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시낭송콘서트 후기] - 솔바람님 씀
사랑을 타고 흐르는 시 낭송콘서트
ㅇ 감동의 순간이 있기까지
세 번째의 콘서트가 성황리에 끝났다. 관객들의 환호와 갈채는 첫 번째, 두 번째보다도 훨씬 뜨거웠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더 나아져야 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거저 얻을 수 있는 보람은 물론 아니었다. 두 번의 축적된 경험과 함께 회원들의 열성적인 참여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었다.
그 환호와 갈채는 세 번째의 콘서트가 있기까지 16명의 출연자가 무려 22회에 걸쳐 연 176명, 연 81시간의 연습이 낳은 결과였다. 결코 적은 시간이 아니다. 출연자 한 사람이 평균 11회, 1회 평균 3.7시간을 연습을 하였으니 연습을 총지휘하는 회장님은 모두 651시간을 회원들께 주신 셈이다. 회원님들도 낭송예술에 대한 뜨거운 열정으로 참여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겠지만,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구은주 회장님의 고행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협회 운영과 콘서트 준비에 대한 크고 작은 모든 일을 다 챙겨야 하셔야 했던 어려움과 함께 개인적으로도 너무 힘든 고통을 겪으셔야 했다. 콘서트 준비로 바쁜 와중이었던 5월 어느 날 발목 부상을 당하셔서 이후 한 달 이상을 깁스를 한 채로 준비과정을 총지휘하며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낭송 지도를 해내신 것은 낭송예술에 대한 준엄한 사명감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올해부터 우리 협회가 구미시로부터 문화예술행사 지원 단체로 선정되어 200만 원의 보조금을 받게 된 것은 여간 고무적인 일이 아니었다. 회원들도 회장님도 한껏 고무되어 콘서트 준비를 기운차게 해나갈 수 있었다.
일찌감치 콘서트 준비에 불을 붙여나갔다. 먼저 2015년 1월22일 정기총회에서 7월16일에 제3회 콘서트를 열기로 결정하고, 3월 정기회에서는 담당업무를 나누고 공연 콘텐츠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으기 시작했다.
5월 정기회에서는 주제, 장소와 시간, 공연 내용을 모두 확정하여 본격적인 연습에 돌입할 수 있게 되었다. 주제는 『詩는 사랑을 타고』로 하고, ‘시로 노래하는 아름다운 사랑法’이라는 부제를 붙여 ‘사랑’을 주제로 정했다. 사랑은 예술의 영원한 주제이기도 하지만, 요즈음 같은 각박한 세상을 아름답고 살갑게 할 수 있는 것도 역시 ‘사랑’밖에 없다는 회원 모두의 공감대가 만들어낸 주제였다.
일시는 2015년7월16일, 장소는 구미 해마루공원로에 있는 구미시근로자문화센터 시청각실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근로자문화센터의 문화 사업에 여러 가지로 협조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회장님의 애쓰심으로 센터로부터 장소 협조는 물론 적극적인 인적, 물적 후원을 약속을 받았다.
콘서트 콘텐츠와 출연진은 독송에 허광희 임종식, 듀엣낭송에 구은주·이권주, 김미성·편영미, 수필 낭독에 이일배, 윤송에 신영이, 윤진희, 이복희, 우동식, 퍼포먼스에 구은주, 김미성, 오재화, 이귀숙, 조미경, 이복희, 장수경, 시극에 이권주, 윤진희, 김명자, 조미경, 이복희, 시노래에 구은주, 오재화 등으로 나누어서 하고, 찬조 출연으로 대금, 팬플루트주, 성악 연주를 섭외하기로 결정하였다.
장르별로 선택하는 시들은 모두 다양한 모습의 사랑을 주제로 한 것으로 하며, 퍼포먼스에서는 쌩떽쥐뻬리 원작 『어린 왕자』 중의 한 부분을 구은주 회장님께서 각색, 연출하여 노래와 대사를 함께 엮어 사랑을 이야기하기로 했다.
5월 정기회를 마친 후 첫 연찬일인 5월28일부터 연습에 들어가 기량을 맹렬히 쌓아가고 있는데, 호사다마라 할까, 세상에는 ‘메르스’라는 일찍이 듣지도 보지도 못한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었다. 6월 들면서 급기야 후원 기관인 근로자문화센터와 구미시에서 7월 콘서트를 재고해 달라는 요청이 오기에 이르렀다.
