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진로진학상담 교사 연수 2주차 합숙연수가 끝나는 날이었다.
끝나자마자 구미 1대학 본관 4층 국어교육연구회 모임에 참여해서 여러 선후배님들을 만났다.
모임의 즐거움은 역시 인연 맺은 사람들을 만나 본다는 것에 있지 아니한가!
모임에 참여한 남전 형께서 권** 시인님 차를 타고 같이 바람이나 쐬자고 한다.
어디로 갈 것이냐 하니 남전형의 동기분이신 김천의 정가네 집에 한번 가 보고 싶단다.
'정가네 동산'은 아내와 함께 지난 봄에 처음 들러 분위기에 흠뻑 젖었던 곳이라
쾌재를 부르며 동의했고, 권시인님의 차 조수석에 앉아 길안내를 내가 맡았다.
권시인님은 유력 일간지의 신춘문예를 통해서 80년대에 등단한 시조시인님이시다.
정년을 3년 정도 앞두고 계신 연세인데다 중이염까지 앓고 계셔서 그런지
주름 많은 얼굴과 말씀하시는 발음에서 세월의 흐름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옛날에 술 한잔 하고 호기를 부리면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던 분이셨는데.....'
차의 뒷자리에 앉은 남전 형께서는 친절하게 귤까지 까서 앞사람들에게 건넨다.^^
정가네 형님이 사는 '정가네 동산'은 아무리 봐도 명당 자리다.
좌청룡, 우백호를 거느렸고 안산까지 두고 있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음이다.
처음에는 어설펐던 공간이었으나 5년여에 걸쳐 피땀흘려 정리를 하고 나서는
많은 사람들이 자주 방문하고, 온갖 새들마저 아침 저녁으로 자주 찾아온다.
정가네님과 다래님이 부부로 사시면서 베푸는 후한 인심과 배려에
이웃은 물론 온갖 종류의 생명들이 찾는 명당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가 찾아간 날도 김천시내에 사는 두 부부가 오기로 한 날이다.
오후 6시가 되면 바람재들꽃의 상운님 부부와 팔방미인님 부부가 온다.
더구나 상운 선생은 올해 경남신문에 시조 부문 당선작을 낸 친구 아닌가?
'이거 마침 잘 되었다. 부인인 별꽃님과 친구 얼굴이나 보고 가야겠네.'
게다가 시조시인으로서 활동하고 있는 권시인님과 동행했으니
상운과 인연을 맺어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기도 하다.
상운에게 전화를 거니 청도까지 문상 갔다가 지금 돌아가는 길이란다.
정가네 동산에 있다고 하니 빨리 갈테니 잠시 기다리란다.
초대된 분들이 오기까지 막걸리를 한잔 하기로 했다.
정가네 형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주를 즐겨 드셨는데
밭에서 일을 하다가 마셔본 막걸리맛에 매료되어 그후로는 늘 막걸리를 드신다.
녹색병에 든 김천막걸리 3병이 준비되어 있었고, 안주인이신 다래님께서 부친
노란 배추전을 안주로 해서 천천히 몇 잔씩 마시며 덕담도 나누다 보니
초대된 네 분의 손님들이 시간에 맞춰 도착을 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시조시인으로 등단하게 된 상운 유선생과 권시인의 특별한 만남에 의미를 부여했다.
상운의 등단 작품을 내가 낭송하고, 그 시에 화답하는 시를 즉석에서 지으신
권시인께서 직접 낭송을 하기도 하면서 분위기가 한층 격조가 높아진다.
팔방미인님께서는 요리사 자격증을 가진 선생님이신데,
배추전을 부친다거나 고기를 구우시면서 보여주는 손놀림은 예사롭지 않았다.
손님으로 오신 두 사모님들께서 안주인이신 다래님을 도와 풍성한 저녁상을 준비하셨다.
특히 다래님께서는 신춘문예 당선을 기념하는 떡케잌을 직접 미리 만들어 놓으셨고,
그 위에 초를 하나 켜 놓고 조촐한 기념식을 진행하면서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맛있는 저녁상엔 다래님께서 직접 요리해서 만든 값진 토속음식이 차려졌다.
9명의 50대 어른들이 넓은 상에 둘러앉아 마냥 행복했던 흥겨운 시간이었다.
그 흥겨움은 마침내 돌아가면서 노래를 부르는 단계까지 흘러간다.
내가 먼저 송창식의 '강변에서'를 부르니 상운이 '토함산'으로 화답하고
정가네 형님과 남전 형님의 낭낭한 옛노래로 이어지다가
팔방미인님께서는 풍류의 백미 '진주난봉가'를 멋지게 부르더니
권시인께서는 신영복 교수의 십팔번 '강물아 흘러흘러'를 부르신다.
오늘의 주인공인 상운 유선생은 중국술 고량주(56도)에 불콰해져서
잠재된 끼를 발산하기 시작하는데, 기어코 좌중의 혼을 빼놓고 만다.
이승만의 성대모사를 하는가 싶더니, 간드러진 목소리로 '홍콩아가씨'를 부른다.
'예나 지금이나 역시 매력 넘치는 멋진 친구, 시조시인 등단 축하해!'
시간은 어느덧 밤 10시 가까워졌고, 멀리까지 가려면 일어나야 했다.
갑작스런 방문에 다래님께서 정신없이 바쁘셨음을 생각하니 미안함이 앞선다.
덕분에 잊지 못할 추억을 정가네 동산에 또 하나 쌓아놓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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