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마을
- 부 음 -
김환재
그대 이제 평안해 지는가
그대의 부름으로 해서
이렇게 막장 친구들 다 모였다네.
조선 시대 유물보다 더 오래된 유물같은
캡램프와 헬멧을 들고 왔다네.
작업화 신고 방진 마스크와 랜턴을 들고
오랜만에 수직갱을 가듯
이렇게 왔다네.
그대 이제 숨이 편안해졌는가
그렇게 헐떡거리며
걸어온 인생을 눕히니
막장까지 걸어온 우리가
그대 곁에서 함께 헐떡이고 있으니
그대 잠은 고즈넉해졌는가
이제 우리 가슴속처럼
갱도는 막히고
세상 어느 곳에도 우리의 검은 흔적은
없는데, 이렇게 모여
자네의 잠 앞에 앉아 불면의
소주를 함께 나누어 마신다네.
우리가 클레인 카에 올라 하얗게 웃던
그 갱구 건너편에는 온천이 개발되고
서양식 레스토랑이 지어지고
서울서 관광버스가 줄을 지어 선다네
이 마을은 검은 레일의 기억보다
강바닥을 메우던 시커먼 석탄가루보다
하얗게 달아오르는 관광지가 되었다네.
자네와 함께 마시던 소주의 참맛은
얼굴 벌겋게 달아오르며 굽던
석쇠의 돼지고기 두루치기의 맛은
헐떡거리는 시대와 함께 가버리고
우리 몇만 남아서 그대를
석탄의 흔적을 기억한다네.
그대는 이제 빈 가슴에
손을 얹고 조용히 잠 들게
우리는 갱구 어디에도 우리의
X표로 막힌 출구를 더 이상
찾지는 않으려 하네.
오늘 소주는 그대 부름에 답한 우리들의
마지막
무연탄 기념일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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