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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머니 생신날 풍경

사진과 함께

by 우람별(논강) 2024. 1. 2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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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생신 하루를 앞두고 5남매 식구들이 모였다. 모임 장소는 막내가 예약해 놓았던 성서공단 내 <전라도 장어마을>(대구 달서구 성서공단로 11길 70-14, 전화 582-2661)이었다. 가족들끼리 모임을 가질 수 있도록 칸막이가 쳐져있는 공간이라서 행사를 진행하기에 분위기는 괜찮은 것 같았다. 모처럼 맛본 부드러운 민물장어의 구운맛은 꽤 오랫동안 입안에 남아 풍미를 더했고, 그것을 안주삼아 마시는 소주의 맛도 기막히게 좋았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고3으로 진급하는 조카 성준이가 찍어준 사진이다. 제일 왼쪽, 3월 군입대를 잎둔 조카 성빈이의 브이자 포즈가 멋지다. 메인 요리인 장어구이는 아직 안 보인다. 이제 막 상이 차려지고 있는 상태라서 그렇다.
 

오늘의 주인공이신 우리 어머니, 먼저 큰아들과 단 둘이 생신기념사진을 찍었다.
 

어머니께서 쓰신 안경은 도수가 하나도 없는 맞보기다. 아버지께서 얼마 전에 어머니를 위해서 사 주셨단다. 어머니 연세에는 도수가 높은 안경을 쓰셔야 마땅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 바늘귀에 실을 끼울 정도의 시력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모든 게 희미하게 보인다고 불편함을 호소하셨는데, 가족들은 연세가 많아서 그러려니 했는데, 혹시나 싶어 안과 병원을 가 봤더니 백내장이 그 원인이었음을 알았고 곧장 수술을 받았던 것이다. 수술한 이후 온 세상이 너무 잘 보인다고 어머니께서는 좋아하셨다. 그간 무심했던 가족들이었음을 반성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다만 치아가 하나도 없어서 틀니 없이는 음식물을 전혀 드시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아버지께서는 모임에 참여하지 않으셨다. 몸이 불편한 탓이기도 하지만 뭔가 심기가 불편해서라는 생각도 든다. 가족들 행사에 자꾸 빠지면 스스로 외로워지는 법인데, 왜 그런지 일단 이해가 되지 않아서 자식으로서 섭섭한 생각마저 든다. 1년에 한 번 찾아오는 아내의 생일에 함께하지 않는 남편의 무심함을 탓할 법한 어머니이시지만 오히려 마음 편하게 됐다는 반응을 보이신다. 워낙 부부싸움이 잦은 탓에 그렇게 반응을 보이시는 것이 이상하지도 않을 정도가 되었다. 참여해서 여러 사람 불편하게 하기보다는 차라리 집에 있는 게 낫겠다는 어머니의 판단도 어쩌면 존중받아야 하리라. 

 

친절한 식당 주인장께서 찍어주신 사진이다. 꽤 여러 장을 찍었으나 이 사진이 제일 좋아서 여기에 담는다.
 

음식점에서 저녁 모임을 마치고 동생이 거주하는 오피스텔로 돌아와서도 어머니의 생신 축하 전야제는 계속되었다. 사업을 하는 김서방의 불콰해진 모습도 귀엽고, 제부 옆에 앉아서 열심히 이야기를 듣고 있는 이효주 권사도 사랑스럽다.
 

아시안컵 축구가 중계되는 티비를 얼핏얼핏 보기도 하고, 서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듣기도 하면서 밤은 깊어가고.....
 

