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에서 시작하는 산막이옛길을 걸었다.
처형께서 몇 번 가 보시고는 그리 좋다면서 말로만 듣던 길이었는데,
어린이날 휴일을 맞아 처형 내외와 함께 걸으면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1957년에 완공된 괴산 수력발전소, 그간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내다가 오늘 처음 인연을 맺었다.
남한강 상류 달천강을 막아 만든 수력발전소의 댐과 호수는 수줍은 처녀처럼 우릴 맞아주었다.
2년 전만 해도 사람들이 거의 몰라서 조용하기만 했던 길이라는데
오늘 산막이 옛길은 남녀노소 답사객으로 들끓다시피했다.
괴산군 문화관광과에서 나온 팜플렛을 보니 "괴산호를 끼고 산막이 마을까지 조성된
3.1킬로미터의 산막이옛길은 한국의 자연미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으며,
방문객들의 안전을 위한 데크 설치와 함께 전망대를 곳곳에 조성해서 볼거리를 제공하는 등
옛 정취와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천혜의 관광명소입니다"로 소개하고 있는데
과연 그렇게 홍보할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호수를 끼고 있어서 금상첨화다.
답사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오른쪽을 보면 인삼밭과 소나무 동산이 한가롭다.
연리지(連理枝), 가까이에서 나란히 자라다가 서로 정들어 하나가 된 사랑나무인지라
사람들은 특별히 그 나무의 사랑에 의미를 부여해서 아름답다고 말한다.
고인돌 모양의 바위가 연리지 가까운 곳에서 듬직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괴산군에서 '소나무 출렁다리'를 만들어 놓아, 사람들이 이곳을 지나가며 즐거워하기도 하지만
정작 소나무들은 목에 버팀줄이 매어 있어서 그만큼 괴로울 것이 뻔하니 마음이 편치 않다.
누구의 발상인지는 몰라도 하루빨리 철수되어야 할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매발톱이 특유의 꽃모양을 환하게 피웠다. 데크길 곳곳에 피어 있어서 시선을 자주 끌었다.
그 외에도 애기똥풀, 금강초롱, 앵초, 노랑무늬붓꽃, 딸기꽃, 제비꽃 등이 지천으로 피어 있어 보기 좋았다.
동서인 전박사님과 처형이 '망세루(忘世樓)'를 배경으로 모델이 되었다.
세상을 잊으라는 뜻의 휴식공간을 만들어 놓았는데, 그곳에는 나들이 나온 할머니들이
소나무 그늘 아래 모여 앉아 시원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수면에서 40미터 높이의 고공 전망대!!
'매바위'라 이름 붙여진 곳, 날카로운 부리가 매를 연상시키는 바위의 형상이다.
저 멀리 보이는 괴산댐, 1957년 순수한 우리 기술로는 최초로 건설된 수력발전소
소규모의 댐이지만 물을 그득히 담아두고 발전기를 계속 돌리고 있을 것이다.
괴산호에는 세 종류의 여객선이 차돌바위 선착장과 산막이마을 선착장을 귾임없이 오가고 있다.
오늘은 관광객들이 많은가 보다. 황포돛배를 연상케하는 배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호수를 따라도는 길이 흙길은 별로 보이지 않고 엄청난 예산이 들어간 듯한
내수성 데크로 조성된 길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매우 아쉽다.
지리산 둘레길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움이 없어 흠이지만, 탁 트인 호수를 옆에 끼고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산막이옛길만이 제공하는 특징 같아서 마음에 든다.
'앉은뱅이 약수터'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이렇게 몸통을 거쳐 두 다리로 흘러가도록 꾸며 놓았다.
아내와 함께 고공 전망대에서 한 장 찍었는데, 그녀는 두려움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말았다.
'산딸기길'이라고 이름을 붙여놓았는데 그 이름이 인상깊다. 조금만 더 가면 산막이마을이 보일 것이다.
거기 당도해서 땀도 식힐 겸 막걸리를 한잔 들이키면서 피곤해진 다리를 잠시 쉬게 하리라.
