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구미낭송가 협회 시극 대본>- 2015.9.12(토)에 공연할 예정
너를 위한 고백
이권주
음악이 흐르며, 서서히 약간 흐릿한 조명이 들어와 전체적으로 사랑을 나누기에 적절한 분위기이다.
A: (한 곳을 응시하며 독백조로) 나의 밤 기도는 길고 한 가지 말만 되풀이 한다. 갓 피어난 빛으로만 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한 영혼의 내 사람아, 너를 위하여 나 살거니 소중한 건 무엇이나 너에게 주마.
B: (한 곳을 응시하며 독백조로)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리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C: (한 곳을 응시하며 독백조로) 하루 종일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당신을 기다리는 이 하루 내 눈과 내 귀는 오직 당신이 오실 그 길로 열어졌습니다. 당신을 기다리는 동안 당신이 오실 그 길에 새로 핀 단풍잎 하나만 살랑여도 내 가슴 뛰고 단풍나무 잎 새로 당신 모습이 찾아졌습니다
D: (시조창으로)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감을 자랑마라, 일도창해하면 다시 오기 어려우니 명월이 만공산 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E: 그대 이제 숨이 평안해 지는가 그대의 부름으로 해서 걸어온 인생을 눕히니 막장까지 걸어온 우리가 그대 곁에서 함께 헐떡이고 있으니 그대 잠은 고즈넉해졌는가?
조명이 환하게 밝아지면서 전과는 다른 음악이 흐르고, 자연스레 연극 모드로 전환되면, 일상적인 대화가 오가는 경쾌한 분위기로 바뀐다. 다섯 명의 배우 또한 그 분위기에 걸맞는 말투로 한 마디씩 주고 받는다.
D: 조선시대 송도 삼절의 하나로 불려졌던 황진이가 남긴 시조가 모두 몇 수인지 아세요?
(A,B,C, 모두 답을 하지만 정확한 답을 하지는 못한다. 틀려도 좋은 재미있는 분위기다.)
A: 유명한 시조 작가이니 최소한 30여 수 정도는 되지 않나요? (D는 고개를 저어서 틀렸다는 표시를 한다. 제대로 알지 못하는 분들에 대해 약간의 씁쓰레한 웃음을 띠어도 좋다.)
B: 40수,
C: 50수,
E: 너무 많아요. 줄이세요.(다들 E에게로 시선이 집중된다)
A: 20수,
B: 25수
C: 15수
E: (정답을 알고 있는 듯) 더 줄여 봐요.
D: 모두 여섯 수입니다.(모두들 너무 적다면서 실망하는 눈치다.) 그런데 그 여섯 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주로 님에 대한 사랑 또는 그리움을 노래한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지요. 조금 전 네 분께서 낭송한 시도 상대방에 대한 사랑 또는 관심과 애정을 표현한 것이라서 잔잔한 감동이 느껴집니다. 이 세상에서 ‘사랑’만한 보편적인 주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B: 사랑의 대상을 ‘너’라고 했을 때, 그 ‘너’를 향해 사랑을 고백하고, 소중한 건 무엇이나 주겠다면서 무한한 관심과 애정을 보내고 있으니 그게 바로 ‘사랑’이 아니겠습니까?
C: 사랑하는 대상을 접하는 순간의 떨림과 흥분만큼은 나이와 관계는 없는 것 같아요. 저도 나이가 제법 든 편이긴 하지만 아직도 소싯적의 뜨거운 열정과 사랑이 가슴에 가득 차 있음을 느낍니다. 사랑은 그래서 아름다운 거 아닐까요?
A: 그 보편적 주제인 ‘사랑’도 누군한테는 고통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해요. (작년 세월호 사건으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하는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의 마음, 그 억울함과 안타까움이야말로 엄청난 고통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사자 아닌 남들이야......( 이미 잊었겠죠?)
E: (맞장구를 치면서) 맞습니다. 우리가 그런 억울하고 안타까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으니 나의 일이 아니라고 (그 사건도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점차 사라져가고 있습니다만 절대) 잊어서는 안 됩니다. (결코 남의 일이 아니기도 하고, 언제 우리가 그런 억울함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한숨을 쉬며) 절망이 분노와 통하다가 (이게 달관으로 이어져) 망각으로 바뀌면 시대의 치매가 되겠지요. (자식 잃은 부모들과 함께 하지 못한 미안함이 앞선답니다.) 아프고 쓰라립니다. (다시 분위기를 바꿔 타령조로) 누가 나를 만들었소, 전능하신 신령님이 실수로써 만들었나.
D: (장단을 치며, 사설조로) 얼쑤, 이렇게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습니다. ‘너를 위한, 사랑을 위한 고백’이 오늘의 중심이니 만큼 지금부터는 맨처음 낭송한 시의 분위기를 살려서 마무리를 잘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다시 음악이 잔잔히 흐르다가 서서히 잦아들면
A:(한 곳을 바라보며 독백조로) 이미 준 것은 잊어버리고 못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 나의 사람아. 눈이 내리는 먼 하늘에 달무리 보듯 너를 본다. 오직 너를 위하여 모든 것에 이름이 있고 기쁨이 있단다. 나의 사람아.
B:(한 곳을 바라보며 독백조로)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은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쾅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C:(한 곳을 바라보며 독백조로) 당신을 기다리는 그 긴 기다림의 고요는 운동장을 지나는 물새 발작 소리까지 다 들렸습니다 기다려도 그대 오지 않는 이 하루의 고요가 점점 적막으로 변하여 해 저문 내 길이 지워졌습니다
E: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는데 사랑하던 이가 죽어 어느 별이 됐는지 어찌 알겠어. 밤하늘을 가만히 바라보면 알아볼 수 있지. 내 가슴속에 묻어둔 별과 대화하며 어디선가 빛나는 별, 그래서 별은 눈물같이 깜박이고 있지 아는 사람만 알아보라고 이런별 하나 간직하고 있으면 슬픔도 따스하지 않겠어?
조명이 꺼지고 클로징 음악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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