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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 직지문화공원, 시남 커피숍

오늘 나는

by 우람별(논강) 2011. 12. 24.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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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의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토요일 정오 무렵,

아침에 살짝 내린 눈이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거의 다 녹아버렸다. 

김천 바람재 쪽으로 가면 눈을 밟아볼 수 있을까?

 

직지사 바로 아래 상가엔 성업 중인 한정식집들이 매우 많다.

골목마다 비슷한 성격의 식당들이 저마다 손님 유치에 열을 올린다.

1인당 13,000원짜리 한정식, 더덕구이, 생선구이, 돼지고기구이, 비지,

가죽나물, 호박나물, 죽순, 송이, 곰취 등 반찬이 셀 수 없이 많이 제공된다.

이 일대에서는 어느 식당엘 가든 메뉴가 거의 비슷하고

맛도 비슷하다는 결론을 나는 내릴 수밖에 없다.

 

배를 채우고 구성면 방향의 바람재를 향해서 차를 몰았다.

고갯마루 응달 부분은 눈이 녹지 않아서 모래를 여기저기 뿌려놓았다.

바람재목장까지 걸어갔다 오는 것도 좋은 운동이 될 듯 해서 아내에게 권하니

날씨가 추워서 엄두가 안 나고, 감기 기운도 있어서 그냥 내려갔으면 좋겠단다.

아내의 뜻을 거역할 수는 없는지라 다시 직지사 아랫동네로 내려와 

직지문화공원을 둘러 보기로 했다. 그냥 차를 타고 지나치기만 했던 곳이라,

여유있게 공원 일대를 답사해 보는 것도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다. 

 

눈에 들어오는 몇 장면을 사진에 담아 보기로 했다.

 

회화나무 위로 쳐다본 쪽빛 하늘이 그야말로 눈이 부실 정도다.

 

공원 가운데로 개울물은 황악산에서 흘러내려 직지사 옆을 지나 이곳까지 흘렀고,

감천으로 빠져서 낙동강으로 합류하는 흐름일 게다. 추위에 얼어 속도가 느릴 게다.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강물 따라 가고 싶어 강으로 간다.

강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넓은 세상 보고 싶어 바다로 간다.'

 

유명 시인의 시가 큰돌에 여러 군데 새겨져 있어서 관심있는 분들의 시선을 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 박용철의 '떠나가는 배', 서정주의 '국화옆에서' 정완영의 '고향생각' 등이다.

'국화 옆에서'란 작품을 낭송해서 대전시 주최 시낭송대회에서 금상을 탔다는 사촌동생,

곧바로 시낭송가 인정서를 받게 되었다면서 자랑하던 사촌동생의 목소리가 떠오르고,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란 작품이 눈에 들어와 한 줄 한 줄 읽어보니 또 연상되는 장면이 있다.

포항여고 재직 시절, 국어시간에 한 제자가 이 '귀천' 작품을 발표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무려 1주일을 준비해서 그 결과를 친구들 앞에서 분석 발표를 하게 되었는데

어느 한 순간도 놓치기 아까울 정도로 완벽하게 해냈던 기억이 생생하다.

다른 친구들은 길어야 15분 정도인데 이 친구는 한 시간도 모자랄 정도로 준비를 했었다.

발표를 위해서 천상병의 또다른 시를 두세 편 낭송했고, 미망인 목순옥 여사의 책까지

다 읽고 준비를 했던 녀석, 각 반마다 이 작품을 발표하기로 한 학생들을 찾아가

자기들끼리 계를 모으기로 했다며 내 앞에 자랑을 늘어놓았던 녀석이었다.

졸업하고는 서울 인사동에 있는 '귀천' 까페를 찾아가겠다고 선언했는데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단단한 돌에 어찌 이렇게 정교하게 새길 수 있을까 싶다. 

마치 부드러운 찰흙에 자유자재로 조각칼을 댄 듯한 느낌이 들어서

손잡고 있는 조각의 섬세함에 자꾸 눈길이 간다.

