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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형영' 워크샵

오늘 나는

by 우람별(논강) 2009. 8. 9.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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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의 극단 형영 워크샵에 참여하고 돌아왔다.

연속되는 행사에 다소 지치긴 했어도 참여해야 할 곳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참여하고야 마는 나 아니던가?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푼푼하다.

연 3일간 잠을 좀 적게 자긴 했어도 견딜만 하다.

일단 떠난 뒤로는 자주 찾을 수 없는 포항이지만,

16년을 살았던 곳이라 정이 많이 가는 곳임에 틀림없다.

어디를 바라 봐도 내 발길 닿지 않은 곳이 없는 것 같다.

 

모임 장소인 마루펜션에 다소 늦게 도착했지만

밤새도록 불어댄 바닷바람의 그 시원함을 잊을 수 없다.

극단 고문이신 광운 형님의 여전한 익살과,

또 다른 고문인 청연 강순원 선생님의 코믹한 행동과 웃음,

특유의 걸음걸이와 정확한 발음, 좋은 음성의 최건주 선생님,

이젠 원숙미마저 흘러넘치는 극단의 군기반장 김시종 선생님,

연극 첫 데뷔 때부터 능력을 발휘, 전국연극제까지 진출한 극단 대표 박진영 원장님,

그 이외 사랑스런 정효진님, 오혜윤님, 효진의 남편 주박사, 민지혜님과 그의 잘생긴 남편,

청초한 분위기의 김태숙님, 예쁜 딸과 함께 온 최옥경님,

키가 커서 더 돋보이는 최소영님, 멋쟁이 총각 한경준님, ...........

다들 기분좋게 모여서 밤이 새도록 마음을 나누었다.

낮에는 바닷가에서 낚시도 하고, 저녁 식사땐 고기를 구우면서 포식했단다.

이슥해지면서 빙고게임도 하고, 4편으로 나누어 윷놀이도 하고,

일부는 화투 놀이도 하면서 그렇게 밤을 보냈다.

난 화투보다 술과 대화가 좋아 누군가와 대화하며 술을 마셨다.

그러다가 새벽 5시가 넘어서야 잠시 눈을 붙였다.

 .......................

 

7시 30분 경에 일어나 보니,

날밤을 새운 단원들이 깔깔거리며 웃고 있다.

뭣이 그리 재미있는지 인상좋은 옥경여사는

날 불러 세우고는 앉아 보란다.

"워낙 급해서리......" 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밤새도록 가지고 논 화투놀이 그 주변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여인들의 개성적 웃음소리는

아직도 방안에 자욱하게 퍼져 있는 듯하다.

 

펜션 밖에서 밤을 지낸 산타페 3573, 나의 애마에게로 갔다.

바닷가 높은 언덕에서 바다를 향해 서 있는 3573,

그 운전석에 앉아 모자란 잠을 더 청해보지만 말똥말똥.

더 이상의 잠이 필요없다는 신호일 게다.

3일간 연속해서 평균 3시간 정도밖에 자지 않았거늘....

몸이 잠을 적게 자는 것에 그새 익숙해져 있다는 증거 아닌가?

철썩거리며 누워있는 바다와 좌우의 해변을 조망해 본다.

 

왼쪽 끝 해변 마을은 오도 2리다.

사람좋은 얼금뱅이 아저씨가 운영하는 두꺼비식당이 떠오른다.

자연산 회에 구수한 매운탕이 일품인 유명 식당이다.

집에 손님이라도 올라치면 으레 그 식당으로 모시고 갔었다.

여기까지 왔으니 이따가 한번 가서 인사나 드려야겠다.

왼쪽 전봇대 위에 갈매기 한 마리 날아와 앉았다.

앉을 때의 우아한 품이 보기좋다. 날개를 좌우로 정리해서 모양을 갖추더니

내가 방금 했던 것처럼 바다를 좌우로 휘이 둘러보고 있다.

사진기를 들이대서 그 녀석의 날렵한 몸매를 찍어 놓았다.

녀석은 눈치를 챘는지 찍히자마자 다시 날개를 펴 날기 시작한다.

녀석는 먼 곳으로 날지 않고 내 시야 안에서만 날고 있다.