다시 공연 일정을 고심하다가 9월12일로 잠정 결정하였으나, 그 날에 회장님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경북문인협회의 시낭송 행사가 잡혀 있다고 하여, 제반 사정을 감안해 10월17일로 미루었다. 답답한 일이긴 하지만 충분한 연습 시간을 벌어 더욱 질 높은 콘서트를 이루리라 하며 7월 정기회에서는 그간의 연습 결과를 모아 총연습을 진행하기도 했다.
7월 정기회 다음 날 경북문협으로부터 시낭송 행사가 취소되었다는 통보를 받게 되어, 콘서트 날짜를 다시 9월12일로 되돌리는 혼란을 겪으면서도 모두 한 마음이 된 회원님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맹연습에 들어갔다. 구미제일감리교회와 도립 구미도서관, 그리고 회장님이 시낭송 강의 중이신 금오공대 평생교육원 시낭송반 교실, 심지어는 회장님댁 아파트 게스트룸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으로 연습 장소를 바꾸어 가며 연습에 열정을 쏟았다. 연습 과정에서 거의 모든 회원님들이 여러 가지 맛있는 간식을 준비해 와서 서로 나누며 더욱 열기 찬 연습과 따뜻한 인정들을 쌓아갔다.
8월20일에는 콘서트의 준비 상황의 중간 점검을 위한 임시총회를 개최하여 그간 연습해 온 것을 시연해 보고 콘서트에 필요한 인적 물적인 자원의 준비 상태를 점검하고 보완하면서 아름다운 콘서트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알뜰히 쌓아갔다.
준비해야 할 일은 콘서트 연습만 아니었다. 그동안에 회장님과 사무국장께서는 리플릿이며 포스터, 현수막을 준비하여 진행과 홍보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하고, 내빈들에게 초청장을 보내고, 구미시 문화예술 담당 부서를 방문하여 다시 한 번 협조를 요청하였다.
9월5일 토요일에는 오후 2시부터 공연 장소인 근로자문화센터 측의 특별 배려로 우리의 공연장으로 예정된 시청각실을 빌려 무대 리허설을 진행했다. 찬조 출연하는 팬플루트와 성악 연주를 제외하고는 모든 출연자들이 참여하여 실제와 같은 공연으로 무대에 대한 자신감과 기량을 쌓아갔다. 회장님의 열성적인 연출과 지도로 두 번을 반복하는 사이에 출연자 간의 호흡도 맞추고 무대의 구성과 매너에 이르기까지 모자란 점들을 하나하나 채워 나갔다.
콘서트를 일주일 남겨두고 회원들의 연습 열기는 더욱 달아올라 윤송, 시극, 퍼포먼스 팀은 하루건너 한 번씩 모여 연습에 몰두하다가, 드디어 대망의 콘서트 날을 맞이하게 되었다.
아직 연습은 끝나지 않았다. 9월12일 콘서트는 오후 4시부터 시작되지만 회원들은 10시에 공연 장소에 모두 모였다. 부푼 기대와 설렘으로 모였다. 모이자마자 바로 제2차 무대 리허설이 진행되었다. 프로그램에 따라 회장님의 연출 지휘를 받으며 팀별로 무대 리허설을 해나가는데, 순서가 아닌 팀은 객석에서, 로비에서 연습에 열을 쏟았다. 퍼포먼스 팀은 등장인물의 엠블럼까지 마련하여 가슴에 달고, 노래에 화음을 맞추려, 대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려 애를 쓰고 낭송하는 사람들은 시의 정감을 잘 살려 낭송하기에 마지막 애를 써갔다.
12시에 모두 함께 국밥으로 점심을 먹고 무대로 얼른 돌아와 또 한 차례 리허설에 임했다. 흐르고 있는 시간들이 아까웠다. 2시30분 콘서트 진행을 위한 마지막 회의가 진행되었다. 회장님은 내빈을 맞이할 일, 등·퇴장을 안내할 일, 무대를 정리할 일, 행사후 뒷정리를 할 일, 만찬에 내빈을 안내할 일 등을 꼼꼼하게 짚어나가며 성공적인 콘서트가 되게 하자는 결의를 다시 다졌다. 그리고 행사 전 출연진 모두가 함께 하는 기념사진을 찍었다. 오늘 행사부터 새 식구로 참여하는 김경수 회원도 함께 했다. 김 회원은 금오공대 평생교육원에서 회장님의 시낭송 강의를 들으며 낭송에 상상한 내공을 쌓아온 분이다.
