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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재현 변호사 추도식

세상과 함께

by 우람별(논강) 2024. 5. 9.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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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9일 오후 7시부터 파티마병원 장례식장 빈소 402호에서 영신고 22기 동기회는 고 박재현 번호사를 추모하기 위한 추도식을 가졌다. 상주인 박관태 군의 협조를 받아 동기회장인 장순균 선생이 모든 과정을 주관했고 총무인 김일한 선생이 사회를 맡아 엄숙하게 진행했다. 그 추도식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합동 재배
2. 일동 묵념
3. 트럼펫 진혼곡(장순균)
4. 추모시 낭독(성금찬, 정규태)
5. 회장 추도사
6. 개별 헌주
7. 전체 교가 제창(하모니카 반주)
 

동기회장인 장순균 선생이 먼저 김일한 총무와 함게 고인에게 술을 한잔 올리며 혼을 부르고 있다.
 

합동 재배 장면이다. 동기들 모두가 큰절을 하면서 고 박재현 변호사의 명복을 빌었다. '부디 잘 가시게'. 
 

장순균 회장 트럼펫 진혼곡 연주 장면이다. 고인은 이 소리를 들으면서 못다한 한을 풀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어서 학창시절 학도호국단 연대장을 맡았던 친구 성금찬 선생이 고인을 추모하며 쓴 시를 낭송하는 순서다.  그가 쓴 추도시 <가슴 속에 캐른을 쌓으며>의 전문을 아래에 게재한다. 친구 성금찬은 경주 지역에서 시낭송가로 활동하고 있고, 유럽마을 펜션 대표로 바쁘게 살고 있다.
 
경북 영주에서 살고 있는 우항 정규태 시인이 직접 쓴 추도시를 또 하나 낭송하기로 되어 있는데 조금 늦게 오는 바람에 여기에서 낭송하지 못하고, 발인식 때(5.11. 07:00) 회장이 대신 낭독했음을 밝힌다. 산을 오르내리면서 막걸리 한잔씩 주고 받으면서 추억을 쌓았던 우리 동기들을 남겨두고 먼저 떠난 고인에 대한 그리움과 간절한 염원을 담은 작품들이다.

** 추도시 1
가슴 속에 캐른을 쌓으며
                          성금찬

갑자기 찾아 온 그대의 부음
삶과 죽음의 길
이다지도 가까운 것인가
천상의 절대자는
가장 아끼는 자를 먼저 불러
곁에 둔다지만
남겨진 자에게 주어지는
별리의 통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것인가

보통의 우리네와 다른 비범함과
끝간데 없는 사유의 깊이와 폭
거침없는 무애의 자유인인 그대여
어쩌면 그대는
애시당초 이 풍진 세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소
그럼에도 그 비범함을 애써 감추고
보통의 우리보다 더 힘든 삶을 살아 왔는지도 모르겠소

그러하니 벗이여
이제 이승에서의 찰나적 삶, 속박, 거추장일랑 훌훌 털어 버리고
진정한 자유혼 되어
영원 속에 사소서

엎드려 통곡하며 비노니
그대 마음의 안식처요 놀이터였던
팔공의 품안에서 고이 잠드소서

남겨진 우리는
저마다의 가슴 속 깊은 곳에
그대 이름 새겨진 작은
캐른 하나 쌓아두겠소
ㅡㅡㅡㅡㅡㅡㅡㅡ

** 추도시 2
자유하소서
                          정규태

간다
우지 마라 간다
팔공의 날능선 아내 찾아 나는 간다

못잊어 못잊어 아내를 찾아
힘들어 힘들어 자유를 찾아

베허진 가슴으로 팔공산을 헤매이다

간다
우지 마라 간다
팔공의 날능선 자유찾아 나는 간다
 
서러워 서러워서
잘 가시란 인사를 차마 못합니다

팔공정원에서
부디 영원토록 자유하소서

이어서 장순균 회장이 먹을 갈아 한지에 붓글씨로 직접 쓴 애절한 추도사가 많은 친구들과 조문객들을 울렸다. 아래에 전문을 게재한다.
 
친구 재현 영전에!
 
팔공도인 그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낯선 바람아, 덧없은 한 세상 답답한 마음을 너는 달래주느냐?
팔공산 구름 타고 바람이 되어 홀연히 사라지는가?
 
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팔공산 산길 따라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
하늘과 땅 사이에 모든 꽃잎은 풀어져도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산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그리워 눈물 나면, 고요한 밤 잠 안오는 밤 그대 모습 보고 싶으면
팔공산 바라보며 별만 헤아린다네!
수없이 걸었던 비로봉, 동봉, 서봉, 인봉,
용바위능선, 미타능선, 노적봉, 북지장사길
오월 찔레꽃 하얗게 피는 이 때
산등성이 구름 넘어가며는 그대 이름 불러본다.
 
