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과 함께 조명 천천히 들어오면 A가 무대 오른편에서 천천히 등장해서 자리를 잡고 시낭송을 시작한다.
* 어릴 때 내 꿈은(도종환)
어릴 때 내 꿈은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나뭇잎 냄새 나는 계집애들과 먹머루빛 눈 가진 초롱초롱한 사내 녀석들에게
시도 가르치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들려 주며
창 밖의 햇살이 언제나 교실 안에도 가득한
그런 학교의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플라타너스 아래 앉아 시들지 않는 아이들의 얘기도 들으며
하모니카 소리에 봉숭아꽃 한 잎씩 열리는
그런 시골학교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이 부분에서 조명이 천천히 아웃되고)
무대 왼쪽에 중학생 등장, ‘꼴찌반 아이들’ 중 , - 영자의 편지 일부를 낭송한다.
<내용 추후 삽입>
수업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소리(효과음) 들리고, 무대 왼쪽이 다시 밝아지면 B가 도종환의 시, <종례시간>을 낭송한다. 선생님의 종례할 때 모습을 연기하듯 낭송하는 것도 필요함.
* 종례시간(도종환)
얘들아 곧장 집으로 가지 말고
코스모스 기웃기웃 얼굴 내밀며 손 흔들거든
너희도 코스모스에게 손 흔들어주며 가거라
쉴 곳 만들어 주는 나무들 한 번씩 안아주고 가라
머리털 하얗게 셀 때까지 아무도 벗해 주지 않던
강아지풀 말동무 해주다 가거라
얘들아 곧장 집으로 가 만질 수도 없고 향기도 나지 않는
공간에 빠져 있지 말고 구름이 하늘에다 그린 크고 넓은 화폭 옆에
너희가 좋아하는 짐승들도 그려 넣고
바람이 해바라기에게 그러듯
과꽃 분꽃에 입맞추다 가거라
얘들아 곧장 집으로 가 방 안에 갇혀 있지 말고
잘 자란 볏잎 머리칼도 쓰다듬다 가고
송사리 피라미 너희 발 간질이거든
너희도 개울물 허리에 간지럼 먹이다 가거라
잠자리처럼 양팔 날개하여 고추밭에서
노을지는 하늘 쪽으로 날아가다 가거라
출전: 시집, <슬픔의 뿌리>(2005)
왼쪽 무대 조명 아웃 되고, 다시 오른쪽 무대의 조명이 밝아지면서 A의 낭송 이어진다.
아직도 내 꿈은 아이들의 좋은 선생님이 되는 거예요.
물을 건너지 못하는 아이들 징검다리 되고 싶어요.
길을 묻는 아이들 지팡이 되고 싶어요.
헐벗은 아이들 언 살을 싸안는 옷 한 자락 되고 싶어요.
푸른 보리처럼 아이들이 쑥쑥 자라는 동안
가슴에 거름을 얹고 따뜻하게 썩어가는 봄흙이 되고 싶어요.
출전: 시집, <지금은 비록 너희 곁을 떠나지만>(1989)
A의 낭송이 끝나면 조명 아웃 되었다가, 음악과 함께 무대가 다시 밝아오면 두 명의 아이 C와 D가 보인다.
C: 언니야, 꽃 좋아하지?
D: 당연하지. 근데 왜?
C: 언니는 어떤 꽃을 좋아하는지 궁금해서.
D: 예쁘고 고운 채송화가 최고지.
C: 하늘에 떠 있는 햇님 별님도 좋아해?
D: 그~럼. 우리 엄마 아빠 같으니까. 해, 별, 꽃 모두가 친구인 거야.
대사가 끝나면 C와 D가 번갈아가며 도종환의 동시 <채송화>, <해>, <밤별>을 낭송한다.(동시에서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를 사진과 영상으로 적절히 표현할 필요가 있음.)