시간은 자꾸자꾸 흘러 새벽을 향하고 있었다. 다른 식구들은 방에 들어가 잠자리에 들었고, 우리 3형제는 거실에 남아 술자리를 계속 잇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다들 취할 수밖에 없었고 나오는 말들이 서서히 날이 서 있었던 것 같다. 정치적인 견해 차이에서 오는 답답함에서 비롯되었음도 다들 알고 있었으나 달아오른 이야기는 좀처럼 끝나지 않았고 잠못 이루는 여인네들한테는 큰 고역이었을 것이다. 다들 목소리는 얼마나 큰가! 새벽 4시쯤 되어서야 집에 있는 모든 술이 다 동났고 눈동자도 많이 풀어져서 이내 몸을 눕히고 깊은 잠에 골아떨어졌다.
 

엄니 생신날 아침, 1403호 오피스텔에서 보이는 바깥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아버지는 혼자 남아 외로우실 텐데.....' 

두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생신상을 차리느라 바쁜 모습도 사진에 담아 보았다. '소훈 엄마, 제수씨, 감사합니다.'

조촐한 어머니의 생신상, 어머니께서는 매우 고마워하셨다. 5남매의 계금에서 지급되는 20만 원의 용돈 포함해서  아들, 딸들, 사위가 조금씩 개인적으로 드리는 용돈까지 받으셨으니 마음이 흐뭇해졌으리라 믿는다.
 

석주 동생도 50대 중반을 넘어서니 흰머리가 많이 늘었다. 160여 명의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으로서 얼마나 신경쓰일 일이 많을까 싶다. 어머니 생신 다음 날이 동생의 생일인데, 어머니 생신이 중심이 되다 보니까 늘 형제자매들의 관심을 덜 받게되기 일쑤였다. 그치? 미안해. '동생, 생일 축하하고 늘 그렇게 잘 해 왔듯이 앞으로도 잘 해서 더 멋진 성공을 거둘 것을 기원한다. 여러 면에서 든든한 동생이라서 별다른 걱정을 하지는 않지만, 당뇨를 앓고 있기에 늘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관리 잘하도록 혀.' 
 

아침 식사를 끝내고 외삼촌께서 보내주신 생신 떡케잌을 나누는 시간이다. 범주는 서울에 출장을 가야해서 일찍 집을 나섰고, 김서방도 일찍 출근해서 사업장의 일을 해야 해서 오늘 아침 식사는 같이하지 못했다. 아내는 준비해 간 커피를 내리고 있다. 컵이 한두 잔밖에 없어서 종이컵에다 내리는데 아쉽다. 효주는 딸기를 먹기 좋도록 잘라서 접시에 놓고 있다. 작년에 서울 목동교회 권사로 입직하여 어떤 누구보다 종교생활의 모범을 보이고 있는 동생이다. 어머니는 물론 우리 형제자매들이 기독교에 귀의할 것을 간절히 바라는 기도를 수없이 하고 있지만 달라지지 않는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처지와 나이에 무슨 종교냐는 냉소적 태도를 접하는 마음이 얼마나 불편할까마는 마음의 작용이 중요한 만큼 더 이상의 기대는 하지 않는게 좋겠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효주 동생, 미안해.' 

4남매와 두 며느리만의 조촐한 자리, 커피를 한 잔씩 내려 놓고 떡케잌에  촛불을 밝히고 축하 노래를 들려 드려야 한다.

어머니의 생신을 축하하는 노래 장면. "생신 축하합니다. 생신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어머니, 생신 축하합니다."

나는 친구(장순균)와의 약속시간을 지켜야 해서 먼저 출발해야 했다. 금주도 아파트에 혼자 계실 아버지께 가기 위해 어머니와 효주 언니를 태워 가야 한다. 출발 전에 차 앞에서 사진 한 장 찍기로 했다. 나도 찍어주고 금주 옆으로 가서 셀카를 찍었으나 워낙 사진이 좋지 않아서 여기에 담는 것은 생략했다. "금주야, 이런 저런 준비로 고생 많이 했다. 막내라서 신경 쓰이는 일을 많이 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미안하데이. 사실은 막내가 너무 일을 잘해서 모든 것을 믿고 맡기는 거지 뭐. 부모님과 제일 가까운 데 살고 있다 보니 겪게되는 업보라는 생각도 든다.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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