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사지에서 잠시 내려오다 보면 오른편으로 동남향의 묘터가 하나 있다. 봉은사 바로 아래다.
재작년 초에 외삼촌네와 이종사촌들과 함께 조성한 묘터다. 그 때 심은 잔디가 고스란히 살아 있어 좋다.
아직은 건강하신 부모님, 이모님네들이지만 언젠가 돌아가시면 이곳으로 모시기로 합의하고
석축을 쌓고 나무를 심고, 잔디를 입히고 하면서 공을 들인 어른들 유택이다.
오른쪽 구석으로 봉은사 건물의 일부가 보인다.
묘터에서 바라본 사진, 정 중앙에 위치한 파란 지붕의 가옥이 옛 외갓집 건물이다.
주소는 충북 충주시 소태면 오량 2리 마을, 내 어릴 적 추억이 만발한 곳이기도 하다.
마을로 약간 더 올라가면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의 묘소가 있어 잠시 들러 성묘를 하기로 했다.
5남매의 맏이셨던 우리 어머니께 맏이인 나를 낳았으니, 나는 당신들의 첫 외손자였다.
외손자에 대한 할아버지 할머니의 관심과 사랑은 장성할 때까지 계속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묘소에 엎드려 명복을 빌면서 할아버지, 할머니의 음성을 환청으로 들어 본다.
외조부모 묘소 바로 아래 잠들어 계신 큰외삼촌의 묘,
안타깝게도 오래 사시지 못하고 간암을 앓으시다가 48세의 연세에 별세하셨다.
당시 외할아버지께서 살아계셨더랬는데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뜨셨으니 큰 불효를 하신 셈이다.
지금도 그 당시의 상황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리고 아프다. 외종사촌 창원이의 소식이 궁금타.
충주 방향으로 내려오다가 허한(許閒), 허적(許積) 부자의 영정을 모신 영정각 앞에 잠시 들렀다.
영정각을 관리하는 집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지 퇴락하여 볼품이 없다.
영의정을 지낸 허적(許積) 선생의 조부인 허담의 신도비가 이곳으로 옮겨져 있다.
외갓집 동네를 벗어나 강을 따라 나오다 보면 우리 어머니의 외가인 '막흐르기(막흐레기)'란 동네가 있다.
동네 앞으로 한강물이 빠른 속도로 막 흘러가는 여울이 있기에 붙여진 이름으로 보인다.
어머니의 어린 시절 추억이 서린 곳이기도 해서 덩달아 몇 번은 들렀던 추억이 있는 동네다.
어머니의 두 외삼촌 형제가 명절만 되면 누나(나의 외할머니) 집에 와서 정중하게 세배를 하고
돌아가곤 해서 남매들간의 우애가 참으로 대단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
막흐레기 동네 앞의 모습이다. 저 멀리 목계다리가 보인다. 목계장터에서도 가까운 동네다.
목계에서 내륙으로 잠시 들어가면 우리의 고향 마을이 나온다. 강현마을, 일명 '갈매기'란 동네다.
친구(최해수)네 아버지가 운영하던 방앗간이 있던 자리에 언제부턴가 교회가 들어서 있다.
저 멀리 명자 아줌마네, 형주 형네, 재창이네 집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 허물어지고 터만 남았으니......
웃갈매기에서 우리 동네로 흘러내리는 실개천, 물의 양이 많이 줄었다.
주변도 지저분하고.... 어릴 적엔 이곳에서 가재도 잡고 민물새우도 잡았더랬는데......
충청북도 중원군 엄정면 논강리 610번지, 내 본적, 고향 주소다.
고향을 찾을 때마다 생가를 찾아 오지만 주인을 좀처럼 만나기 힘들다.
문을 두드렸더니 한참만에 주인 아주머니께서 삐끔이 문을 열고 나왔다.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여기가 내 고향집이 있던 곳이라 하면서 한참 너스레를 떨었다.
옛날 어릴 적 살던 집의 모습을 얘기해 주니 맞다면서 웃는다.
고향집 옆에는 멋진 소나무가 많았는데 누군가 필요에 의해서 베어버렸나 보다.
남아있는 몇 그루만이라도 끝까지 보호되고 베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어릴 때부터 보아왔던 동식 형(62세), 오른쪽의 아저씨는 내 고향집에 지금 살고 있는 분,
동식 형을 만나 어린 시절 얘기를 하니 다 기억을 하면서 나와의 만남을 감격스러워 한다.
고향집에 살고 있는 분은 참 마음이 좋아보이는 분인데 , 제천 청풍이 고향이란다. 나이는 50대 후반.
처음 인사를 나눴다는 사실이 섭섭할 정도다. 미리부터 알고 가까이 지내면 참 좋았을 텐데....
동식이 형은 딸 넷, 아들 하나를 두었단다. 옆에 있는 딸은 37살, 아직 시집을 못 가서 같이 산단다.
셋째 넷째 딸은 쌍둥이고 막내가 27살 먹은 아들인데 대전 대덕연구단지에서
아주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며 흐뭇해 한다.^^ 형, 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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