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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건너간다 (박노해)

작가들의 세계

by 우람별(논강) 2011. 3. 27.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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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건너간다

 

박노해

 

가을볕이 좋은 공원에

휠체어를 탄 창백한 할아버지와

유모차를 탄 뽀이얀 손녀가

나란히 나란히 굴러 간다.

낙엽은 보도블록 위를 굴러 가고

구름은 푸른 하늘을 흘러가고

휠체어를 탄 할아버지가 벙그레

유모차를 탄 손녀에게 마른 손을 내밀어

말랑한 볼을 쓰다듬는다

고사리 손이 앙상한 손을꼬옥 잡는다.

한 생의 가을햇살이

또 한 생의 봄햇살로

가만히 건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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