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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신의 소설 '주름'

작가들의 세계

by 우람별(논강) 2015. 8. 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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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신의 장편소설 '소금'에 이어

장편소설 '주름'을 오늘부터 읽기 시작했다.

양장으로된 진회색 책 표지에 작은 글씨로

다음과 같은 구절이 쓰여있다.

 

'삶이란 때로 그렇다.

평온하고 안정된 삶일수록 은밀히 매설된 덫을

그 누구든 한순간 밟을 수 있다는 것,

생이라고 이름붙인 여정에서 길은 그러므로 두 가지다.

멸망하거나 지속적으로 권태롭거나'

 

읽다 보니 103쪽의 끝부분에 그 구절이 보였다.

 

주인공 나(선우)가 바라본 아버지의 이야기도 있고,

아버지 자신이 주인공(진영)이 되어 나 자신의 이야기를

의식의 흐름 수법까지 동원해서 광활하게 펼쳐가고 있는 소설이다.

<소금>에서와 같이, 성실한 가장인 아버지가 갑자기 가족 곁을 떠나고

처자식을 잊고, 무언가에 빠져서 살아가는 남자의 이야기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미처 누려보지 못한 특별한 사랑에 탐닉하면서

세계의 이곳저곳을 누비고 사랑과 죽음에 집착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인데,

나 또한, 가족들과 동떨어져 당신만의 세계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던

젊은 시절 부친의 삶을 다시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무대는 서울, 충청도 음성, 케냐의 나이로비, 모로코의 카사블랑카, 페스, 탕헤르,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인버네스, 터어키의 이스탄불, 그루지아, 러시아 바이칼호 등

세계의 곳곳을 누비고 있는데, 여자 주인공인 천예린 시인의 행적을 쫓아가다 보니

자연스레 세계의 곳곳을 무대로 삼을 수밖에 없었으리라는 생각이다.

여행을 즐겼던 박범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마음의 중심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죽음의 순간까지, 현실을 벗어나 다소 생뚱맞기조차 한 사랑만을 좇아가는

한 남자의 순애보적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느낌도 있다.

 

갑자기 러시아 바이칼호의 알혼섬에 가 보고 싶다.

소설속의 여주인공 천예린 시인이 죽은 장소이기도 하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톡에서 모스크바까지 밤낮으로

몇날 몇일 가다보면 이르쿠츠크에 도착할 것이고, 거기서 알혼섬까지는

차로 6시간, 엎어지면 코 닿을 데(?) 아닌가..... 언제쯤 그날이 올까? 

남북 통일이 되어 자연스레 서울역에서 출발한다? 그날이 언제?

그게 아니면 블라디보스톡으로 날아가서 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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