* 채송화(도종환)
해바라기는 키가 커서
멀리서도 보이지만
키 작아도 채송화
얼마나 예쁜데요
부용꽃은 꽃이 커서
눈에 금방 뜨이지만
꽃 작아도 채송화
얼마나 고운데요
키 작아도 예쁜 꽃
얼마나 많은데요
채송화는 작은 꽃
작아서 더 고운 꽃
* 해(도종환)
잿빛 구름 하늘 가득 덮어도
해는 있는 거지요
장맛비 진종일 오는 날도
해는 어딘가에 있는 거지요
함박눈 며칠씩 내리는 날도
눈발 너머에 해는 있지요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건 아니지요
눈앞에 없다고 이 세상에 없는 건
아니지요.
* 밤별(도종환)
우리가 잠든 한밤중에도
지붕 위에서 우릴
지켜보는 별 있지요
우리가 이불 속
파고들어갈 때도
반짝반짝 눈 뜨고
깨어 있는 별 있지요
우리가 깨어
뒤척이는 소리 듣고 나서야
새벽하늘로
돌아가는 별 있지요
두 어린이의 낭송이 끝나면 무대 조명 어두워지고 해설 담당 E의 목소리 들린다. (해설) 도종환 시인은 온갖 꽃들에 대한 남다른 서정과 감각은 물론 해와 별의 존재에 대한 인식을 은근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자신이 걷고 있는 길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잊지 않으려는 양심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지요.(어둠 속에서 들리는 해설의 효과를 살릴 수 있음)
해설이 끝나고 음악과 함께 조명 밝아오면 F와 G가 번갈아 낭송한다. 마지막 행은 둘이 함께 낭송하는 게 효과적이다.
* 별을 향한 변명(도종환)
별들이 우리를 보며 눈빛을 반짝이는 거라고 믿었다
밤마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것을 꿈꾸었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사람들은 모두 선한 씨앗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사랑이 손짓해 부르면 그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고
물불 안 가리고 사랑의 강물에 뛰어 들었다
이길 수 없는 것들에게 싸움을 걸었다
판판이 깨지고 나서도 지지 않았다고 우겼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데도 희망을 이야기했다
시인이 아름다운 꿈을 꾸지 않으면
누가 꿈을 꾸겠느냐고 시를 썼고
결딜 수 없는 걸 견디면서도
사람들에게 포기하지 말자고 편지를 썼다
이 길을 꼭 가야 하는 걸까 물어야 할 때
이 잔이 내가 받아야 할 잔인지 아닌지를 물었다
우리가 꾼 꿈이 이루어지는 것인지 별에게 묻고
별이 대답하기도 전에 내가 먼저
꿈꾸고 사랑하고 길을 떠나자고 속삭였다
그것들이 내 불행한 운명이 되어가는 걸
별들이 밤마다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출전: 시집, <사월 바다>(2016)
이어서 <아모르파티>('운명에 대한 사랑'이란 뜻)를 H가 낭송한다.
* 아모르파티(도종환)
평생 그림을 그리며 살고 싶었으나
어찌어찌하다 시인이 되었다
한사람을 오래 사랑하리라 마음먹었지만
운명은 그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치열하게 살고 싶었지만
처절하게 젖는 날들이 더 많았다
소요의 한복판을 벗어나
고요의 중심으로 들어가 살 수 있는 날이 찾아와
나뭇잎 소리 바람 소리에
내 나머지 문장을 맡기려 했는데
다시 숲에서 사막으로 끌려나왔다
모래벌판으로 난 길과 낙타들의 행렬을 따라가다
오늘 수첩을 꺼내 아모르파티라고 적는다
오라 운명이여
한낮의 모래언덕과 초저녁의 푸른 초승달과
내게 오는 운명을 사랑하리라
세상은 오래도록 모래와 바람이 휘몰아치며
열사의 뜨거움과 밤의 냉기가 충돌하는 곳
쓰러질 때까지 내 운명을 지나가리라
선택하고 뉘우치고 또 나아가리라
출전: 시집, <사월 바다>(2016)
낭송 끝나면, 조명 아웃되고 목소리 들린다.
(해설)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걸어갔던 그 길에서 시인의 철학은 어떻게 표현되었을까요? 또 그 길에서 만났던 꽃과 담쟁이는 시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요? 함께 보시죠.
조명 밝아지면서 음악과 함께 I회원의 낭송 이어진다.