내빈을 맞이하고 안내할 회원들은 로비로 가고 무대를 준비할 사람들은 분주히 움직이며, 3시에 모든 준비를 끝냈다. 진인사대천명, 그 땀 흘려 애쓴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까.
ㅇ 드디어 詩가 사랑을 타다.
경북문협 김주완 회장, 박태완, 황복학 부회장, 대구의 문인수, 권순진 시인, 의성문협의 장효식, 이용섭 전회장, 장재성 선주문학회장. 김정한 TBC 라디오 국장, 이수남 교수 등 내빈이 오고 공연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객석이 메워져 갔다.
4시10분 우렁찬 징소리와 함께 여는 음악으로 최주혁 연주가가 대금을 연주했다. 푸른 두루마기에 비단신을 신은 최 연주가는 애잔하게 울려 퍼지는 조운파 곡의 ‘칠갑산’ 연주에 이어 반주에 맞추어 지원석 곡의 명상 음악 ‘다향’을 정감 있게 연주해 나갔다. 입장하면서 웅성거리던 관객들이 어느 새 고요에 빠지면서 객석의 감상 분위기가 빠르게 안정되어 갔다.
대금 연주가 끝나고 사회를 맡은 편영미 국장이 비로소 자기소개를 하면서 객석을 향하여 인사하고, 여는 시 순서로 구은주 회장님과 이권주 부회장님의 듀엣 낭송 ‘어서 너는 오너라’ 를 소개했다. 박두진 시인이 민족의 해방과 민족 공동체적 삶에 대한 염원을 담아 나라와 민족 그리고 사람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 시로 무대를 열어 콘서트의 주제를 선도해 나갔다.
오프닝 연주를 했던 최 연주가의 대금과 국악을 전공한 회장님 따님의 가야금 연주가 어우러져 배경 음악으로 연주되는 가운데, 시의 상징에 맞추어 무릉도원을 나타내는 복사꽃 어우러진 들판을 배경으로 하여 회장님의 청량한 목소리와 부회장님의 굵직한 목소리가 앙상블을 이루며 장내에 퍼져 나갔다. 두 전문 낭송가의 아름다운 낭송에 관객들은 숨을 멈춘 채 감동의 황홀경에 빠져들고 있었다.
관객들의 환호와 갈채 속에 낭송이 끝나면서 회장님의 인사말 순서가 이어졌다. 인사 말씀 전에 오늘의 자리를 빛내준 내빈 소개 순서로 김주완 경북문인협 회장을 비롯한 앞줄에 앉은 내빈들을 한 사람 한 사람 관객들을 향해 소개한 데 이어, “『詩는 사랑을 타고』라는 주제로 열리는 오늘 이 콘서트가 시와 예술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고양시켜, 그 삶에 더욱 아름다운 윤기와 풍요를 더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라며 관객을 향해 맑고 정겨운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이어서 오늘의 내빈 대표로 김주완 회장께 축사를 요청했다. 무대에 선 김 회장은 회장님의 낭송예술에 대한 조예와 열정에 대하여, 수많은 관객과 중요한 내빈들을 모신 회장님의 동원 능력에 대하여 찬사를 먼저 말하고, 그리 길지 않은 낭송예술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낭송예술을 발전시켜온 우리 협회의 저력에 대한 칭송과 함께, 낭송의 한 장르로서 수필을 낭송하는 이일배 자문위원님과의 오랜 문학적 인연을 소개하는 말씀으로 축사를 이어 나갔다.
김 회장의 인사에 이어 회장님의 청으로 무대에 올라온 문인수 시인은 시와 낭송예술의 관계를 말하는 축사를 했다. 회장님이 문 시인의 ‘달북’을 낭송하겠다고 하자 문 시인이 시의 창작 배경에 대해 설명을 하고, 뒤이어 시를 낭송하는 회장님의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이제 본격적인 회원의 무대다. 얼마나 고대해 오던, 마음 졸이며 설렘을 쌓아왔던 무대던가. 먼저 허광희 회원이 고운 한복 차림으로 등장하여 신달자 시인의 ‘여보, 비가 와요’를 비가 내리고 있는 창문을 영상 배경으로 하여 마치 남편에게 속삭이는 듯한 여인의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로 낭송해 나갔다. 관객들은 그 우아한 모습과 정감어린 목소리에 눈과 귀를 뗄 줄 모르다가 낭송이 끝나자 감동 넘치는 환호와 박수를 쏟아냈다.
