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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기억 시 1 (단원고 2학년 4반 안준혁)

사이비시 몇 편

by 우람별(논강) 2016. 8. 28.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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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갔니



착하고 성격 좋은 준혁이

고깃집 사장이 되고 싶었던 준혁이

설빔 추석빔 때는 눈썹이 먼저 웃고

온 얼굴로 웃던 아이, 어디로 갔을까

답장이 없네 답장이 없어

 

제주도로 첫 수학여행 설레며 떠났는데

눈물로 범벅되어 몇 시간을 참고 참다가

차가운 바닷속 깊이 깊이 빨려 들어갔어

발 동동 구르며 오열하고 호소해도

구해주지 못했구나

구해주지 않았구나

 

어머니 기억 속에서 간 잘 보던 아이

제육볶음 만들어 먹던 꿈속의 요리사

가게 이름까지 정해두고 꿈 키우던 아이

엄마 말도 잘 들어서 사춘기도 없었다지

수학여행 가기 전 날

꽉 안고 뽀뽀하면서 잘 갔다 오라고

마지막 인사를 먼저 한 것 같은 엄마는

늘 하던 대로 그냥 인사만 해야 했다며

가슴 뜯으며 후회했다지


다섯 살 때는 목걸이로 널 찾았건만

이젠 아무리 둘러보아도 눈앞에 없구나

노란색 축구화 신고 출렁출렁 뛰어다니며

온몸에 땀을 흘리고 또 흘려야 하는데

어린 시절 힐리스 신발의 그 추억은

어디로 갔니

어디로 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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