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쟁 당시 남북간의 치열한 전투가 이뤄졌다고 하는 328고지를 처음 올라가 보았다. 고지 옆으로 난 길을 수없이 오가면서도 별다른 감정없이 지나곤 했는데, 며칠 전에 본 한국전쟁 다큐멘터리가 나로 하여금 그 고지로 발걸음을 재촉한 것 같다.
찬바람을 머금은 겨울 추위는 오후에도 누그러지지 않아 옷을 단단히 여미고 모자와 목도리까지 준비해서 328 고지를 향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길은 시멘트 포장이 되어 있어서 차를 몰고 가면 쉽게 올라갈 수 있겠지만 그냥 쉬엄쉬엄 걸어오르는 것을 선택했다. 시간이야 얼마나 걸리든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면서 가슴에 새겨지는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고 싶어서다.


328고지를 향해 오르다가 보이는 저 이름모를 고지도 전시에는 엄청 치열한 전투가 진행되었던 곳이었으리라. 기록에 의하면 칠곡 망정리 사람들은 지게에 탄약을 지고 저 고지 위에까지 날라다 주는 일을 했고, 어떤 분은 탄약을 날라다 주는 댓가를 쌀밥으로 보상받을 수 있어서 위험한 줄도 모르고 열심히 지게에 탄약을 지고 자주 오르내렸다고 술회한 바 있다. 허기진 배를 우선 채우고 싶은 욕구가 목숨 유지보다 더 강했던가 보다.



빨간 리본! ‘고산자’라는 이름을 쓴 어느 유튜버, 전국 어디든 의미있는 곳은 다 찾아가는 사람일 것 같다. 대동여지도를 그린 고산자 김정호가 그러했듯이 그도 이곳을 찾아와 사진과 영상을 찍으면서 그 내용을 방송으로 속속들이 기록해 놓았으리라 예상해 본다. 사람들의 인적이 거의 없는 곳이라 누군가 이 같은 역사의 현장을 직접 찍어 보여주면서 전쟁이 남긴 그 쓸쓸함, 허무함, 동족상잔의 비극 등 그 의미를 되새겨 주는 역할을 하는 것도 꼭 필요한 작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군인들의 전투 장면이 상상되는 돌이다. 저 돌을 엄폐물로 하여 적진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가 하면, 돌격 명령과 동시에 재빨리 고지를 향해서 치달리는 용감한 군인들의 모습, 목숨 건 전투 장면이 저 돌에 아로새겨져 있는 것 처럼 느껴졌다.


328고지 표지판 바로 앞에 보이는 어느 가족 묘원, 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지만 이 328고지야말로 세상을 등진 분들이 조용히 잠들어 있는 곳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의 수천 수만의 병사들이 그다지 높지도 않은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하염없이 죽어간 곳이라 더욱 그렇다. 누군가 말했다. 피를 나눈 동포끼리 남북으로 갈라져 싸우는 형국은 서로에게 비극이니 평화를 유지하는 게 좋고, 싸울 필요조차 없게 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상책이라고. 3년이 넘는 동족간의 전쟁은 아직까지 휴전 상태에 있지만 하루빨리 종전을 선언, 남북간의 평화가 찾아오기를 간절하게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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