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0일, 경주의 솔거미술관에 들렀다가 '신라에 온 국민화가 <박수근 특별전>'을 본 뒤,
아내에게도 자랑을 했더니 자신도 꼭 그 특별전을 보고 싶다 했고, 그 이유로 두 달만에 다시 찾았다.
8월 말까지 특별전은 계속되지만 늘 시간이 허여되는 것은 아니어서 기회가 있을 때 놓쳐서는 안 된다.
이왕 경주에 왔으니 미술관 말고 들르고 싶은 곳이 어디 없냐고 물었더니 아내는 없단다. 오로지
박수근의 그림만 보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했다. 40도 가까이 오르는 더위는 우릴 괴롭혔지만
'신라에 온 국민화가 <박수근 특별전>'의 매력에 휩싸여 또 한 번의 안복을 누릴 수 있었다.
황룡사의 <노송도>로 유명한 신라의 화가인 솔거의 이름을 딴, 경주솔거미술관,
경주세계문화엑스포장 언덕에 위치해 있어서 그런지 전반적인 조망이 괜찮은 것 같다.
건물의 외관이 주는 느낌도 좋다. 건축가 승효상 선생님의 작품이라고 하니 더 돋보인다.
미술관 1층의 영상관에 들러 박수근의 삶을 조명한 SBS 방송 녹화 프로그램을 보았다.
박수근 화백의 가난과 겸손함, 그림에 대한 열정, 가족에 대한 사랑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왜 그가 국민화가로 불려지는지를 대충이나마 알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 같아서 좋았다.
박대성 화백의 거대한 그림을 전시하고 있는 공간, 이렇게 큰 그림도 가능하구나 하는 생각!!
한 그루의 늙은 소나무, 가지 사이로 빛나는 밝은 달, 그리고 탑.... 전체적으로 신라의 이미지다.
물러나지 않는 황소의 대결, 그러나 오른쪽 소가 밀리고 있었다.
이유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겠지요? 한 녀석은 오줌을.....^^
여백의 미와 무채색 계열의 오밀조밀한 강렬한 색감을 강하게 표출하는
독특한 화풍을 보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특별전시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박수근의 삶과 수상 경력, 개인전시회, 단체전시회 등의 약력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박수근의 그림들은 하나같이 크기가 작았다.
비교적 큰 그림이 정면으로 보이는 <빨래터>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도 37 * 72센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박수근 화백께서는 주로 소품을 그렸다는 결론인가?
비록 작지만 그림의 값어치는 엄청나다. 몇 십억을 호가하니.....
워낙 독특한 그림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보면 정확할까?
그는 고백하기를 "나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예술의 대단히 평범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내가 그리는 인간상은 단순하고 다채롭지 않다.
나는 그들의 가정에 있는 평범한 할아버지나 할머니
그리고 어린아이들의 이미지를 가장 즐겨 그린다."
<기름장수>
<앉아있는 여인> 27.8 * 22센티,
장터에서 소금을 파는 아낙의 무료함과 근심을 드러내고 있다.
박수근의 붓끝이 바로 눈앞에서 움직이고 있는 느낌이 드는 그림이다.
이 작품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다 액자 안에 유리로 차단되어 있는데
이 그림은 그 표면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눈으로만 감상하지만 누군가 손대서 손상되면 어쩌려고?'
<빨래터>란 작품이다. 박수근은 빨래터 장면을 자주 그렸다.
그림에서도 대각선으로 배치된 여인들이 냇가에 모여
찬물에 손을 담가 빨래를 비비거나, 방망이질을 하는 중이다.
우측으로 갈수록 인물상의 크기 작아지고 개울물의 폭도
점차 좁아져서 원근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좌판>, 19 * 24센티, 아버지 어머니 아들 등 한 가족을 재현한 작품
박수근 화백의 십이지신상 탁본 작품도 전시되고 있었다.
박수근은 신라의 문화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연구했다고 한다.
신라의 석조문화 특히 경주 남산의 화강암 속 마애불과 석탑,
그리고 신라토기에 관심을 가졌는데, 그간 남긴 탁본들이 그 징표이다.
경주솔거미술관은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한 건물이다.
이 공간이 그의 건축 설계의 진수를 보여주는 곳이 아닐까 싶다.
자연 그대로의 연못이 이 창을 통해 그 멋스러움이 더 한층 부각되었다고나 할까?
그가 설계한 건물들이 주는 독특한 멋스러움이 여기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박수근이 경주를 자주 찾았음을 보여주는 탁본 작품들이다.
박수근의 드로잉은 간략하면서도 내용만 집약시킨 연필 선묘가 주를 이룬다.
소재가 인물이 되건 풍경이 되건 대상을 압축적으로 핵심만 뽑아 형상화 된다.
바로 위의 그림만큼은 판매용 그림이다. 진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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