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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 트레킹 2

여행 이야기

by 우람별(논강) 2025. 3. 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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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40분, 일출 시각이다. 어제의 흐린 날씨에 다소 실망했던 우리들이었기에 오늘의 날씨 변화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그나마 주변의 설산이 구름 속으로 희미하게나마 보인다. 안나푸르나 남봉, 마차푸차레의 멋진 모습이 어렴풋하다. 연신 카메라를 들이대고 사진을 찍는다. 여명의 붉은 기운이 전체적으로 어우러지면서 더욱 멋진 분위기로 바뀌고 있으니 기대가 점점 커지고 있다.
 

보고 싶은 설산을 잘 볼 수 있도록 구름의 배려에 감사하면서 밝아오는 아침의 활기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희뿌연 연무 속에서 가파른 능선을 계속 오르면서 느꼈던 어제 오후의 허무함을 보상받은 듯해서 그나마 위로가 된다. 
 

능선 꼭대기로 보이는 디그리 힐, 360도 사방을 쉽게 조망할 수 있다는 곳인데 우리 일행은 그 위로 오르는 것을 포기하고 모하레 단다로 발길을 옮기기 시작했다.
 

어제 우리가 목표로 했던 모하레 단다(해발 3313m)에 올랐다. 여기에서 조망하는 일출 풍광이 최고라는 평가에 고무되었던 우리들 아니었던가! 감동적인 일출 장면을 여기서 보진 못했더라도 날씨가 좋기만 좋으면 푼힐(Poonhill) 전망대의 일출보다 더 훌륭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목표 지점에 다다랐으니 플래카드를 꺼내어 기념사진 한 장 더 찍어두어야 했다.

 

트레킹 첫날부터 발끝에 밟힐 정도로 많이 피어있는 키 작은 앵초꽃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 맑고 고운 자태가 눈에 강렬하다. 큰앵초와 작은앵초가 있는데 위의 꽃은 큰앵초라고 봐야 한다.
 

이 꽃은 짙은 향을 발산하는 녀석인데 그 이름은 끝내 알아내지 못했다. 숲의 분위기를 확 바꿔줄 수 있는 마력을 지닌 천리향으로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새벽의 서리가 내려앉은 대나무의 자태,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대나무다. 히말라야의 속살을 잘 받쳐주고 있는 것이 이 대나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곳곳에 군집을 이루며 자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하레 단다에서 푼힐 전망대로 가는 길은 사람들의 흔적이 많지 않은 듯, 오솔길 정도의 좁은 길의 연속이다. 우리들을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는 듯했다. 나무에 새긴 파란색 푼힐 표지는 몸에 생긴 상처 같아서 안타깝다. 세계의 트레커들을 불러 모으는 히말라야의 매력을 감안하더라도 작은 인공표지판이라도 세워서 안내해 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푼힐 전망대로 가는 길목에서 잠시 포즈를 취한 휘동, 독특한 웃음과 솔직함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능력을 보여주는데 오늘의 일출 장면과 날씨에 크게 고무되었던 듯, 어제의 날씨에 대한 섭섭함은 말끔히 씻어버릴 수 있었다면서 매우 흡족해했다. 저 흐뭇해하는 미소를 보아라. 이럴 때는 잘 부르는 노래솜씨에 걸맞게 한 곡 뽑아야 하는데…..
 

자네는 표정이 왜 이래, 어디 아파? 많이 힘들어 보이는데..... 사실, 지금 히말라야의 속살을 헤집고 다니면서 너무도 좋고 행복한 상태인데 사진을 찍으면 자꾸 저런 표정이 나오니 참 황당하구먼. 그러니까 사진만 보고 사람을 평가해서는 곤란한 법이여.^^ 
  

모하레 단다와 푼힐 전망대 사이에 위치한 어느 휴식 공간, 사방이 탁 트여서 사진 찍기 좋은 곳이다. 다들 분위기에 취해서 주변을 둘러보기 바쁘다.
 

