다리 하나 건너고 정문 격인 우화루 옆을 지나야만 볼 수 있다.

절안에는 극락전과 우화루가 남북으로 마주보고 다소곳한 색시처럼 앉아있고

묵적당과 불명당이 동서로 마주 앉아 'ㅁ'자형으로 웅크리고 있어서 아늑하다.

백제 때의 천년 사찰이지만 규모가 매우 작은 절이라서 전체적으로 차분한 느낌을 준다.

'잘 늙어가고 있는 절'이라고 그 느낌을 표현한 안도현 시인의 개성적 감각이 부럽다.

 

147개의 철제계단을 오르다보면 완주문화의 집 미술반 아이들의 작품과

안도현 시인의 시와 수필을 접할 수 있다. 특별한 분위기라서 지루함을 모른다.

 

시가 좋아서 굵직한 목소리로 낭송을 해 보았다. 아내는 그냥 보기 아깝다며 한 장 찍어준다.

 

 

 

절마당 한가운데서 들여다 본 우화루(보물 662호)의 내부

 

화암사의 극락전은 조선 선조 38년(1605)에 지어진 우리나라에서 하나밖에 없는 하앙식 구조물이란다.

그 희소성의 가치가 인정되어 최근에 보물(663호)이었던 것이 국보(316호)로 승격되었다.

 

 

하앙(下昻)은 기둥과 지붕 사이에 끼운 긴 목재인데 처마와 나란히 경사지게 놓여있다.

이것은 처마와 지붕의 무게를 고르게 받치는 역할을 한다.

앞쪽 하앙에는 용머리를 조각하였으나 뒤쪽 하앙은 꾸밈없이 뾰족하게 다듬었다. 

 

우화루의 목어(木魚)가 낯이 설었던가 보다.  속세의 처사를 잡아먹을 듯 이빨을 드러냈다.

죄지은 자는 그것도 모르고 사진기만 바라본다..... 못생긴 이여, 빨리 이곳을 떠나라,

  

우화루 옆으로 난 출입문, 절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가 아니어서 더 정겹다. 처사님, 또 언제 올려우?

 

우화루 오른쪽으로 보이는 것이 명부전이다. 화암사는 건물이 몇 채 되지 않는 작은 절이다.

돌담 안에 놓인 절집의 위치가 참 포근하게 느껴졌고 눈부실 정도의 하늘빛은 금상첨화였다.

 

화암사를 오르내리다가 보면 길가에서 자연스레 보게 되는 '화암(花巖)'이다.

타일로 바위에다 복수초의 형상을 만들어 놓았다. 화암사의 전설과 관련이 있다.

바위 위에 실리콘을 바르고 노란 타일을 붙인 흔적이 너무 도드라져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 것이 흠이지만, 누군가의 불심 표현이라고 생각하자.^^

 

 

아내는 덕유산의 눈을 직접 밟아보고 싶다고 했다.

곤도라를 타고 설천봉(1522미터)까지라도 올라갔다 오고 싶었는데

오후 4시 이후에는 운행을 못 한다고 해서 너무 늦게 도착함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기는 사람들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하산했다.

 

 

 

신라 백제의 관문이라고 하는 '나제통문(羅濟通門)'을 지나

설천, 무풍, 삼도봉터널, 부항, 지례, 김천을 경유해서 구미로 돌아왔다.

우리나라는 어딜 가든 일일생활권에 있음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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