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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에게

사이비시 몇 편

by 우람별(논강) 2016. 2. 19.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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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도 용정에서라도 받아주세요

흑백영화 속에 등장한 형의 신선함

숲 속을 거니는 이슬처럼 영롱해서

사진 속에서 걸어나온 청순함과 닮아서

해방도 못 보고 돌아가신 형이 그리워서

마음 한 장 다듬어 꿈결에 띄워요


형처럼 부끄럼을 타지도 않고

형처럼 절박하지도 않은데도

세상살이 파랗게 지쳐버린 이웃들

이 해방 세상에는 참 많이 있어요

칠십 년 세월 흘렀어도 벼랑 끝에 살아가느라

자존심 따윈 이미 자본에 팔아 버렸는지

남아있는 건 비겁한 복종뿐인가 봐요

그저 함포고복(含飽鼓腹)하는 부자들이

이 거짓된 세상에는 참 많아요


친일파 후손들, 망령처럼 득세하여

정치 경제 교육 언론 모든 권력 차지했고

파시즘의 찌꺼기 구린내처럼 준동하고

남북한 전쟁 위험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권력의 편에 서서 교언영색(巧言令色) 하는 자 많고

낮은 자세로 정의롭게 살아가는 자 보기 힘들어

안경 도수라도 높여야 해요


히히덕거리는 풍부(豊富) 속에 숨은

또 다른 점령군을 향한 사대의식 때문인지

이젠 안전장치마저 물속으로 빠뜨리려 해요

다 빠뜨리고 살릴 것만 살려야 한다고

민족혼까지 저당잡아 거짓말하고 있어요  

수렁에 빠진 서민들의 처절한 몸부림을

지푸라기 몸짓으로만 보는 거지요


올해로 형 나이는 백 살이네요

스물 아홉은 살아있어서 감동이고

일흔 하나는 저항의 시가 감동임을 믿어요

형이 남긴 참회록과 자화상, 서시, 별

여전히 우리의 감각을 살려주고 있어요

간도 용정의 형님은 여전히 살아계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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