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
정호승
위로 쌓아 올려지기보다 밑에 내리깔리기를 원한다.
지상보다 먼 하늘을 향해 계속 쌓아 올려져야 한다면
언제나 너의 발밑에 내리 깔려
누구든 단단히 받쳐 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어느 날 너와 함께 하늘 높이 쌓아 올려졌다 하더라도
지상을 가르는 장벽이 되길 바라지는 않는다.
산성이나 산성의 망루가 되기는 더더욱 바라지 않는다.
그저 우리 동네 공중목욕탕 굴뚝이나 되길 바란다
때로는 성당의 종탑이 되어 푸른종소리를 들으며
단단해지기보다 부드러워지길 바란다.
쌓아 올린 것은 언젠가는 무너지는 것이므로
돌이 되기보다 흙이 되길 바란다.
- 시집 <밥값>(창비, 2010)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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