콘서트의 열기가 점점 달아오르는 가운데 ‘어머니, 사랑하는 어머니’라는 주제로 자식이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어머니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을 담은 시 ‘늦게 온 소포’(고두현), ‘둥근, 어머니의 두레 밥상’(정일근), ‘불주사’(이정록),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 드리며’(이승하)를 고운 한복을 개성 있게 차려입은 신영이, 윤진희, 이복희, 우동식 회원이 등장하여 한 연씩 섞어 돌아가며 낭송하는데, 관객들은 스르르 눈을 감으며 그리운 어머니, 사랑하는 어머니의 회상에 잠기기도 했다.
다른 회원들은 여러 번의 무대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입회 이후 첫 무대인 우동식 회원도 연분홍 바지저고리에 붉은색 조끼로 단장을 하고 한껏 시에 몰입하여 같이 낭송하는 회원들이며 관중과 호흡을 맞추어 나가는 모습이 돋보였다. 공직의 바쁜 생활 중에서도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은 보람임은 물론이겠다. 어머니를 생각하는 정감에 깊은 젖은 목소리들이 무대를 채우고 났을 때 객석에서 터져 나오는 박수갈채가 온 장내를 가득 채웠다.
이제 숨을 좀 돌리는 순서, 외국 연주가들과도 협연을 많이 한 손방원 팬플루트 연주가가 등장하여 직접 가져온 반주기에 맞추어 영화 ‘타이타닉’ 주제곡과 김광석이 부른 ‘어느 노부부의 사랑이야기’를 연주했다. 오늘은 음악조차도 사랑이 주제다. 애틋하고 감미로운 선율로 마음을 적시는 사이에 콘서트의 분위기는 한층 무르익어 갔다.
다음은 수필가 이일배 자문위원님의 수필 낭독 순서, 해마다 콘서트 때면 자작 수필을 낭독해 오고 있는 이 위원님은 이번에는 산의 은근하고도 포근한 마음을 그린 ‘산의 가슴’을 낭독하는데, 낭독이 아니라 그 긴 글을 다 외어서 하는 낭송이었다. “내 마르고 가난한 가슴으로 하여 아프고 서러웠던 이들은 없었을까,……산의 가슴이 그립다. 따뜻하고 포근한 가슴이 그립다.”라고 할 때는 객석의 어떤 이는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어떤 이는 공감의 손짓을 보이기도 하며 삶에 대한 만감에 젖는 듯했다. 낭독이 끝났을 때는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환호성과 함께 박수의 파도가 객석을 휘덮었다.
이제 다시 잔잔한 사랑의 물결로 돌아올 때다. 계속 부드럽고도 정겨운 목소리로 사회를 진행해 오고 있는 편영미 회원과 흑백이 조화를 이룬 단정한 의상으로 등장한 김미성
회원이 영원하고도 의지 굳은 사랑을 노래하는 정윤천 시인의 ‘십만 년의 사랑’을 포근하고도 달콤한 목소리로 연을 나누어 또는 한 행씩을 반복하며 낭송해 나갔다. 마지막 행 ‘너에게로 닿기까지 십만 년이 걸렸다’를 함께 낭송할 때는 지극한 사랑의 결기가 선연히 서려오는 것 같았다. 객석에서는 출연자가 인사를 마치고 무대를 내려 갈 때까지도 박수가 그치지 않았다.
오늘의 아주 특별한 순서다. 쌩떽쥐뻬리의 『어린 왕자』 중에서 어린 왕자와 꽃 그리고 여우와의 만남 부분을 회장님이 <어린 왕자의 꿈과 사랑>이라는 주제로 각색, 연출하여 노래와 함께 엮어나가는 퍼포먼스 순서다. 이복희, 조미경 회원이 어린 왕자 역을, 장수경, 김미성 회원이 아저씨(비행사) 역을, 이귀숙 회원이 여우 역을 나누어 맡아 배역 엠블럼을 가슴에 달고 주고받는 대사로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사이사이에 구은주 회장님과 오재화 회원이 기타를 치며 어린 왕자의 꿈과 사랑 이야기를 모든 출연자와 함께 경쾌하고 즐거운 가락으로 노래를 불렀다. 객석에서도 흥에 겨워 가락에 맞추어 박수를 치며 무대와 객석이 하나로 어우러져 갔다. 무대 배경은 어린 왕자와 꽃 여우의 여러 가지 모습이 동영상으로 흘러가고. 여우 역의
이귀숙 회원이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내 생활은 환히 밝아질 거야.…… 부탁이야, 나를 길들여 줘!”라는 대사를 귀엽고도 진지하게 풀어낼 때는 모든 관객이 눈과 귀가 반짝거리기도 했다. 마지막 다섯 번째의 노래가 ‘랄랄랄~~~“로 이어질 때는 무대와 객석이 오래 전 하나가 된 듯 함께 하는 합창 판이 벌어지고 무대가 끝났을 때는 해일 같은 박수소리가 장내를 폭파시킬 듯이 터져 나왔다.
