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전 형님과 평수 선생님을 태운 나의 애마 산타페는 봄비를 맞으며 김천을 출발
거창을 지나면서 4차선으로 확장된 88고속국도로 올라 함양, 남원을 거쳐 삽시간에 화순에 닿았다.
화순에 도착했을 때는 비도 그치고, 자욱한 산안개와 신록 사이로 피어난 연분홍 산벚나무들이
독특한 매력을 내뿜고 있었다. 주변의 풍광을 카메라에 담느라 바빴다. 자, 산의 향연을 보시라!
화순 적벽(노루목 적벽)에 가려면 특별히 예약을 해서 정해진 인원만큼만 출입이 가능하다고 해서
며칠 전 남전 형님께서 예약까지 다 해 놓았건만, 전국적으로 비가 오는 바람에 취소 통보를 받았다.
어쩌랴, 마음 먹었으니 그 근방이라도 다녀오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여 우리 셋은 빗속을 달려온 것이고,
화순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비는 멎었고, 오히려 더 멋있는 풍경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 않는가!
전라남도 화순읍 동복호 주변에는 그 식생들로 인해 그 풍경이 중국 양자강 상류의 적벽과 비슷하다고 하여 이름붙여진 곳이 네 군데 있다.
물염정 앞으로 보이는 물염 적벽, 그 앞으로 동복천이 유유히 흘러가고 있다.
난고 김병연(1807~1863)이 머물러 살았던 곳이기도 한, 화순 동복에는 김삿갓을 기리는 흔적들이 많이 남아 있다.
가운데 앉은 분이 평수(平水) 전현배 선생님이다.
오상고에서 국어교사로 오랫동안 근무하다가 몇 년 전에 명퇴를 했다고 한다.
작년 11월부터는 남전 선생님의 학교인 어모중학교에서 기간제로 근무하고 있고
내일이면 계약이 만료되는데 아쉬운 마음에 여행을 함께하게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상이 참 좋으시고 몇 마디 말씀 나눠보니 나와 대화가 잘 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청려장(靑藜杖)을 수백 개나 만들었고, 자택의 돌담을 몇 년째 쌓고 있다는 말을 듣고는
보통 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막걸리 마시며 한 수 배워야 하리라.
물염정 주변을 둘러보고 점심 식사를 하면서 마셨던 석탄주, 전현배 선생이 귀한 술이라며 가져온 것이다.
나는 운전 땜에 맛만 잠시 보았을 뿐, 두 분께서 다 비웠다. 얼마나 부럽던지..... 구미에 사는 친구가 정성들여 직접 담갔고,
그 술을 특별히 주문해서 몇 병 갖고 있는데, 오늘 여행을 위해서 먼길까지 가져와 개봉한 것이다.
가슴에 달고 있는 세월호 뺏지를 보니 평수 전현배 선생님의 마음을 다 알 수 있을 것 같다.
세월호 침몰 2주기는 내일모레로 다가오는데,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우나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소야대의 정국으로 재편되는 기적이 일어났으니 희망이 보인다.
왼쪽 위로 보이는 산이 옹성산이라고 한다. 철옹산성이 있는 산이라고 해서 부른 이름일 것이다.
화순읍 이서면 야사리에 소재한 느티나무 두 그루가 눈에 확 뜨여서 가까이 다가가 보기로 했다.
평수 선생의 청려장 사진이 멋있다. 나도 하나 얻었으니 열호재의 아버지께 선물하면 아주 좋아하실 것 같다.
'햐, 고놈 희한하게 생겼다. 주변에 은행 열매가 있는 것으로 보아 암나무인 것 같은데 왜 이런 놈을 달고 있는 거야?'
서성제라는 이름의 호수다. 환산정이란 정자를 품고 있어서 유명한 곳이란다.
환산정으로 가는 길
환산정
정자 앞에 자생하는 댓잎현호색, 현호색의 종류는 수십 가지가 넘을 정도로 많다고 한다.
평수 선생은 꽃, 나무 등의 이름을 모르는 게 없을 정도의 전문적 식견을 가진 분임을 새삼 알았다.
환산정을 떠나면서 기념사진을 한 장 남기고 귀로에 올랐다.
남원에 있는 혼불문학관에 들러 최명희 작가의 숨결을 잠시 느껴보고
새집추어탕 집에서 들러 추어탕을 한 그릇 하고 가기로 했다.
소설 '혼불'의 배경이 되기도 한 서도역, 지금은 폐역이 되어 사람들조차 거의 찾고 있지 않았다.
한참을 서도역 주변에서 머물렀지만 만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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