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고 매섭게 추운 날 저녁인데
근무지를 옮기게 된 교무부장 선생님은
아들이 바둑학과 수석 합격, 장학금 받았다고
저녁 식사 한 그릇 대접하겠단다
축하할 일이지. 참 좋은 소식이야
저녁을 먹는데 귀에 익은 전화가 왔다
선생님의 안부를 묻는 35년 전 야학 제자다
과년한 딸 둘이 시집가야 하는데
신랑감이 없어 걱정이고 중매를 좀 해 달란다
아들은 고졸 직후 취직했다가 갈길을 바꿔
IT 관련 대학에 다니면서 즐거워한단다
다른 제자들 연락은 없느냐고 묻는다
무소식이 희소식인데 뭐, 잘 살제?
배를 곯아 팔다리 힘이 없고
잠이 모자라 눈꺼플 무거운데
그래도 잘 견뎌낸 우리 제자들
주고받는 미소로도 서로 힘이 되었던
어둠의 새벽을 깨우며 해맑게 웃었던 야학 시절
추억과 사랑 아직 그대로 남아있는데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아있는지
여보게, 좋은 소식 한번 전해주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