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카페에서 친구와 만나 커피를 한 잔 하고 있을 때 휴대폰이 울린다.
액정에 뜬 이름이 참 반갑다. 수시로 소식을 전해주었던 제자로부터 오는 전화다.
"아이구, 웬일이야 그간 잘 지냈는가?"
"선생님, 그간 연락도 제대로 못드려서 죄송합니다."
"바삐 사는 요즘인데 어디 전화하기가 쉽나? 오늘처럼 이렇게 목소리 가끔 들으면 되는 거지 뭐."
"오늘은 선생님께 기쁜 소식을 하나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기쁜 소식이라?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직감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대령의 계급을 제법 오랫동안 달기도 했고, 워낙 성실하고 출중한 군인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몰라도 우리 제자만큼은 머지 않아 진급 소식이 오지 않을까 예상을 했다. 그러나 그 기회가 하늘의 별따기 같아서 많은 분들이 대령 계급까지 올랐다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예편을 한다는 말을 들었기에 그저 막연히만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슨 기쁜 소식일까? 기대 되는데 퍼뜩 말해 보게나,"
"선생님께서 기대하셨던 대로 제가 머지않아 별을 달게 되지 싶습니다."
"와, 축하한다. 드디어 우리 제자가 장군이 되는구나."
"얼마 전 승진 대상자로 통보를 받았습니다."
"정말 축하해. 모친께서 얼마나 좋아하시겠냐?"
학생은 실장을 맡아 학급일에 솔선수범했고 공부도 잘해서 친구들한테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 학생의 국어교사이자 담임이었던 나는 40여년 전의 어느 한 시점이 생생하게 떠올라 그 시절을 잠시 회고해 본다.
군 제대를 하고 현직 교사로 복직을 하게 된 학교가 **중종합고등학교였는데 84년 3월 1일자로 그 학생과 나는 거기에서 특별한 사제간의 인연을 맺었다. 그 학생의 아빠는 당시 대대급 병영에서 선임하사로 근무하던 김** 중사였다. 만나면 늘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막걸리 잔을 수없이 주고받으면서 잔을 비우기만 하면 금방금방 서로 채워주던 기억이 새롭다. 결국 나는 부지불식간에 만취가 되어 늦은밤의 처용처럼 터덜터덜 희죽희죽 하숙집으로 돌아오곤 했는데, 그 횟수가 꽤 여러 번이었을 것이다. 학생은 술과 풍류를 좋아하는 담임이 그다지 싫지는 않았는지 정이 많이 들어서였는지 서울로 전학을 가서도 사관학교에 입학하고나서도 장교가 되어 군생활을 할 때도 수시로 안부를 전해주었고, 한 때는 술자리도 함께하면서 정을 많이 쌓아 왔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학생의 부친은 두 아들을 당신의 뜻대로 군인으로 키웠으나 오래 살지를 못하고 46세 되던 해(1993년) 병으로 그만 돌아가시고 말았다. 그간 미망인 최인* 여사께서 고생고생 살아오신 이야기는 더 말해 무엇하랴. 다만 이번 아들의 장군 진급 소감을 스토리울진 인터넷 신문에서 그 겸손함과 소박함을 잘 보여주시는 인터뷰를 했다.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에 부모로서 큰 힘이 되어주지 못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스스로 훌륭히 살아 장군이 된 장한 모습에 아들이 너무 고맙다. 하나님의 은총과 더불어 축하해 주신 이웃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오늘은 나의 축하 전화를 받으면서도 ‘잊지 않고 축하해 줘서 고맙고, 언제 울진을 지나갈 일 있으면 한 번 집에 들르라’고 했다. 나도 꼭 한 번 뵙고 싶다는 반응을 보이고 전화를 끊었는데 목소리는 젊은 시절과 다름이 없으셨다. 참 예나 지금이나 정이 많으신 분, 학생이 서울 마포고를 졸업하고 시관학교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을 무렵 내가 근무하고 있는 경주여고에 잠시 들러 만났던 기억, 학생 결혼식날의 혼주로서 반가워하셨던 만남이 생각난다.
저녁을 먹고 나서 그 흥겨움을 이기지 못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김대령, 옛 선생 잊지 않고 좋은 소식 들려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잘 준비해서 하고자 하는 일 멋지게 성취하길 바래. 화이팅!'
금방 답이 오기를,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늘 진솔하게 최선을 다하고자 했습니다. 앞으로도 변치않고 정진해나가겠습니다. 정직하게. 늘 건강하시고 뵐 수 있는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그래, 우리는 조만간 만나는 거다. 올겨울 강화도 부근 어디메쯤 만나 쐬주 한잔 마시고 사제간의 옛정을 나눠보는 거다. 고 김진만 상사님의 분신인 김준장과 매화 시절의 추억을 되새겨 보는 거다.^^
아무리 봐도 참 잘생긴 얼굴이다. 군인 특유의 딱딱함 우직함보다는 지성미가 느껴지는 덕장의 이미지다. 나이가 들면서 그 특징이 더 잘 드러난다. 준수한 외모에 다 활짝 웃음을 던지는 순간, 가지런한 이와 눈길에서 느낄 수 있는 단정함과 자애로움이 김장군의 최고의 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 조물주께서 잘 도와주리라 믿으며 나 또한 김장군의 앞날을 응원하면서 전도양양하기만을 기도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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