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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낙동 나각산 일대

사진과 함께

by 우람별(논강) 2010. 10. 7.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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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여고 문장골 산악회 회원 6명은 상주 낙동의 나각산(螺角山)을 다녀왔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낙동강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상주시에서 나각산을 중심으로 해서 생태체험마을을 조성하고 있고,

등산길 주변에는 운동시설, 휴식 시설, 나무 계단, 출렁다리 등까지 만들어 놓았다.

'MRF숨소리길'이라는 이정표가 곳곳에 있는데, 산을 오르내리고 강을 따라 걸으면서,

또 들을 걸으며 자연의 숨소리를 들어보라고 유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은 심란하기 그지 없다.

 굽이굽이 자연스레 흘러야 할 강에는 온갖 중장비와 트럭들이

쉴새없이 움직이며 강바닥을 파혜치는 소리만 들릴 뿐,

정작 자연의 소리는 죽고 없는, 슬픔의 현장이었다.

그나마 함께 걸으며 걱정하는 동료들과

나각산 등산로 주변에 핀 외롭게 피어난 야생화,

자신의 짝을 찾는 듯한 새소리가 위로가 될 뿐이었다.

 

 

 

 

 

 

 

 

 

 

 

 

 

 

 마을에서 1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생태체험마을 조성 현장

 

 지난 추석 무렵의 강우로 낙동강 바로 옆 논의 일부가 무너져 내리고,

준설 중이던 모래가 강물에 쓸려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모습으로 보인다.

아마 관계당국은 또 저 엄청난 양의 모래를 퍼올려

확보해 놓은 준설 매립지로,  강 주변의 논밭 부지 위에

산처럼 옮겨 쌓는 일을 계속할 것이 분명하다.

 

강가의 밭에서 허리굽혀 콩을 따고 있는 할머니에게 물었다.

"농사도 못 짓고, 이리저리 힘드실텐데 보상은 좀 받으셨습니까?"

"(잠시 대답을 않다가) 예, 많이 받았어요."

"혹시 관계 당국에 불만은 없으신지요?"

"불만을 가져본들 우짜겠습니까?"

 

낙단보 공사 현장,

왼쪽은 공사를 다했는지 막았던 것을 터서 그리로 강물을 흘려보내고 있고,

오른쪽은 물막이 공사를 끝내고, 이제 고여있는 강물을 양수기로 퍼내는 일을 하고 있다.

물을 다 뺀 다음에는 나머지 구간의 보를 또 만들기 위한 공사를 하게 될 것이다.

'저렇게 거대한 시설물을 보로 봐야 되나, 댐으로 봐야 되나?'

 

공사현장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저 거대한 강물을 왜 막으려 하는가?

강물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죽이는' 것이 분명한 것일진대

왜 거짓말을 할까? 무엇을 근거로 '살린다'고 할까?

국민들을 우롱하는 것이 아니고서야, 저리도 뻔뻔스레 밀어부칠 수 있을까?

환경 전문가들은 물론, 전국민의 80%가 공사에 반대하는 것을 끝까지 고집할까?

나라의 큰일을 사심을 가지고 국민을 속이면서까지 추진해도 되나?

국가의 원수가 갖는 막강한 권력은 국민을 위해 쓰라는 권력인데

자신의 업적을 쌓기 위해 쓰는 그런 못난 사람도 있는가?

해서 수천 년 흘러온 자연을 망가뜨리려 하는가?

 

'저 강은 수천 년 세월을 그렇게 흘러왔듯이

앞으로도 계속 막힘없이 흘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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