관심을 끌겠다는 심사같아서 계속 봐 주기로 했다.

이상한 것은, 거의 날갯짓을 하지 않는다는 거다.

날개를 주욱 편 채 보이지 않는 바람을 정교하게 이용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오르는 듯 하더니 내려오고, 정지한 듯 하더니 좌우로 흔들며 하강을 하고,

고개를 좌우로 살피면서 전진과 후퇴를 자유자재로 하는데

위아래로 계속해서 움직이는 날갯짓은 없다. 신기하다.

녀석의 하늘을 나는 저 솜씨에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비행기를 발명한 라이트 형제도 맨처음은 내 마음이었을까.

10 여분을 바람을 맞으면서 계속 떠 있더니

이윽고 위아래로 날개를 몇 번 휘젓더니 멀리 날아가

금방 내 시선을 벗어나고 만다. 짝 찾으러 가는가?

 

한참을 그렇게 갈매기의 날갯짓에 빠져있을 때,

광운형의 굵직한 목소리의 전화가 왔다.

어디 있는 거냐 빨리 들어와서 맛있는 닭죽을 먹어 보라는 거다.

부지런한 여단원들이 어느새 아침을 준비해 놓은 것이리다.

들어가니 일부는 상에 앉아 말없이 식사 중이고,

늦게 잠든 단원들은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다.

민지혜씨가 집에서 준비해 왔다는 반찬이 참 맛있다.

다들 고마워하면서 솜씨를 칭찬하는 말을 잊지 않는다.

단원들을 위해 음식을 챙기는 모습이 보기도 좋고, 고맙다.

맛있는 닭죽을 한 그릇 다 먹고 나니 혜윤짱이 한 그릇 더 권한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먹긴했는데 조금은 과식이 아닐까 싶다.^^

 

식사를 하고 광운 형과 나는 커피 한잔을 사 먹기 위해

오도 2리 방면으로 차를 몰았다.

두꺼비 식당 주변엔 자판기가 있을 것 같아서다.

그러나 없었다. 간 김에 그 식당의 주방을 찾아 들어가니

아저씨는 없고 그의 부인께서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

그 식당의 화장실이 아주 특이했던 것이 기억나 확인하니

아니나 다를까 그것도 모양이 바뀌었다.

좌변기로 교체가 되었는데 오히려 불편해서 섭섭하기까지 하다.

옛날엔 쭈그리고 앉아 볼일을 보면서 거울을 볼 수 있는 구조였는데,

그 거울도 없어지고 좁디좁은 좌변기가 오히려 불편케 했다.

결국 칠포해수욕장까지 돌아가서 커피를 사마시고 펜션으로 돌아오니

최건주 선생님은 해장술로 벌써 두 병의 소주를 비우고는 기분이 좋다.

인도네시아의 어느 소수 민족이 우리 한글을 그들의 언어표기 문자로 정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대해

훈민정음 학회에 속한 서울대 모 교수의 활동을 높이 평가하며

열띤 사자후를 토해 내는데, 국어 선생인 나보다

훨씬 국어사랑이 깊음을 증명해 보려는 듯 하다.

술을 한잔 하면 이렇게 마음을 표현하는 즐거움이 있다며 웃는다.

술과 그의 호탕한 웃음,

전국연극제에 출전했던 '이구아나'란 작품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이젠 1박 2일의 모임을 정리할 시간이다.

박진영 대표는 뒷마무리까지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사용했던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음식물 남은 것 처리하고, 쓰레기는 모으고

솔선수범해서 단원들과 끝까지 함께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짐을 챙겨들고 펜션 마당에 나와 모인 상태에서

박대표의 정리 말씀을 듣고 우린 혜어졌다.

 

ps)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몸이 안 좋아 힘은 좀 들었지만

다음 모임 때도 참여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런 공간이 있어

내 마음 전할 수 있음에 위안을 갖습니다.

11월에 있을 형영 공연 준비에 또 바빠질 것 같네요.

부디 잘 준비해서 좋은 결과 있기를 기대합니다.

아리아리!!!!

 

* 아리아리는 백기완 선생이 '화이팅'이란 말 대신에 쓰자고 제의한 말인데

좋은 말 같아서 여기서 처음 써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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