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고 노무현 대통령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그 때마다 아내와 나는 봉하마을을 찾게 되는데, 누가 먼저 제안하든 봉하마을에 가자고 하면 같은 마음이 되곤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이후 매년 한두 번씩은 꼭 다녀가게 되는 곳이 되었다. 자주 오가다보니 마을 주변이 점점 더 좋아진다. 특히 화포천을 거닐어보는 즐거움이 크다. 무능한 권력자와 집권 여당의 파렴치함에 극도로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요즘, 모든 것을 제쳐두고 봉하마을을 찾으면 큰 위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화장한 유골은 안장하되 봉분을 만들지 않겠다"는 유족들의 뜻에 따라 지하에는 안장시설을 하고 "아주 작은 비석만 남겨라"는 대통령의 유언에 따라 검소하게 남방식 고인돌 형태의 낮은 너럭바위을 봉분처럼 올렸다. 묘역의 박석은 국민참여 방식으로 조성되었다. 너럭바위에는 '대통령 노무현' 여섯 글자만 새기고 1만 5천여 개의 박석 하나하나에 담긴 국민들의 존경과 추모, 애도와 사랑의 글 전체가 비문을 대신하게 만든 묘역이다. 추모글이 새겨진 박석과 자연박석이 어우러져 '사람사는 세상'을 형상화했다.
부엉이 바위, 예전에 부엉이가 많이 살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지금도 가끔 부엉이 울음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이 앞으로 접근할 때마다 느끼는 먹먹함이 그것을 증명하고도 남는다.
사자 바위 아래 위치한 고 노무현 대통령의 묘소. 오늘도 저 노랑 바람개비는 노무현 대통령이 생전에 국민들에게 남긴 희망의 메시지처럼 변함없이 돌아가고 있고 먹먹해진 가슴을 달래고 있는 것 같았다. '대통령님, 보고 싶습니다.'
생태문화공원(사람사는 들녘), 봉화산 근린공원의 일부로써 국가보존지역인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중심으로 봉화산 기슭으로부터 봉하들판에 걸쳐 2015년에 조성되었다. '흙길 따라 풀, 꽃, 나무를 함께 보면서 새소리 벌레소리 들으면서 길을 걷는 삶, 그것이 국민들의 복지다.'라고 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뜻을 살려 <사람사는 들녘>이라 이름지었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농촌마을을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하여 휴게와 더불어 다앙햔 생태교육과 문화 행사를 경험할 수 있다.
상주 출신의 김주대 시인의 그림과 시가 반가웠다. 누군가의 기획인지 모르겠으나 화포천으로 들어가는 들판의 단조로움을 신선하게 깨뜨리고 있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 같았다. 몇년 전 상주 시내 모 갤러리에서 시와 그림을 전시할 때 뵈었던 기억이 김주대 시인의 소박한 웃음이 오버랩 되었다.
'노부부 외식 가다'란 시가 눈에 들어왔다. 툭하면 아내가 나에게 하는 말과 거의 비슷해서 씁쓰레하다. 아직 젊은 나이인데 등이 약간 굽은 듯한 나의 자세가 못마땅해서 하는 아내의 투정이 연상되는 것이다. '나도 이젠 다 됐나?'
뱀산 중턱에는 대통령의 어머니가 7년간 개간하여 조성한 감나무 과수원이 있다. 그 한가운데 보이는 초가집이 '마옥당'이다. 공부방 한 칸, 부엌 한 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통령의 아버지가 구슬을 갈고 닦듯 공부하라는 의미의 이름이다. 이후 마옥당은 오랜 기간 사용하지 않아 자연스레 집이 무너졌고 그 터만 남아 있었으나 2022년에 복원하고 지원시설을 마련했다. 거기에서 청년 노무현은 고시공부를 했고 고졸(부산상고 졸업) 학력으로는 유일하게 고등(사법)고시에 당당하게 합격을 했다. 잠시 판사로서 역할을 하다가 인권변호사로 변신, 노동자와 약자를 위한 변호를 앞장서서 함으로써 감동을 주었으며 정계에 입문하여 진실되고 뚝심있는 정치가로서 국민들에게 숱한 감동을 주게 되면서 운명적으로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올랐던 것이다. 나는 지금도 5.18 광주사태 관련, 5공 청문회 때 전두환과 그의 부하들, 재벌 회장 등을 논리적으로 꼼짝못하게 하고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해서 혼내주던 장면을 잊을 수 없다. 노무현이란 정치인이 많은 이로부터 존경받게 된 계기가 된 것도 그 때부터였을 것이다.
화포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하천형 배후습지로 정부가 발표한 '아름다운 100대 하천'에 선정되었다. 다양한 물고기와 창포, 선버들 같은 습지식물들이 사는 생태보고다. 쓰레기와 폐수로 황폐해졌지만 대통령 귀향 이후 '화포천 살리기'를 통해 다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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