 

 

저 멀리 보이는 산이 황악산(해발 1111미터)인데 정상 부근엔 눈이 희미하게 보인다.

 

 

 

직지문화공원 바로 옆에 위치한 김천 세계도자기 박물관, 입장료 1,000원

 

 

화려한 도자기 형상과 소나무 너머로 보이는 건물은 백수문학관이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무라노에서 만들어진 앵무새 한 쌍의 유리공예가 눈에 띈다.

 

역시 무라노의 유리공예인데 새의 형상 맞지요?

 

 

시조시인 백수(白水) 정완영(鄭椀永) 선생님의 문학관에 잠시 들렀다.

'한국 현대시조의 선구자로 시조의 중흥기를 열었던 백수 정완영의 숭고한 문학정신과

혼인 깃든 곳이며 애장품과 소장품을 전시'하고 있다. 백수 선생은 1919년 생이니 현재 93세이시다.

상운 유선철 선생이 떠오른다. 백수 선생님으로부터 최근까지 시조를 열심히 배웠고

남다른 시적 재능을 선보이고 있어서 신춘문예 등단은 시간 문제라고 보았는데

작년에 아깝게 2등에 머물렀고 1등 당선작을 못해서 옆에서 보기에 안타까웠다.

올해는 어찌 되었을까? 궁금하다. 곧 전화를 한 번 해 봐야겠다.

 

 

 

'바람재 들꽃'의 자작님이 운영하는 시남 커피집에 들렀다.

여전히 차분한 인상의 자작님은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김종인 시인 형도 만나보고 싶은 마음에 연락을 했더니 김천에 안 계신다.

녹차를 주문하고 상운 유선철 선생한테 전화를 거니 마침 집에 있다.

잠시 얼굴 좀 볼 수 있을까? 했더니 곧 갈테니 기다리란다.

 

 

자작님의 아내 되시는 분은 화가인 것 같은데 독특한 그림이 강렬하다.

자작님은 잘나가는 김경주 시인에 대해서 연구 중이라고 한다.

김 시인의 시에서 발견되는 서술어의 표현이 번역투가 많은 것 같은데

그 원인이 낯설게 하기 차원일까? 아니면 번역문의 글을 자주 보는 데서 온 것일까?

나는 전자가 아닐까 대답을 했고, 자작님은 후자에 더 비중을 두는 것 같았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에 상운 유선철 선생이 우리들 곁에 나타났다.

 

자작님도 상운 선생을 보자 정중히 인사를 했고,

곧 상운 선생을 통해서 서로가 사제지간이라는 사실도 알았다.

별꽃님의 안부와 신춘문예 소식이 궁금했는데, 본인이 그 소식을 전해 주었다.

이번에도 중앙지에 출품해서 2등, 심사평에 오르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고,

그 대신 경남일보의 신춘문예 시조 부문에서 출품작이 당선작으로 확정되었다고 한다.

우리 모두 박수를 치면서 축하해 주었다. 정말 잘 된 일이고 더 열심히 해서

내년에는 중앙지 신춘문예에 당당히 당선작을 내 보라고 격려했다.

 

시남 커피집에서는 이런 장면도 볼 수 있다. 하늘을 앉히기 위해 마련된 빨강 파랑 의자다.

 

또 하나가 있다. 바람재들꽃 카페지기 정가네님이 분양해 준 '설'이란 이름의 예쁜 강아지! 

 

김천문인협회 모임이 5시에 있기 때문에 가 봐야 된다고 해서 같이 찻집을 나섰다.

모처럼 김천을 찾았으니 찻값은 자기가 내야 한다며 내 고집을 끝내 꺾고 말았다.

여하튼 친구 덕분에 좋은 시간을 가진 것 같고, 아쉬움을 삭이고 헤어져야 했다.

자작님이 우리 둘을 전송하면서 사진을 멋지게 찍어주었다.

 

김천에서 구미로 귀가하다가 백미러에 비치는 일몰 장면이 있어서 잠시 차를 멈추고

저물어가는 태양의 햇살을 담았다. 전봇대, 전깃줄이 눈에 다소 거슬리지만 용서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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