이 터질 것 같은 분위기를 가라앉힐 수 있는 것은 역시 노래다. 지난해 콘서트에도 출연하여 관객의 많은 호응을 얻은 바 있는 테너 이광호 성악가, 소프라노 이숙현 성악가 차례다. 먼저 이광호가 성악가가 굵직하고도
우렁찬 목소리로 뮤지컬 ‘지킬과 하이드’ 중에서 ‘지금 이 순간’을 노래하고, 다음은 경쾌하고도 시원한 고음으로 이숙현 성악가가 이흥렬 곡의 ‘코스모스를 노래함’을 부르고, 다음은 두 성악가가 함께 등장하여 프란체스코 사르토리 곡의 애틋한 사랑 노래 ‘Time to say good bye’를 서로 손을 잡으며 부를 때는 관객들도 그 사랑의 애틋함 속으로 깊이 빠져 드는 듯했다. 노래가 끝나자 관객들은 꿈에서 깨어난 듯 파도 같은 박수로 감동의 화답을 했다.
관객들의 눈길을 한 몸에 모은 순서, 어쩌면 오늘의 프로그램 중에 가장 관객의 주목을 받은 출연자 되었을 것도 같은 임종식 회원의 곽재구 시 ‘사평역에서’가 이어졌다. 짙은 녹갈색 긴 바바리코트에 뉴스보이캡을 눌러 쓴 임 회원이 등장할 때 관객들은 열광적인 환호를 보냈다. 눈이 내리는 동영상 장면들과 샹송 ‘눈이 내리네’ 경음악을 배경으로 하여 막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삶의 애환을 잔잔하게 읊조려 나갔다. 등장할 때의 환호와는 달리 관객들은 촉촉이 젖어드는 정감 어린 목소리 속으로 깊숙이 빨려 들어갔다. 시의 분위기에 한껏 몰입하던 관객들은 낭송이 끝나자 처음의 환호를 다시 살리며 박수의 파도가 온 장내를 휘몰아쳤다.
이제 콘서트도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이권주 부회장이 대본을 쓰고 연출한 시극 <너를 위한 고백> 순서다.
사람과 삶에 대한 사랑의 여러 가지 모습을 이권주, 이귀숙, 윤진희, 김명자, 조미경 회원이 시 ‘너를 위하여’(김남조), ‘당신을 기다리는 하루’(김용택), ‘너를 기다리는 동안’(황지우). ‘폐광 마을’(김환재), ‘청산리 벽계수’(황진이)를 극적인 상황으로 구성하여 황진이의 사랑,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그리운 마음, 처절한 삶의 모습에 대한 연민 등을 대사를 곁들이며 시를 낭송해 나갔다. 김명자 회원은 특유의 장기를 살려 황진이의 시조를 창으로 부르기도 하면서 사랑의 드라마를 엮어 나갈 때 관객들은 호기심 어린 눈길을 보내기도 하며 깊은 공감대 속으로 빠져들었다. 다른 시낭송콘서트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낭송의 방법이기도 하고, 그 낭송들이 사랑을 희구하는 관객들의 정서를 자극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두 회원이 대사를 앞서 간 것도 오늘의 시극의 한 재미였다 할까. 출연자들이 함께 손을 잡고 객석을 향하여 인사할 때 모든 관객들은 하나가 되어 폭포 같은 박수를 쏟아냈다.
이제 오늘 콘서트의 마지막 순서, 구은주 회장님과 실용음악가 오재화 회원이 함께 하는 시노래는 기타 연주와 함께 이육사의 ‘청포도’로 시작되었다. 회장님의 맑고 명랑한 목소리와 오 회원의 구성진 목소리가 화음을 이루면서 마치 시를 읊듯 노래를 불러나갈 때는 시는 원래 노래에서 나온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했다. 노래를 따라 청포도가 주렁주렁 열리는 듯도 하고 푸른 바다에 흰 돛단배가 떠가는 듯도 했다. 노래가 끝나자 객석에서는 박수와 함께 앙코르가 터져 나오고, ‘다 함께 노래부르기’ 순서로 김학래 곡의 ‘내가’를 부를 때 모든 출연자가 무대 위에 다 올라오고 관객과 같이 박수를 치며 함께 목청을 돋우어 노래를 불렀다. “내가 님 찾는 떠돌이라면 이 세상 끝까지 가겠소‘ 하며 노래를 끝낼 때는 관객도 출연자도 목청이 한껏 높아져 있었다. 목소리가 왜 높아져 갔을까. 무언가 텅 비어져 가는 듯한 허전함 때문인지도 모른다. 언제나 무대가 끝날 때는 그랬다. 환호와 박수 소리는 환영으로 환청으로 남을 뿐인 듯했다.
