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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기억 시 2 (단원고 2학년 4반 안형준)

사이비시 몇 편

by 우람별(논강) 2016. 8. 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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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형준에게

 

 

늦둥이 너는 1997916일생

어둠 뚫고 퍼지는 새벽빛 같은

탄생의 황홀함과 신비로움에

형준이는 독자로 커야만 했단다

굳게 믿었고 든든해서 좋았어

 

일곱 살 때, 중국 연길 조선인학교로 유학

형준이 네가 열 살 때는

뒷바라지 식당일로 엄마 고생한다고

큰 대야에 따뜻한 물 가득 받아 

발까지 정성껏 씻어주지 않았더냐

전화기 너머로 들리던 짙은 그리움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귀국했더랬지

 

태권도 잘하고 방송반일에 앞장서던 형준이

특기 살려 모 대학교 중국어과 진학을 결심

세심한 심성으로 엄마의 보호자처럼 살았어

물살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같이 퍼덕거리며

싱싱한 젊음으로 농구장 주름잡던 너였어

 

오직 하나뿐인 아들 형준아,

네가 공부하던 책상과 책들, 중국어 교본

모든 게 그대로 있는데, 도대체 넌.....

아빠 엄마는 하얗게 밤을 새운다

천둥치고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는

 

제주로 떠나기 전에 준 용돈은 다 썼니?

두둑하게 다시 준비해 놓을게

다시는 현관문 잠그지 않을게

네가 돌아오는 꿈길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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