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2013 수능 감독관으로 일하면서

오늘 나는

by 우람별(논강) 2012. 11. 9. 05:17

본문

2012년 11월 8일 목요일

참으로 오랜만에 수능감독관으로 일을 해 보았습니다.

3교시 외국어영역 제일 짧은 70분을 달콤하게 쉬었을 뿐, 1,2,4,5교시를

꼬박 서서 감독을 하니 나중에는 주저앉고 싶을 정도로 힘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쓸만하고, 힘이 좋은 남교사니까 감독관을 시켰다고

생각하고 흔쾌히 그 일을 하려 했고, 끝까지 잘 해냈습니다.

그러나 일을 끝내고 파김치가 되어 귀가, 곰곰 생각해 보니

관리본부의 결정이 과연 적절했을까, 이렇게 했어야 했나 하는

섭섭함이 있기에 몇 자 적어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래야 마음 속의 찜찜함을 털어낼 수 있을 테니까요.

 

나는 울 학교에서 그래도 나이가 많은 축에 속하는 교사인데,

학교 측에서는 조금도 배려해 주지 않았더군요. 혹시 내가 미운털?

12명의 부장 교사 중에서도 제일 고참인데 나만 홀로 감독관이더군요.

다른 부장님들은 비교적 자유로운 일(본부요원, 복도감독 등)을 맡았는데 비해서......

진로진학상담실에 회수대를 설치하고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이야

학교의 큰일이니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지만, 그 교실의 책임자가 나라면

나를 거기에서라도 일을 하게 배려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젊고 예쁜 여선생님들 위주로 그곳에 배치하고 나이들어(?) 외로운 나를

빼이치는(?) 감독관으로 일을 하게 했으니 그럴 수밖에요.

최근 학부모 진로활동실 구축, 진로아카데미 연수 등으로 바빴었는데,

그런 배려는 왜 생각지 않았는지 인간적으로 참 섭섭했답니다.

 

혹시 교무부장과 나 사이에 있었던 과거의 불편한 사적 감정이 작용되었나?

교감 선생님께서 "칼자루는 교무부장이 쥐었고, 나이든 사람은 아마 배려했을 겁니다."

과연 말씀대로인지 지켜봤지만 최악의 조건에서 하루 근무를 하고 말았던 겁니다.

당신은 평상시 수업도 적게 하고 편하지 않느냐는 말을 하고 싶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나는 수업은 주당 10시간이지만 8시간 이상의 상담을 하고 있지 않는가?

남한테 수업 적다는 오해를 받을까 봐 야간 근무를 주당 2,3일 정도까지 하면서

내가 할 일은 최선을 다해서 수행하려고 하는 사람인데.......

 

한편으로는, 나 자신이 왜 이렇게 대범하지 못하고

별 것도 아닌 것으로 상대적인 박탈감에 젖어있었는가 하는 자괴감도 있습니다.

그대는 다른 교사들이 부러워할 정도의 최신식 교과전용교실

'꿈 담는 사랑방'을 갖추고, 특별한 혜택을 받고 있지 않느냐?

웬만한 섭섭함은 다 너그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도록 해라.

뭐 이런 류의 자기반성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도 같습니다.

 

 

'오늘 나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임진년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0) 2012.12.30
선산의 조규천 선생님  (0) 2012.12.07
컨테이너 하우스가 어떨까?  (0) 2012.10.27
아버지와 함께한 여행 3  (0) 2012.10.03
아버지와 함께한 여행 2  (0) 2012.10.03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