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나 정현이야.
- 단원고 2학년 4반 김정현의 약전(略傳)을 읽고 나서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게 축구였지
하루 일곱 시간 공을 따라 뛰어다녀도
지겨운 줄도 지치는 줄도 몰랐어
그 순간만은 하늘을 날으는 것보다 좋고
짜릿하고 벅찬 기쁨으로 뛰고 또 뛰었어
축구는 생명을 주는 마법사였지
운동만 하던 내가 어느 날,
역사 선생님이 되는 꿈을 꾸었어
담임 선생님 덕분이야 끝까지 믿어주셨거든
심부름, 모둠 대표, 남다른 리더십 기회를 주셨어
알아주고 믿어주면 더욱 열심인 성실파야 난,
선생님은 날 철들게 하고 감동시킨 위인이셔
형, 공부도 운동이랑 다를 게 없더라구
나한테 잘 못 해 준 걸 후회한다며?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형은 단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사람
나 대신 엄마랑 드라마도 같이 보고
기타 치며 노래도 부르고 맛있는 거 사 먹어
여자 친구 생기면 연애상담도 하고
멋진 옷도 사 달라고 그래
박재동 화백의 그림 보관하고 있지?
내가 국가대표 유니폼 입고 축구하는 캐리커쳐,
먹잇감을 향해 질주하는 표범 같은 그림,
이것만큼 내마음 표현한 게 세상에 있을까
난 모두에게 그 그림처럼 기억되고 싶어
형도 멋지고 당찬 남자로 살아야 해
엄마를 위해 아빠를 위해 언제나
멀리서 지켜보고 있을 나를 위해
어떻게 하지 (0) | 2017.03.06 |
---|---|
세월호 기억 시 4 (단원고 2학년 4반 박정훈) (0) | 2016.08.31 |
세월호 기억 시 2 (단원고 2학년 4반 안형준) (0) | 2016.08.29 |
세월호 기억 시 1 (단원고 2학년 4반 안준혁) (0) | 2016.08.28 |
살다 보면 (0) | 2016.05.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