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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아들 만나러 부산 가는 날

오늘 나는

by 우람별(논강) 2010. 12. 24.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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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부산에서 유학하는 막내를 만나러 간다.

오피스텔에서 함께 생활해 오던 친구가 군대를 가고,

혼자 남게 된 막내는 원룸을 얻어 곧 이사를 가야할 형편이다.

손자를 보고싶어 하는 대구의 어머니를 모시고 같이 갔다가

오붓하게 점심 식사를 할 예정이다.

 

오후에는 미리 봐 둔 원룸을 살펴본 뒤,

부동산 관계자를 만나 계약을 할 예정인데 생각보다 비싸다.

보증금 500만원에 매달 36만 원을 내야 한단다.

학교 주변의 원룸이라 그러려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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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아들 만나고 와서 오늘의 일을 간단히 정리해 본다.

지금 시간 크리스마스 이브의 밤 10:10분

 

구미를 출발하기 전, 아내와 잠시 얘기를 나누고,

매섭고 추운 고속도로를 달려 방촌동 어른댁에 들러서

어머니께서 정성껏 차려놓은 아침상을 받았다.

오늘은 특별히 시금치국에 싱싱한 김치가 최고의 맛이다.

식사 전에 어머니는 몸에 좋은 매생이즙을 마셔보라며 권하시는데,

마지막 뒷맛이 역겹다는 생각이 들어서 못 마시겠다고 하니

어머니는 매생이의 효능에 대해서 들은 바대로 열심히 설명을 하신다.

 

아버지는 어머니께서 의료기 판매점을 거의 매일 드나드는 데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밥상머리에서 말씀하기 시작하시는데 이거 야단났다.

부모님끼리 주고받는 상투적인 말다툼에 나도 이젠 이골이 나서

그냥 넘어가려 하지만 서로간의 불만섞인 말씀이 반복될 때는 난감하다.

서로가 받는 스트레스가 심각할 정도가 되어 버린다.

얼마나 짜증이 나는지 아들이 정색을 하고 개입을 해야 좀 누그러지신다.

아버지의 어머니에 대한 무모한 호령은 언제나 거부감을 주는 부분인데,

당신께서는 그 사실을 감지하지 못하고 말실수를 연발, 안타깝기 그지없다.

어머니 또한 똑같은 레파토리의 반복, 한많은 세월의 뒤안길까지 훑고 또 훑은다.

이 때는 빨리 한 분이라도 모시고 집을 빠져나오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고속도로를 달려 부산에 도착했을 때는 오전 11시가 채 안 되었다.

막내한테 연락을 해서 왔음을 알리고 주변에 주차를 하고 녀석의 방에 들어가니

방안은 엉망진창, 뭐라고 표현 못할 정도의 지저분함이 여기저기 널려있는데,

같이 사는 친구 때문이라고 핑계를 댄다. 혼자 산다면 잘할 수 있단다.

 

신용부동산 중개업자한테 연락을 해서 막내가 맘에 들어하는 원룸을 구경했다.

그런대로 방은 깔끔하고 좋았고 심야전기를 이용한 난방시스템이 맘에들었다.

부산 지역의 원룸은 계약기간이 거의 2년이라는데, 1년으로 했다.

1년 뒤에 군대를 가니 2년 계약 조건이라면 못한다 했더니 봐 준거다.

보증금 500만원에 매달 4일 관리비 포함 36만원씩 송금하기로 했다.

 

전기세, 인터넷 사용료, 휴대폰 사용료(애비가 60,000원 보조) 등은

막내 스스로가 용돈을 아끼든, 알바를 하든 해결하기로 했다.

용돈과 방값, 학비는 애비가 책임지고 도와주는 것으로 하지만

본인이 누리고 사용하는 것에 대한 비용은 스스로 책임져 보라는 뜻이다.

그것이 최소한의 경제교육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같은 과에서 공부하는 1년 위의 선배를 사귀고 있는 모양인데,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 내게 보여주기도 했다. '대견한 녀석'

여자 친구와 종종 들른다는 돼지국밥집에 가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신용부동산 중개업자도 이 동네의 유명한 음식이 돼지국밥이라 하더니

과연 손님으로 가득한 돼지국밥집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어머니께서 맛있게 드시는 것을 보니 마음이 훈훈해진다.

노파심이라 했던가, 어머니는 손자에게 당부하는 말씀이 참 많으시다.

 

아들과 헤어지고 어머니와 함께 양산시 덕계동의 외삼촌댁으로 갔다.

언양산 돼지고기 삼겹살 2만원어치를 사가지고 집으로 들어가니 외삼촌 혼자 계신다.

오후 5시 30분 회사 출근시간까지는 여유가 있다면서 거실 소파에 앉아

두런두런,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웠다. 자식들 얘기, 조카 얘기,

풍물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외숙모님 이야기, 회사 동료의 재혼 이야기 등

탐스런 배를 끌어안고 말씀하시는 외삼촌은 과연 입담이 좋으시다.

풍물을 배우고 귀가하신 외숙모님이 차려주는 맛있는 저녁식사를 끝내고

외삼촌은 회사 츨근하시고 어머니와 나는 대구를 향해 출발했다.

 

대구로 돌아오는 경부고속도로, 졸음운전 때문에 고생을 좀 했다.

어머니는 조수석에 앉아 계속해서 말씀을 하시는데 피곤함도 모르신다.

좋은 체력을 가지신 것 같아 마음은 참 든든한데, 여러 번 들은 이야기라서

솔직히 신선한 맛은 없다. 어찌 토씨 하나 안틀리고 그대로 말씀하시는지 놀랍다.

그것도 처음 말씀하시는 것처럼 끝까지 하신다. 그래도 열심히 듣는다.

당뇨병으로 약을 매일 드시고 계시지만, 걷기운동을 늘 하시니 문제없다.

자식들로서는 부모님의 건강하심이 무엇보다 기분좋은 일이다.

오랜 세월 고생하셨으니 이제는 마음 편히 사셨으면 참 좋겠다.

특히 아버지께서는 별난 성격을 좀 누그러뜨리고 어머니를 배려하시면 참 좋겠다.

말 한마디라도 따스하게 하고, 큰소리가 집밖으로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머니는 매생이즙 8박스(8포씩)을 사 놓으셨는데 4박스를 내게 주신다.

4박스는 당신께서 드시고, 다 먹고 나면 알약이 또 배달될 것이란다.

고지혈증에 좋고, 간에 좋고, 당뇨에 좋은 귀한 식품이니 제발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먹어보라고 하신다.

어머니의 뜻을 거역했다가는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실 것 같아

그럼 열심히 먹어 보겠다고 했다. 어머니의 신앙은 대단하다.^^

구미로 돌아오는 길은 좀더 속도를 내서 달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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