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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첫날, 우리반 아이들에게

아이들과 함께

by 우람별(논강) 2011. 6. 1.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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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여러분에게 메일을 써 봅니다.

여러분들과 처음 만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석 달이 지났네요.

그 동안 학교 생활 적응하느라 힘들었지요?

정규 수업에다 보충수업(방과후 수업), 심야수업, 야간자율학습 등

여러분들의 가슴을 옥죄기만 하는 공부때문에 많이 괴로웠을 겁니다.

 

설문조사 결과를 봐도 여러분들이 얼마나 공부때문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있나를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여러분들의 행복을 가로막는 것이 '공부'라면서 투정을 했고,

야간자율학습이 없다면 참으로 행복할 것 같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공부가 생활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청소년 시기에

그 공부가 즐겁지 않고 힘들게만 느껴지고 있으니 큰일입니다.

그런데 어떡하죠? 여러분들은 이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아니 안정된 직장을 구할 때까지는 그 공부를 계속해야 하니까요.

대한민국의 국적을 갖고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어쩌면 그렇게 운명지어진 것 아닌가요?

 

굳이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안 해도

필요한 기술과 도덕적 인격을 갖추었으면 크게 차별받지 않고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야 하는데

대한민국은 그런 현실이 아니라는 것이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부모님들과 기성세대들이 안타까워하는 게 바로 그거지요.

철저하게 경쟁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구조로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이 슬픈 대한민국의 현실을 누가 어떻게 개혁할 수 있을지요?

교육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무수한 정책이 쏟아져 나왔지만 아직도

교육문제만큼은 제자리걸음이라서 하루빨리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훌륭한 지도자가 나타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답니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진단해 보니 답답해지네요.

공부는 현실적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되고, 대충해서 될 일도 아니지요.

나는 그런 여러분들의 답답한 마음을 읽으면서 동시에 욕심이 생깁니다.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 계속 투정부려 봐야 해결될 것은 하나도 없으니

그 힘든 공부를 차라리 즐기는 쪽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이왕 할 것 같으면 화끈하게 공부해 보자는 마음으로 접근을 하는 거지요.

이미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마음 단단히 먹고 공부에 발동을 건 친구들도 있겠죠?

담임도 여러분들이 참으로 측은하고 안됐다면서 마냥 동정할 수만은 없습니다.

참으로 괴롭지만 채찍질 해야 하고 공부하라고 을러대거나 달래고 있는 거지요.

여러분에 대한 그런 간섭이 즐거운 일이 아니라서 참 힘듭니다.

 

1학년 1반 학생 여러분,

담임으로서 여러분들이 안고 있는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별 도움을 주고 있지 못해서 마음이 편치는 않습니다.

그러나 어떤 이유이든간에 여러분들이 힘들어 하면 담임도 힘들어지는 만큼

여러분이 스스로 공부에 열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이제 제대로 공부 한번 해 보자' 단단히 마음을 먹고 일단 변화를 주는 겁니다.

모든 일의 성공 여부는 우리들 각자가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는 것,

또 얼마나 그것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느냐에 있다는 것, 잘 알고 있지요?

할 수 있습니다. 젊은 여러분들이 못할 게 뭐 있겠습니까?

의욕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한다면 부모님께서 얼마나 기뻐하실까요?

담임 또한 얼마나 흐뭇할까요? 우리 학습분위기 한번 만들어 봅시다.

 

문장골 리그, 축제도 다 끝나고 이제 공부에 전념해야 할 시기입니다.

지금껏 학교생활에 적응이 안 돼서 공부를 다소 홀히 했다고 치부하고

앞으로 남은 고교 생활은 보람되게 보내 보자고 결심을 해 주기 바랍니다.

6월의 시작과 함께 또 다른 시작을 해 보는 것입니다.

담임도 최대한 여러분들을 위해서 열심히 돕도록 하겠습니다.

공부를 대신해 줄 수는 없지만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는 만들겠습니다.

쾌적한 교실환경을 기본적으로 만들어주는 게 담임의 책임이라 생각해서

아침마다 일찍 출근해서 우리반 교실의 칠판을 물걸레로 깨끗이 닦고,

책걸상의 줄을 맞추고 야간자율학습 뒤의 더럽혀진 교실바닥을 

일일이 쓸면서 청소하는 담임의 마음을 잘 이해해 주리라 믿습니다.

여러분들에 대한 봉사(서비스)의 의미도 담겼지만 언젠가 천명했다시피

그렇게 함으로써 내가 즐겁고 행복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랍니다.

직접 그렇게 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아닐까 합니다.

 

6월부터 10일에 한 번씩 야자 탈출권을 주기로 했지요?

해당하는 날짜와 자기 번호 일의 자리가 일치하는 날에는

야간 자율학습을 하지 않고 귀가해도 됩니다.

물론 원하지 않으면 학교에 남아서 공부하면 되고

조퇴를 할 경우는 일찍 귀가해서 평소 하고 싶었던 것을 하면 됩니다.

부모님과의 대화 시간도 가져보고, 목욕탕, 이발소 등도 찾아 보세요.

아무쪼록 10일에 한 번씩 돌아오는 야자탈출권이 학교생활에 있어서

자그만 활력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안한 것이니만큼

잘 활용해서 공부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아자 아자, 아자아자, 1학년 1반, 아리아리, 아리아리,

새로운 출발을 위하여 우리 모두 힘을 내 봅시다. 아리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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