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 휴일에 부모님 모시고 합천 해인사를 다녀왔다.
언젠가 어머니께서 꼭 한번 해인사엘 가 보고 싶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서
그것을 기억해 낸 아내가 부모님 모시고 같이 가 보자고 나에게 제안해서
휴일을 맞아 당일 아침 전격적으로 해인사 나들이가 이루어졌다.
어머니는 소녀같이 좋아하셨고 발걸음도 매우 가벼우셨다.
'2011 해인아트프로젝트' 행사가 9월 23일부터 11월 6일까지 45일간 진행되고 있다.
해인사 일원은 축제 기간인데다가 연휴를 맞아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해인사 초입,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 선생께서 즐겨 찾던 농산정(籠山亭)이 있는 곳,
'농산'은 7언 절구의 한시 '제가야산독서당'의 한 구절을 딴 것이다.
농산정 맞은 편, 가야서당엔 한 노인이 뜰을 쓸고 있다가 날 보더니 어서 왔냐고 묻는다.
웃으며 대답하니 참 좋은 델 찾아왔다며 잘 구경하고 가란다. 흰수염의 이미지가 강렬했다.
'咫尺'이란 단어, 왼쪽으로 돌아가면 '流水'란 글씨도 보이는데 '籠山'의 출처와 모두 같다.
주차장에서 해인사까지 걸어가는 1킬로 남짓되는 길은 자연 생태를 맘껏 관찰할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다.
아버지는 힘이 드시는지 몇 번에 걸쳐서 다리를 쉬셨다.
어머니는 웃으면서 왜 이리 느리고 자주 쉬냐며 핀잔을 주신다.
등산용 지팡이를 드리며 짚으라고 권해 보았지만 두 분 다 거절하셨다.
아직 지팡이를 짚을 정도는 되지 않았다는 자신감의 표현 맞죠?
어머니는 '아직 마음은 40대'라고 분명히 말씀하셨지요?
해탈문을 지나
웅장한 대적광전(大寂光殿) 앞마당에 다다르니 파란 하늘빛이 법당을 감싸안고 있다.
보살님들은 연신 허리굽혀 부처님께 예를 갖추니 불보사찰의 분위기가 저절로 느껴진다.
어머니께서는 대적광전의 부처님 앞에 3배를 올리며 간절히 소원을 비셨다.
아마 자식들을 위한 기도를 간절히 하셨을 것이다. 요즘들어 부쩍 절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정성을 다하여 간구하면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계심에 틀림없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해인사 고려대장경 판전, 팔만대장경!!!!!
부처님의 화상을 걸을 수 있도록 설치한 '야단법석(野壇法席)'이 하늘로 솟았네!
30년 전, 고딩 동기인 파계사의 법우(法雨) 스님이 나한테 묻기를 '야단법석이 뭔지 아냐?'
아무말도 못하고 있으니 돌팔이 국어 선생이라며 핀잔을 주던 그때가 생각나 피식 웃었다.
합장한 채 해인도(海印圖)를 따라도는 불자들의 간절한 기도가
쉰네 번을 꺽어 도는 동안에 모두 이루어질까?
불국토에 계속 머물 수만은 없어서 하산을 해야 했다. 점심 식사 때를 놓친 부모님은 시장하실 것이다.
일타 스님의 사리탑이다. 성철 스님의 그것에 비하면 소박하다고 봐야지?
성철스님의 사리탑 옆에 어머니와 함께 섰다.
성지에 와서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있으니 다소 불량끼가 있어 보이나
내 마음은 있는 대로 깨끗해졌으니, 걱정하지 마소서.
성철 스님을 향하여 무릎을 꿇고 절을 하는 어머니의 모습,
스님 가신 지 벌써 18주기가 됐지만 살아 생전 당신 한 번 보려면
3천 배를 해야 겨우 알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고 했나요?
우리 부친께서는 그 사실에 대한 거부감이 참 많으시던데.......
