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버지께서는 조상의 묘를 정리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앞으로는 벌초도 제대로 못할 것 같고, 여러 가지로 문제가 있으니
파묘를 하고 유골을 거둬들여 화장을 해서 분골을 묘 주변에 뿌리자는 것이다.
맏아들인 내 의견은 어떠냐며 물으셨을 때, 이미 땅에 묻힘으로써 자연으로 돌아가신 조상님을
그럴 필요가 있겠나 싶어 반대를 했었으나 결국 어른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아버지께서 손수 쓰신 축문, 마음이 아프다. 당신이 살아계실 때 선영의 묘소를 정리해야
후손들의 마음이 편치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축문을 쓰셨을 것임에 틀림없다.
파묘를 하기 전에 고조 할아버지 묘소 앞에서 산신축과 파묘축을 읽으면서 산신과 조상님께 예의를 갖추었다.
파묘를 하는 데는 포크레인을 동원하지 않을 수 없는 없었기에
내챙이 안골에 사는 송 기사한테 부탁을 해 놓았던 거다.
습골, 분골, 화장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조 기사님, 20년 전부터 우리 고향 마을에 살고 있는 분이다. 나보다 한 살 위다.
121년 된 고조할아버지 묘에서는 유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완전한 자연 귀의로 해석하고 싶었다.
실제로는 유택에 물이 나기 때문에 유골이 없어졌다는 조 기사님의 말씀이 있었지만......
향림의 고조할아버지 묘소를 정리하고 강현의 공동묘지에 묻혀계신
고조 할머니 묘와 증조부, 증조모 묘소를 정리해야 할 차례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고향 마을을 쳐다보며 조상님들이 살았던 시대를 상상해 본다.
조선 후기, 구한말에 걸쳐 참으로 혼란스럽고 가난하게 살아가셔야 했던 분들이다.
할아버지께서 제천에 묻혀 계셨던 어머니(나의 증조할머니)의 유골을 수습해서
충주 강현마을에 있는 아버지의 묘에 합장을 하셨다는데 아직도 유골은 남아 있었다.
다만 옆에 누워계셨던 증조할아버지의 유골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자연귀의!!
마지막으로 고조할머니의 묘소 앞에서 마지막 의식을 치르고.......
증조부, 증조모 합장묘에서 나온 유골을 수습해서 화장한 뒤, 분골을 해서 합장묘에 다시 뿌렸다.
고조 할머니 묘소가 있던 자리에 화장한 흙을 뿌렸다. 완전한 자연 귀의다. 편안히 잠드소서!
나의 마음 속에 조상님들의 삶과 역사를 담아두겠다는 심정으로 내 그림자 안에 흙을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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