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대릉원에는 천마총, 은령총, 호우총, 미추왕릉 등 많은 봉분들이 있다.
또 그 대릉원 담장을 끼고 돌다보면 '도솔마을'이란 음식점이 하나 나타나는데,
경주에서는 아주 유명한 식당이다. 가 본 사람만이 아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대릉원 부근에 차를 세우고 아내는 그 식당으로 먼저 가서 예약을 하고 아버지와 나는
천천히 골목으로 걸어가는데, 수레를 끌고 오는 할머니 한 분을 보신 아버지,
"어디를 다녀 오시는데 이런 무거운 수레를 끌고 오슈? 내가 끌어줄테니 따라오시구랴."
거의 빼앗다시피해서 수레의 손잡이를 잡으시더니 할머니 대신 밀고 앞장 서 가신다.
걸음이 느린 할머니는 어느 새 뒤로 처져 계신다.
"괜찮아요. 내가 천천히 몰고 갈테니 거기다 세워 놓으세요." 한다.
"신경쓰지 말고 빨리 따라오기나 허슈~~"하며 다짜고짜 밀고 오시는 아버지시다.
이렇게 인정 많고 정이 많으신 아버지, 식당에 가시기만 하면 서빙하는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신다.
웬만큼 친절하지 않으면 불호령을 내리며 뭐라 하시기 땜에 같이 간 사람들이 민망해지기 일쑤다.
아버지는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하는 것을 즐기는 듯하다. '도솔마을에서도 그러시면 어쩌지?'
솟대가 세워져 있는 해가 진 뒤의 '도솔마을', 오늘도 손님들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그야말로 야단법석으로 들끓는 식당이다. 손님들이 방방이 들어앉아 식사를 즐긴다.
한참을 기다려야 주인이 안내하는 방으로 들어갈 수 있다.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아버지께서는 '야단법석'이 뭔지를 설명하셨다. 알고 있었지만 열심히 들었다.
식당의 구조에 관심이 많으시다. 분위기가 좋다면서 좋아하시는 아버지,
식당으로 들어오는 입구의 모습,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다.
9,000원짜리 정식이지만 푸짐하고 맛있어서 그런지 아버지께서는 '거룩한' 음식이라 평하시며
걱정이 되었던 음식 투정을 전혀 하지 않고 기분좋게 동동주까지 곁들이며 음식을 드시는데
공기밥엔 손도 대지 않으신다. 막걸리가 맛있다면서 앙증맞게 생긴 작은 쪽박에 한 가득
담아 질그릇잔에 담아드시더니 그저 기분이 좋으신가 보다. 표정에 그 좋음이 역력하다.
이 식사의 계산은 당신께서 하실 테니 절대로 계산하지 말라는 당부를 하신다.
모양새가 좋지 않은 것 같아 그러지 않으셔도 된다고 했지만, 명령이니 들으라신다.
"그럼 그렇게 하세요. 아버지 덕분에 우리 부부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는 두뚬하고 작은 쪽박이 맘에 드셨는지 자꾸 만지작거리신다.
이곳에 오늘의 기분좋음을 실컷 담아가고 싶다고 하는데 말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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