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 아침 어른이 살고 계신
대구로 가게 됩니다.
명절 때마다 가는 길이지만
그다지 정체되지는 않아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멀리 이동해야 하는 분들에게는
좀 미안합니다마는.........
명절이라 다들 바쁘시겠지요?
저도 오늘은 송편 빚기를 하게 됩니다.
우리 집안은 주로 형제들이 둘러앉아
송편을 빚는 분위기입니다.
어머니께서 소금을 약간 넣어
쌀가루를 잘 반죽해 놓으면,
그 때부터 일은 시작됩니다.
어머니께서 만든 송편이 하도 예뻐서
우리도 그것처럼 만들어 보려는 욕심에
둘러앉게 되는 거지요.
제가 모범을 보이면 동생들은
자동으로 따라 오게 되어 있습니다.
맏형이 일을 하고 있는데,
놀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우리 삼형제와 어머니는
언제부턴가 송편만들기 작업의
전담요원(?)이 된 겁니다.
손안에 촉촉하게 느껴지는 떡반죽,
필요한 만큼 떼어서
두 손바닥 안에 넣고 돌려서
고물을 넣고 그 끝을 오무린 다음,
왼손 바닥 위에 올려놓고
오른손 끝을 모아 돌려가면서
적당히 힘을 넣어 서너 번 눌러주면
손가락 자욱 선명한 송편이 되는 겁니다.^^
누가 잘 만들었나 내기를 해 보는데,
맏이인 제가 늘 일등을 합니다.
어머니가 인정해 주는 거라 확실합니다.
어머니께서 만든 것과 가장 닮은 송편,
동생들도 인정을 합니다.^^
둘째는 아무리 잘 만드려 해도
잘 안 된다면서 귀여운 투정을 부려요.
막내는 워낙 손이 커서
역시 모양 내는 것을 포기,
그저 울며 겨자 먹기로 일을 합니다.
두 형님이 쉬기만을 기다렸다가
방에 들어가 벌렁 누워버립니다.
이럭저럭 조잘대다 보면
일이 언제 끝나는지 모를 정도랍니다.
추석 명절 때,
남자들이 송편 빚는 집안 있나요?
제가 근무하는 학교의 한 반 학생들에게
언젠가 물어보았습니다.
명절 때, 아버지가 송편을 빚는 것 보았냐고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저의 행위는?
자랑해야 하나요? 부끄러워해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