한참 동안 가파른 길을 내려왔으니 또 그만큼 숨을 헐떡이며 푼힐 전망대를 향해 올라가야 할 지점에 와 있다.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에 휴식을 취하면서 힘을 모아두어야 한다. 힘들 때마다 간간히 취하는 휴식이야말로 먼 길을 가기 위한 에너지임에 틀림없다. 특히 창열이는 허리의 통증을 참아가면서 오르내리고 있는데, 그에게 있어서 휴식은 없어서는 안 될 필요조건이 되었다. ABC보다 힘이 든다는 EBC까지 답파할 수 있었던 것도 서둘지 않고 천천히 오르되 힘들 때에 취했던 적절한 휴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히말라야에 와 보지 못한 사람은 많아도 한 번 와 본 사람은 없다."고 한 말의 의미를 그는 이번에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여기가 푼힐 전망대(해발 3210m)다. 보통은 고레파니(해발 2874m) 마을에서 40분 정도 올라서 밟게 되는 곳이지만 우리는 이곳을 거쳐서 고레파니 마을로 내려가야 한다. 
 

고레파니 전망대를 2001년에 세웠다는 표지판이 보인다. 그러나 이 정도로 사방이 탁 트인 곳이라면 굳이 저렇게 높은 전망대까지 필요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인공구조물 자체가 주는 거부감이기도 하겠지만 차라리 히말라야를 힘들게 오르내리는 분들을 위해서 소박한 이정표나 예쁘게 세워서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고 어느 정도를 더 오르고내려야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지를 안내해 준다면 더 고맙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일출 장면을 보기 위해 올랐던 사람들이 모두 떠난 뒤라서 전망대 매점은 이미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일출 이후 세 시간이 지난 뒤, 이곳을 경유하는 처지라서 그런지 우리 팀 이외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 여섯 명과 함께하고 있는 포터 세 분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 참 보기 좋다. 이틀밖에 되지 않았지만 다들 성실한 가장으로서 궂은일을 묵묵히 잘하고 있다. 늘 여행객들의 도우미 역할을 전문적으로 하는 분들이라 말은 잘 통하지 않아도 눈짓만으로도 의사소통이 가능할 것 같다.  
 

전망대에서 30분 정도 내려오면 고레파니 마을이다. 
 

고레파니 마을까지 오면서 자주 봤던, 앞으로도 끊임없이 보게 될 랄리구라스 꽃, 네팔의 국화이기도 하다는데 그 자태가 남다르다. 피어나는 과정과 활짝 핀 꽃의 모습인데 깔끔한 모습이 아니어서 안타깝다. 나중에 다시 보기로 한다.
 

고레파니 마을의 어느 롯지에 마련된 휴식 공간에서 레몬 진저차를 주문하고 기다리면서 따스한 햇볕을 쬐고 있으니 몸이 나른해져 온다.
 

고레파니 마을의 해발고도가 2860m이고 오른쪽으로 3시간 30분을 더 가면 타다파니 마을, 7시간을 더 가면 간드룩 마을이 나올 것이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데우랄리란 곳에서 점심을 먹고 계속 걸어가서 닿게 되는 타다파니가 오늘의 숙소가 될 것이라면서 부지런히 걸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랄리구라스 나무와 그 꽃들, 휘동의 끊임없는 관심을 받고 있음에 틀림없다. 
 

고레파니에서 약 1시간 남짓 걷고 걸어서 도착한 곳이 타프라 단다(Thapla Danda, 3165m)이다.
 

다프라 단다에서 잠시 오르막이 이어지다가 내리막길이 시작되었는데 이 시점부터 싸락눈(우박)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눈으로 바뀌어 내린다. 길은 널찍해서 좋았다. 양 옆의 아름드리 랄리구라스 나무는 마치 우리를 보호해 주고 있는 것 같아서 이 숲길을 걷는 이의 마음은 마냥 편하고 든든했다.
 

