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3월에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인문사회계열,
같은 반에서 처음 만난 유선철이란 이름의 김천고 출신,
짝달만한 키에 떡 벌어진 어깨, 시커먼 안경테,
신입생 답지 않은 지적인 자태가 엿보이던 친구,
입학한 지 얼마 안 되어 경북대학보에 시를 투고했던 친구,
송창식의 노래 '토함산'을 멋지게 불러대던 친구,
학생회장 선거 유세장에서 연사로서 사자후를 토하던 친구,
시를 곧잘 써서 국어교육과에서 만날 줄 알았는데,
그는 일반사회교육과를 지망, 2학년 때부터는 길이 달랐다.
그의 김천고 동기 5명이 모두 같은 과에서 공부하기로 했단다.
3학년 때는 사범대 학생회장으로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한 이력이 있다.
당시에 '국어과 예술제 행사'를 학생회장 자격으로 참관하게 되었는데,
그때 내가 배우로 참가해서 무대에 올렸던 연극, 이강백의 '결혼'
거기서 주인공인 사기꾼 역을 맡아 열연한 바 있었는데,
그가 그걸 보았고 3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생생히 기억하고
그 연극의 내용까지도 내게 들려준다는 게 놀랍고 반가웠다.
그는 사범대를 졸업하자마자
대학원을 다니면서 모교인 김천고에서 교편을 잡았다.
16년간 모교에서 근무를 하다가 재단의 비리와 관련
참지 못할 일이 벌어지면서 힘겨운 싸움을 해야 했다고 한다.
결국 동료 3명과 함께 부당하게 해직이 되는 사태를 맞았고,
그 부당 해직 조치에 맞서 법원에 해직무효 소송을 전개,
당시 교총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소송에서 승리,
그간 부당하게 대우받은 것을 변상을 받게 되고, 원상 복직이 되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해서 근무하던 학교가 아닌, 공립학교로 복직을 한다.
김천의 근교에 있는 농남중, 부항중을 거쳐
2008년 3월 1일, 구미여고에 발령을 받아서
나와의 인연이 다시 맺어져 3년 째 함께 근무 중이다.
맘에 맞는 대학 동기라서 그와 함께라면 행복하다.
간혹 휴게실에서 만나 그간의 살아온 이야기들을 나누고,
가끔씩 술도 같이 한잔 하면서 추억도 만들어 보고,
점심 식사 후에는 함께 산책도 하고 탁구도 치면서
인문계 고등학교에서의 '망중한(忙中閑)'을 즐기고 있다.
특히 탁구 실력이 비슷해서 이제는 하루라도
탁구장을 찾지 않으면 안 될 정도가 되었다.
어제도 점심 식사를 마치고,
학교 교문까지 천천히 걸으면서 봄바람을 쐬고,
휴게실에 돌아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우리학교 전교조 회원이 모두 몇 명이냐?" 한다.
"요즘은 많이 줄어서 14명이야. 2년 전만 해도 27명 정도였고,
작년도 24명은 되었는데 올해는 이동이 많이 되면서......
더구나 작년말부터 조합비 징수 관계로 학교 행정실에서
동의서를 요구하고 그것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마음 약한 조합원들이 하나둘씩 탈퇴를 하게 되었는데,
그런 교사들이 전국적으로 약 20% 정도는 되나 봐.
전교조 탄압 차원에서 계획된 조치일 테지만 그들의 의도대로
조합원 수가 많이 줄고 있다는 게 슬픈 현실이야.
전국적으로 9만이 넘는 조합원에서 이젠 6만 1천 명 정도로 줄었어."
"나도 그간 교총에 소속되어 있다가 작년에 탈퇴했어."
"그래? 그러면 이제 전교조에 새로 가입하는 게 어떨까?
유선생도 성향으로 봐서는 전교조 소속이 맞을 것 같고,
당신이 전교조에 들어오면 1당 100 이야!"
"그럼, 나도 전교조에 들어가 볼까, 어떤 절차가 필요해?"
"행정실에 가서 조합비를 떼라는 동의서를 제출하면 돼.
내가 동의서 양식은 출력해서 갖다 줄게."
기분 좋은 하루였다.
무엇보다 우리 친구가 전교조에 소속된 사실이 기쁘다.
다음 주 중간고사 기간 중, 5월 6일 오후,
우리 전교조 구미여고분회 선생님들과 성주 주변 가야산에서
생태 체험(산나물, 야생화 관찰, 고기굽기)을 하기로 예정되어 있는데,
유선생과 같이 가서 하루를 멋지게 즐겼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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