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형준에게
늦둥이 너는 1997년 9월 16일생
어둠 뚫고 퍼지는 새벽빛 같은
탄생의 황홀함과 신비로움에
형준이는 독자로 커야만 했단다
굳게 믿었고 든든해서 좋았어
일곱 살 때, 중국 연길 조선인학교로 유학
형준이 네가 열 살 때는
뒷바라지 식당일로 엄마 고생한다고
큰 대야에 따뜻한 물 가득 받아
발까지 정성껏 씻어주지 않았더냐
전화기 너머로 들리던 짙은 그리움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귀국했더랬지
태권도 잘하고 방송반일에 앞장서던 형준이
특기 살려 모 대학교 중국어과 진학을 결심
세심한 심성으로 엄마의 보호자처럼 살았어
물살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같이 퍼덕거리며
싱싱한 젊음으로 농구장 주름잡던 너였어
오직 하나뿐인 아들 형준아,
네가 공부하던 책상과 책들, 중국어 교본
모든 게 그대로 있는데, 도대체 넌.....
아빠 엄마는 하얗게 밤을 새운다
천둥치고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는
제주로 떠나기 전에 준 용돈은 다 썼니?
두둑하게 다시 준비해 놓을게
다시는 현관문 잠그지 않을게
네가 돌아오는 꿈길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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