데우랄리란 곳, 여기에서 점심을 먹었다. 날씨가 우중충하고 눈을 맞은 뒤라서 따뜻한 국물을 먹고 싶었다. 그러나 국수에서 우러난 국물은 우리가 상상했던 맛이 아니었다. 만두맛도 기대에 못미쳤다. 여행할 때마다 느끼는 맛의 공허감은 어쩔 수 없다고는 하나 늘 이렇게 아쉬움으로 남는가 보다. 색다른 경험이려니 받아들이자. 괜히 스트레스로 작용해서는 곤란하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렇게 받아들이자. 
 

점심 먹는 사이에 눈의 크기는 더 커져서 함박눈으로 내린다. 우리들의 트레킹에 활력을 주는 눈이면 참 좋겠다. 사실, 산행 중에 이렇게 눈을 맞으면서 맘 편하게 걸을 수 있다는 것은 큰 복이 아닐 수 없다. 눈 때문에 길이 막힐 것이라는 불안감보다는 눈 위를 걸으면서 들리는 모든 소리를 즐기면서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하자.  
 

구릉(Gurung, 2660m) 마을에 도착했을 때 눈은 아쉽게도 그쳤다.
 

반단티, 어제 짚차에서 내린 장소와 이름이 같지만 다른 장소다. 점심을 먹었던 '데우랄리'도 우리가 이틀 뒤에 묵게 될 '데우랄리'와 이름은 같아도 장소는 완전히 다른 곳이다. 이름이 같아서 혼동되는 지명이 히말라야 부근에 간혹 있음을 알아야 하리라.
 

저 소박한 무쇠관은 그 안을 흐르는 물의 유속 및 수차를 이용한 발전시설이라고 가이드는 말한다. 이 조그만 발전 시설로 주변 지역의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웬만한 전력량은 해결할 수 있다고 하니 참 신기할 정도다.
 

반단티에서 타다파니까지 걷는 1시간이 넘는 오르막길도 쉽지 않은 길이었다. 숙소였던 아파코티지에서 모하레 단다, 푼힐전망대, 고레파니, 타트라단다, 데우랄리, 반단티 를 거쳐 오늘의 숙소인 타다파니 Hotel Panorama Point 까지 걸은 열한 시간의 긴 여정은 트레킹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 내 다리 장한 다리!!!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찍은 사진 몇 장, 숙소는 앞이 탁 트인 높은 지점에 위치해 있어서 일출을 감상하기에 최고의 조망이 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저녁식사를 하고 나서 잠시 쉬면서 룸메이트인 정우와 이야기를 좀 하다가 부지불식간에 곧장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연이틀간의 장시간 트레킹으로 지쳐있던 몸을 쉴 수 있게 해야 그다음 날을 기약할 수 있겠다는 몸의 요구를 뿌리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트레킹 이틀 만에 맞게 되는 장엄한 일출, 이곳 타다파니에서 보는 행운을 갖게 되었으니 이 또한 하늘이 준 복이 아닐 수 없다. 사진을 찍어서 내가 아는 많은 분들과 공유하는 것 또한 복을 짓는 일이니 즐거운 일이고 꼭 오늘이 아니더라도 아침을 맞을 때마다 행운처럼 다가올 일출 장면을 볼 수 있을 테니 최고의 행운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남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우리는 갖게되었으니 최고의 덤이다. 덤, 덤, 사랑해.^^ 
 

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일출을 감상했으니 이제 배를 불리고 길을 떠나야 한다. 8시 20분부터 연속되는 내리막길을 1시간 정도 걸어서 추일레까지 갔다가 거기서 잠시 쉬고 출렁다리를 건너 촘롱까지 오르막을 계속 올라야 한다. 오늘의 목적지는 시누아다. 로우 시누아와 어퍼 시누아가 있는데, 오늘은 로우 시누아에서 숙박을 한다. 어퍼 시누아에서는 하산할 때 하룻밤 묵을 예정으로 되어 있다. 
 