선조 때 영의정까지 지낸 소재(蘇齋) 노수신이 2년 정도 유배생활 했다고 알려진 적소(謫所)가
산막이마을 옆에 위치해 있다. 팔작지붕의 조그만 집인데, 수월정(水月亭)이란 현판이 걸렸다.
수몰되면서 이곳으로 옮겨지은 것 같고, 노수신이 이곳에서 위리안치되어 살지 않았을까 싶다.
그는 을사사화 때 전라도 진도에서 19년간 귀양살이를 하다가 이곳으로 이배되었다가
선조가 즉위하면서 풀려나 영의정까지 지낸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산막이마을 '하얀집'이란 식당에 들러 동서끼리 막걸리 한 잔 들이키고
잔치국수로 점심 배를 채우니 이 세상에 부러울 것이 하나도 없다.
산막이옛길의 매력은 괴산호가 곁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호수 가까이 다가가 보니 산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괴산호 바로 곁에서 몇 십 년을 외로이 자라온 소나무의 위용,
낚시꾼들이 즐겨 찾았고 그들에게 훌륭한 그늘이 되어주었던 소나무!
이젠 사람들이 많이 찾으니 적적하지는 않을 것 같다.
산막이마을 선착장 부근의 느티나무 그늘이 호수변에 잘 어울린다.
산막이 옛길엔 다래덩굴이 유난히 많아 다래숲 동굴을 만들어 관광객들의 관심을 끈다.
'옷벗은 미녀참나무'라 명명된 구부러진 나무의 형상이 재밌다.
늘씬한 양다리를 하늘로 향하게 하고 엉덩이 부분이 자연스레 부각되어 매력적이긴 하나
허리 부분은 심하게 꺾여져 상체와 큰 각을 이루어 보는이들은 안타깝다.
이제는 그만 밟히고 싶다고 애절하게 호소하는 듯한 참나무다.
노란무늬매발톱, 고개숙인 노란얼굴을 좀 보려했더니 이놈은 부끄러운지 이내 또 숙이고 만다.
호수 가까이로 계속 걸을 수도 있고,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 능선 위에서
멀찌감치 괴산호를 조망하는 풍광을 즐길 수도 있을 것 같다.
'1코스 4.4킬로 3시간 소요, 2코스 2.9킬로 2시간 소요'라고 한다.
제비꽃이 다발로 피었는데, 이것 또한 특이해서 카메라에 담아 봤다. 보통은 독립해서 피는 꽃이 아니던가?
'정사목'이라 이름한 소나무의 괴이한 모습, 암수의 성구별까지 해 놓고 있었다.
이 나무가 있는 곳을 안내하는 표지판에는 19금 표시까지 되어 있고,
나무를 보면서 남녀가 함께 기원하면 옥동자를 낳는다고 익살을 부렸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나도 그랬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연풍 IC에서 내려 25분 정도만 달리면 닿을 수 있는 산막이옛길,
여유있을 때 꼭 한번 찾아가 걸어 보시라.
답사객들에게 서너 시간의 즐거움은 충분하게 선사할 것이다.
산막이 옛길을 한 바퀴 돌고 다시 되돌아나올 때,
그냥 연풍 IC로 내달리지 말고 오른켠으로 나 있는 쌍곡계곡 입구를 찾아
조금만 치고 올라가다보면 소금강 입구가 보이는데 그곳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금강산 한 자락을 옮겨놓은 듯한 산을 한참 쳐다보면서 감상해도 좋고 다시 시선을
맑디맑은 계곡물로 옮겨보면 당장 뛰어들고픈 욕구를 감추기가 어려울 것이다.
소금강에서 다시 문경 방향으로 조금 오르다보면 왼켠으로
쌍곡휴게소가 보이는데 그곳에 주차를 하고 계곡을 따라 한두 시간 정도 답사하면
하룻만의 여행치고는 그만큼 만족스런 코스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칠보산 아래 쌍곡폭포가 시원스레 쏟아지면서 넓은 소를 이루고 있는데
징검다리 위에 앉고 서서 명징한 물을 바라보는 눈맛은 지상 최고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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