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에 걸쳐 마산, 창원, 진해 지역을 한 바퀴 둘러보는 창원시티 투어를 다녀왔다.
진해구청 옆 모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진해구청 주변에 조성된 조각 작품을 감상하고
밀물 때는 섬이 되고 썰물 때면 모세의 기적처럼 길이 열리는 동섬
진해 군항제(벚꽃축제)가 열릴 때가 되면 전국의 선남선녀들이 구름떼처럼 몰려온다는 곳, 여좌천 로망스 다리 위에서
누군가 창원에서 꼭 가 볼만 한 곳으로 추천해서 들른 흑백다방, 클래식 음악 다방 겸 문화예술 사랑방이다.
1955년 칼멘 다방을 서양화가 유택렬이 인수하여 까치의 이미지에서 따온 '흑백다방'으로 간판을 바꿔달면서
시작되어 진해의 문화예술 무대가 되기도 하고 문화 예술인의 사랑방 역할을 해 온 곳이라고 한다.
클래식 음악감상을 주로 해 왔으나 1990년대 후반부터 운영에 어려움을 겪다가
다방을 폐업하고 지금은 시민 문화공간 흑백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소 낡은 듯한 하얀색 벽면의 2층 건물, 'since 1955 흑백'이란 글귀가 세월을 느끼게 한다.
고 유택렬 화가님의 둘째딸 유경아씨가 흑백다방을 지키고 있었다.
그녀는 젊은 시절 영국에서 피아니스트로서 오랜 세월 유학생활을 하다가
아버지의 유산이자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흑백다방 운영을 위해서 귀국했단다.
특별히 청하지도 않았는데 우리 부부를 위해 향그러운 원두커피를 내려주었다.
그녀의 따스한 마음을 느끼며 한 잔 들이키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피아노 정기연주회 때 초청할 예정이니 연락처를 메모하는 장면이다.
창원을 방문하기에는 11월말이 제일 좋으니 그 때는 꼭 와 보라고 했다.
화가 이중섭이 선물로 주었다는 화구박스가 오랜 세월을 증명이라도 하듯
흑백다방 주인과의 끈끈한 인연과 함께 그 더께가 켜켜이 쌓이고 있었다.
흑백다방의 매력은 새로움보다는 고졸한 맛이 가득 메워진 곳이라는 데 있는 듯하다.
'월간문학' 표지에도 등장했던 유택렬의 추상화
백범 김구 친필시비, 이 시배는 광복 이듬해인 1946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이었던 김구 선생이 진해를 방문하여
해안경비대 장병들을 격려하고 조국 해방을 기뻐하면서 남긴 친필시를 화강암에 새겨 만든 비석이다.
이순신 장군의 우국한시 '진중음(陣中吟)' 중 일부 구절로 임금의 피난 소식을 접한 후 나라의 앞날에 대한
근심과 장부의 충혼을 느낄 수 있는 글귀이다. 誓海魚龍動(서해어룡동) 盟山草木知(맹산초목지)
해석하면, 바다를 두고 맹서하니 물고기와 용이 감동하고, 산을 두고 맹서하니 초목이 알아주는구나.
호헌철폐, 독재타도, 직선쟁취의 하나된 함성으로 물결쳤던 민주시민혁명의 기념물,
6월 민주항쟁 30주년 기념으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2017년 6.10일에 새긴 것이다.
3월의 의기, 4월의 선혈, 5월의 희생이 6월항쟁으로 꽃피다는 글씨가 크게 들어온다.
4.19의 도화선이 되었던 3.15부정선거와 마산학생 시위, 김주열 군! 1979년 9월, 10월
박정희 군부독재에 항거했던 부마사태, 그리고 최근의 '영화 1987'이 연상된다.
저녁 식사를 했던 곳이다. 마산은 아구찜이 유명한데, 실수로 꽃게찜을 먹고 말았다.
어느 날, 실제로 나에게 날개가 돋아나게 된다면? 겨드랑이가 가렵던 차에 이런 사진 하나 남긴다.^^
왕년의 프로씨름 선수 중에 뒤집기의 명수란 별명이 붙었던 이승삼씨,
지금은 60이 다 된 나이(1960년생)가 되어 조그만 샵을 하나 열고 오가는 손님을 맞고 있다.
나도 고등학교 시절 씨름 명문인 대구의 Y고 출신이라며 너스레를 떨면서 당시의
유명한 씨름선수 홍연욱, 이봉걸 선수 등의 이름까지 거명했더니 반가워한다.^^
이승삼 선수가 취급하는 물건들인데, 현물 직접 판매는 물론 위탁판매까지 하고 있단다.
아내와 나는 창동예술촌 주변을 한 시간 남짓 배회하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 날 새벽, 산책을 하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마산 어시장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일본군위안부 소녀상, 우리나라의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는 조각작품이다.
일제강점기 마산은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을 위한 중간기지이자 중간집결지였다.
그리고 이 일대는 일제시대 주민운동의 산실이던 마산 민의소가 있었고, 각종 혁신정당과
사회운동단체가 활발하게 활동하던 곳이었다. 해방 후에는 3.15 의거 부마항쟁,6월민주항쟁 등
현대사의 물줄기를 바꾼 사건들이 일어난 민주화의 성지로서 창원 지역 그 어느 곳보다도
역사성이 깊은 곳이다. 또한 이곳은 오랜 기간 마산의 중심지었고, 현재는 차 없는 거리로
혼잡하지 않을 뿐더러 오가는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있는 문화광장 입구에 자리잡고 있어서
사람들이 접근하기 좋은 곳이다. 뿐만 아니라 3.15의거탑과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 등
민주화의 상징적 장소가 가까이 있어서 근현대 역사탐방 코스로도 가치가 있다.
- 일본군 위안부 창원지역 추모조형물건립추진위원회 -
여기까지가 산책삼아 아침에 둘러본 풍경들이다.
한 시간 정도 돌아다니다가 여장을 챙겨 길을 나섰다.
제일 먼저 찾은 곳은 '문신미술관'이다.
미술관에서 내려다 본 마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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