성보박물관을 잠시 둘러보았는데, 일부만 촬영했다.
해인사 영산회상, 국가 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속세에서 얼마나 많은 업을 쌓았는지를 확인하는 업경대, 그 업의 무게를 다는 업저울,
천수관음보살상, 기계 조작으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오른쪽은 부처를 만드는 거대한 거푸집인 것 같고, 왼쪽은 거푸집을 이용해서 만든 불상인데
목이 떨어져 그만 땅에 눕고 말았다. 머리 무게가 전체 무게의 8할은 될테니 오죽할까 싶다.^^
거푸집 안에 흙을 넣어 단단히 다진 다음 거푸집을 벗겨내면 원형 불변의 불상이 될 것이다.
해인사 일원에 주차할 곳이 없어서 주차장에서 500미터 정도 떨어진 해인초등학교 운동장에
주차를 겨우 할 수 있었다. 학교 건물이 참 단아하다. 교실 하나에 두 학년이 공부하는가 보다.
1,2년 교실, 3,4년 교실, 5,6년 교실로 구분된 것이 눈에 보인다. 아 옛날이여!!
해인아트 프로젝트[通] 주행사장(가야면 야천리 943번지 일원)과 해인사 구간
8킬로미터를 오가는 셔틀버스의 뒷꽁무니, 주행사장 부근에 주차를 하고 둘러 본 뒤
해인사로 가기 위해 공짜로 이용하는 셔틀버스는 하루 종일 오가며
손님들을 태워나르기에 바쁜 것 같다. 차를 기다리는 줄도 길게 이어지고.....
전시 주제인 通은 교류, 소통의 通을 의미하며, 천 년의 대장경판을 지켜준 가야산 바람의
通과 불변 고정적 실체란 없다는 불교의 空사상에 기인한다.
공간의 通, 만물의 通, 사고의 通을 주제로 해인사의 역사와 장소성에 입각한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예술프로젝트라고 소개하고 있다.
가야산 자락은 도로를 따라 경남 합천군에서 경북 성주군으로 계속 이어진다.
탁 트인 가야산의 능선과 바위들을 감상하면서 눈의 피로를 잠시 씻어본다.
보물 1656호 법수사지 3층석탑, 기단이 유난히 높아 보이는 탑이다.
주변의 터로 보아 법수사는 제법 규모가 컸던 절 같은데, 그 흔적은 별로 없다.
탑으로 가는 길 옆에, 복련(伏蓮)을 한 연화대가 갈라진 채 방치되어 있을 뿐.
한강(寒岡) 정구(鄭逑 1543-1620) 선생을 배향한 회연서원(檜淵書院)
서원 안의 사당 앞 공터, 과꽃 뒤에 몸을 살짝 숨기고 선 다소곳한 여인은?
남편과 시부모의 사랑을 받는 맏며느리.^^ 그 미소 잃지 말지어다.^^
독특한 글씨체는 미수(眉瘦) 허목 선생의 글씨가 틀림없지? 이름하여 '과두체(과頭體)'라 했다.
'옥설헌(玉雪軒)'이라고 쓴 글씨인데, 전혀 연결이 안 되니, 참 특이한 글씨임에 틀림없다.
망운암(望雲庵)
不愧?
강당에서 본 동재 서재, 탁 트인 마당(운동장?), 정면의 작은 문,
400년 넘은 느티나무 한 그루가 당시 서원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성주군 수륜면 수성리에 소재한 중매댁(中梅宅), 100년 남짓 된 건물이란다.
중매댁 옆의 소나무 한 그루, 멋진 자태로 바라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도착할 무렵에는 노을의 붉은빛이 강렬했고 곧 어둠이 깔렸다.
부모님께서는 덕분에 구경 잘했고 행복했다며 우리 부부를 칭찬해 주셨다.
어머니는 고춧가루와 흰 가래떡, 약간의 무생채를 챙겨 주셨다.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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