그 환호 속에서 모든 순서가 끝났다. ‘올랭자인’이 울려 퍼지는 무대 음악을 뒤로 하고 관객들은 일어섰다. 사회자는 내빈과 출연자들의 기념 촬영이 있다고 모두 무대로 나오라고 외쳤다. 기념사진이라도 남겨야 덜 허전하고 덜 쓸쓸할 것 같았다. 모든 것을 다 쏟아낸 허전함, 빈 객석을 바라보는 쓸쓸함이 올해 콘서트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어쩌면 이 허전함과 쓸쓸함을 위하여 우리는 그토록 열심히 시를 외고 설레게 무대를 준비해 온지도 모른다. 우리는 쏟아내기 위하여 살아오고, 쓸쓸하기 위하여 열정을 다해 온지도 모른다. 기쁨으로 즐거움으로 보람으로 맞이해야 할 허전함이요, 쓸쓸함이 아니던가.
ㅇ 허전함과 쓸쓸함에 담은 것들
우리는 사랑을 타고 흘러가는 시 속에서 ‘시로 노래하는 아름다운 사랑법’을 보여주겠다고 호기에 찼었다. 오늘 관객들은 우리의 사랑 콘서트에서 사랑법을 깨쳤을까. 사랑법을 한 아름 안고 돌아갔을까. 그리하여 더욱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수가 있을까. 우리가 어찌 세상의 마음을 바꿀 수 있을까만, 오늘 인연을 함께 한 사람들에게 아주 작은 따뜻함만이라도 줄 수 있다면 우리는 그간의 노심을 다 녹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는 그 허전함과 쓸쓸함 속에 많은 것을 담았다. 뜨거운 환호를 담고 열렬한 갈채를 담았다. 시와 낭송과 함께는 우리들 삶의 소중한 힘이 될 수 있을 것들이다.
이제 모든 것은 끝났다. 기념사진 촬영도 끝나고 모든 소도구들을 챙겨 공연장을 빠져 나간다. 오늘의 내빈들과 함께 발길을 모은 곳은 공연장 부근에 있는 ‘옥류정’이라는 이름의 만찬장. 그 기쁜 허전함과 그 즐거운 쓸쓸함을 위하여 걸쭉한 뒤풀이라도 있어야 될 게 아닌가.
진정 어린 축사로 오늘의 콘서트를 빛내준 김주완 경북문협 회장을 비롯한 오늘의 여러 내빈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오늘의 콘서트를 빛내준 분들이 어찌 이분들뿐이랴. 회장님의 온 가족이 출동하여 콘서트를 도왔다. 부군께서는 오늘의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자녀들은 배경 영상과 음악을 담당하고, 낭송의 배경 음악을 연주했다. 오재화 회원의 두 자제도 무대조명으로, 출연자 마이크 담당으로 쉽지 않은 일들을 해냈다.
이 고마운 분들과 함께 모든 출연자들, 출연자들의 축복객들까지 모두 한 자리에 앉았다. 모두 함께 잔을 들
었다. 오늘 콘서트의 뜨거운 성원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오늘 자리를 같이한 모든 이의 행복을 기원하는 회장님의 건배사로부터, 오늘 콘서트의 감동을 다시 한 번 찬사로 돌이키는 김 회장님의 건배사 그리고 많은 분들의 좋은 말씀들로 건배사가 이어지는 사이에 취흥도 깊어 가고 밤도 깊어간다. 무대가 끝난 뒤의 허전함과 쓸쓸함의 바구니는 어느 새 정으로 사랑으로 보람으로 즐거움으로 소록소록 채워져 가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내년에는 더욱 허전하겠습니다. 더욱 쓸쓸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바구니에 더 뜨거운 갈채를 담겠습니다. 시와 더불어 사는 알찬 보람을 챙기겠습니다. 잘 가십시오. 고마운 이들이여, 사랑하는 사람들이여!♣(2015.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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