사람이 떠나간다고 그대여 울지 마시게!
바람처럼 물처럼 가는 인연 잡지 마시게!
때가 되면 새로운 인연으로 다시 만나세!
세사에 지쳐 울고 싶은 날
바람이 되어 한없이 위로가 되는
그대 곁으로 가서 참았던 눈물 쏟고 싶구나.
 
들판의 보이이삭이 비릿한 향기 날 때
저녁노을 붉게 타는 팔공산아
동화사 풍경소리에 보고 싶은 내 마음 어찌 하리오.
하늘을 이불 삼아 밤이슬을 베개 삼아
팔공산 마루금에서 고이 머무시게
 
태양이 환한 대낮에도 붉은 꽃으로 피고
칠흑같이 캄캄한 밤에도 푸른 별로 피어라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고
우리 영신고 22기 동기 가슴에 영원하리라.
 
함께 해서 고맙고, 행복했다. 
팔공도인 우리친구 박재현, 잘 가오.
 
2024.5.9.
영신 22기 동기 일동
 

화답이라도 하는 듯 영정사진의 고인은 우릴 향해 눈웃음을 보내주고 있었다. 이 영정사진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배 ** 변호사란 분이 찍은 사진이라는데, 이 사진을 찍을 때 당시 팔공도인 스스로가 "이거 내 영정사진 하면 되겠다."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영정사진을 찍은 배변호사를 만나 직접 들은 이야기를 김태천 판사가 전해 준 내용이다. 김판사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은 생각이 났다고 하면서 덧불인 말이 있다. '살아있는 우리가 시간, 어제오늘내일이라고 편의상 구분할 뿐, 어제도 없고 오늘도 없고 내일도 없다.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또한 내일일 뿐'이라는 것!! 어느 스님의 법문을 통해서 들을 수 있는 차원 높은 말씀 같다.
여하튼 우리 고등학교 동기들 참 대단하다. 두터운 우정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으니 말이다. 고인의 명복을 빌기 위해 장례식장 추모식에 참여한 친구들이 무려 60명 정도라고 하니 짐작이 가고도 남을 것이다.
 

개별 헌주 시간, 제일 먼저 왕회장 성금찬이 헌주하고 수제(회계사)가 이어 술잔을 올리고......
 

장회장의 오카리나 연주, 조용필의 <친구여>란 곡인데 오늘 따라 가사의 내용과 선율이 한데 어우러져 가슴에 와 닿는다. 고인의 혼을 불러내어서라도 다시 만나고 싶은 애절함이 강하기 때문이다. '꿈은 하늘에서 잠자고 추억은 구름 따라 흐르고 친구여 모습은 어딜 갔나 그리운 친구여 옛일 생각이 날 때마다 우리 잃어버린 정 찾아 친구여 꿈속에서 만날까 조용히 눈을 감네. 슬픔도 기쁨도 외로움도 함께 했지 부푼 꿈을 안고 내일을 다짐하던 우리 굳센 약속 어디에 꿈은 하늘에서 잠자고 추억은 구름 따라 흐르고 친구여 모습은 어딜 갔나 그리운 친구여'  
 

추도식의 마지막은 교가 제창이다. 장순균 회장의 하모니카 반주에 60여 명의 동기 조문객들은 교가를 제창했다. 장회장은 오늘 트럼펫, 오카리나, 하모니카 등 세 악기를 동원해서 추도식을 풍성하고 의미있게 해 주었고, 많은 분들로부터 동기들의 끈끈한 우정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는 반응과 함께 칭찬을 많이 들었다. 동기회를 대표하는 회장단의 역할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내고 싶다.
 

 
고인은 팔공산에 오를 때마다 수많은 사진을 찍었고 동기들 단체 카톡에 공유하곤 했는데, 그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 스마트폰에 남긴 여러 장의 사진 가운데 마지막 3장의 사진을 아래에 공개한다. 톱날능선 주변의 풍경이어서 더욱 마음이 아리다.

 
아래의 사진은 누가 찍었는지 모르겠으나 고인의 이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생전 모습 같다. 아, 친구여!

 
고인이 남긴 시 두 편도 감상하면서 고인의 성찰적 삶과 바람처럼 살다가 '떠돌고 가라앉은' 그의 삶의 태도를 음미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눈썰미 있는 안동의 이기출 선생이 빈소에서 문상하던 날, 빈소 영정 아래 놓여져 있는 시를 캡처해서 올려 놓은 것을 다시 이곳에 옮겼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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