* 처음 가는 길(도종환)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없다
다만 내가 처음 가는 길일 뿐이다
누구도 앞서 가지 않은 길은 없다
오랫동안 가지 않은 길이 있을 뿐이다
두려워 마라 두려워하였지만
많은 이들이 결국 이 길을 갔다
죽음에 이르는 길조차도
자기 전 생애를 끌고 넘은 이들이 있다
순탄하기만 한 길은 아니다
낯설고 절박한 세계에 닿아서 길인 것이다
출전: 시집, <해인으로 가는 길>(2006)
이어서 J가 무대 위에 올라 <들국화 2>를 낭송한다.
* 들국화 2(도종환)
너 없이 어찌
이 쓸쓸한 시절을 견딜 수 있으랴
너 없이 어찌
이 먼 산길이 가을일 수 있으랴
이렇게 늦게 내게 와
이렇게 오래 꽃으로 있는 너
너 없이 어찌
이 메마르고 거친 땅에 향기 있으랴
출전: 시집, <사월 바다>(2016)
이어서 K가 <담쟁이>를 낭송한다.
* 담쟁이(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잎 하나는 담쟁이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출전: 시집, <당신은 누구십니까>(1993)
이제 낭송의 막바지다. L이 등장하여 <흔들리며 피는 꽃>을 낭송한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출전: 시집, <사람의 마을에 꽃이 진다> (1994)
(해설) 시인께서는 일찌기 절망의 벽도 담쟁이처럼 넘을 수 있고, 흔들리고 젖으면서 꽃을 피우듯, 사랑하며 사는 게 인생이라는 메시지를 주시더니 최근에는 매년 반복되는 자연의 변화를 통해서 가슴 속 깊이 자리한 소원을 겸허하게 노래하며 또다른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음악과 함께 조명 들어오면 5명의 회원(F~J)이 등장해서 5연의 시를 한 연씩 맡아서 낭송한다.
소원(도종환 )
올해도 소한 대한 지나며 폭설 퍼부을 것이다
사나흘씩 눈 쏟아져 산짐승 다니는 길도
사람들이 세상으로 낸 길도 다 지워지는 날
내가 찍은 내 발자국 데리고 고요도 데리고
더 깊은 곳에 깃든 내 집 찾아가고 싶다
올해도 청명 곡우 지나면 꽃사태 나고
남쪽에선 매화 산수유 벚꽃이 지천으로 필 것이다
꽃 보러 가고 싶은 마음 눌러 앉히곤 꽃출석부 들고 나가 뒤뜰에 오종종 핀 봄맞이꽃 주름꽃 꽃다지
출석 부르며 내 집 마당 먼저 꽃교실로 가꾸고 싶다
올해도 폭우 쏟아져 도시가 무릎까지 젖고
천둥과 번개의 번쩍이는 채찍이
인간의 마음과 캄캄해진 하늘을 쩍쩍 갈라놓곤 할 것이다
그때마다 오만과 허세와 어리석음을 속죄하고
가장 겸허한 언어로 기도하고 싶다
올해도 비명 소리 아우성 소리 골목골목 넘칠 것이다
듣지 말아야 할소리가 있고
외면하지 않아야 할 목소리 있을 것이다
그 둘을 구분해 들을 줄 아는 귀와
균형과 중정의 지혜를 갖게 해달라 간구하고 싶다
올해도 가을 오면 굴참나무 잎은 지고 쓸쓸해질 것이다
그러면 나도 한 장의 낙엽처럼 우주의 부름에귀기울이고
순간순간이 은총이던 날들과
아직도 내게 남아 있는 시간을 고맙게 받아들이며
마른 얼굴로 하늘 올려다보고 싶다
출전: 시집, <고요로 가야겠다>(2025)
낭송 끝나면 조명 꺼지고 음악이 잠시 흐르다가 다시 조명 밝아지면, 도종환 시인이 무대 위에 깜짝 등장하여 당신의 시가 낭송된 것에 대한 소감을 말하고, 곧 이어지는 신경림 시인과 자신의 관계를 간단하게 약 2,3분 정도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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