네팔인들의 강한 생활력을 엿볼 수 있는 저 다랑논밭, 가파른 산이지만 경작지로 만들어 먹거리를 해결하는 저들의 치열함과 노동력이 존경스럽다.
 

저 아래 연둣빛 밭에 자라고 있는 작물은 무엇일까? 밀이 아닐까 싶다. 가풀막진 길을 오르내리면서 농사짓는 부지런한 네팔인의 강인함은 저 히말라야 산 정령의 보호 속에서 자라난 것이 아닐까 싶다.   
 

추일레(Chuille)에 있는 어느 롯지의 모습이다. 기둥 끝에 몇 개씩 달려있는 것은 옥수수다. 때가 되면 밭에 뿌려질 씨앗으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롯지의 건물로 들어가니 식당 공간이 보인다. 사람들이 없는 것으로 보아 우리가 지금 걷고 있는 트레킹 기간만큼은 성수기가 아님을 알겠다.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는 ABC 트레킹 성수기에 왔더라면 초로의 우리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 텐데 시기적으로 잘 선택함으로써 천천히 여유있게 다닐 수 있어서 참 좋다. 족장의 탁월한 시기 선택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추일레 지역에서 촘롱 지역으로 가기 위해 건너야 하는 구름다리, 킴롱강(Kimrong River) 위로 이 다리가 생긴 이후 흔들리면서 오고갔을 숱한 군상들을 생각한다. 다들 어떤 마음들이었을까? 단순한 호기심과 기대감을 갖고 건넜을 테지만 건너기 전과 건넌 후의 감정이 교차될 것이다. 혹자는 눈물을 뿌리기도 했을 것 같고, 혹자는 높은 오르막을 오를 것을 생각하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을 것만 같다. 우리 또한 구름다리를 호기롭게 건넌 뒤에는 촘롱의 높은 지역을 향해 올라가면서 가쁜 호흡을 쉼 없이 반복해야 한다.   
 

다리를 건넌 뒤 20여 분간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니 초등학교가 하나 보여서 계단을 올라 고개를 내미니 선생님 한 분이 걸어 나오셨다. '나마스테' 인사를 하니 두 손을 모아 인사를 받아 주신다. 사진 한 장을 찍고 계단을 내려오니 기다리고 있던 휘동이가 1000루피를 건네면서 학교발전기금(후원금) 통에 넣으라고 한다. 선생님이 울타리 위에서 그 장면을 보았는지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한다. '코리아'라고 말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코리아의 작은 정성을 기억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센스있게 후원금을 전달하는 휘동이의 깊은 뜻이 고마웠다. 가이드인 붓다한테 들으니 전교생이 여섯 명이고 선생님 두 분이 수업을 하고 계신단다. 또 네팔이란 나라도 웬만한 아이들은 농촌학교에 남아있지 않고 도시로 가서 공부를 하는 추세라고 설명해 준다.
 

추루정(Cuhrjung)의 한적한 시골길 양 옆으로 밀이 자라고 있었다. 휘동과 가이드 붓다가 사이좋게 나란히 포즈를 취했다. 일행의 맨 뒤에서 걸으면서 둘은 많은 대화를 나누었는지 이젠 아주 가까워진 듯하다. 휘동은 붓다가 그간 어떻게 살았는지 현재 어떻게 살고 있는지 등 신상파악을 다 하고 있는 듯했다. 보통 친구가 아니며 앞날이 매우 촉망된다는 인물평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추루정의 어느 롯지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이곳은 막걸리도 판매한다고 했다. 한국 손님들을 겨냥한 것이지만 쌀로 빚은 막걸리가 아니라 기장으로 빚은 막걸리라고 했다.
 

반가운 마음에 두 잔을 마셨는데 익숙지 않은 맛이라 당황스러웠다. 결국 호기롭게 마신 두 잔의 막걸리가 내 속을 뒤집어 놓고 말았는데, 그 이후 설사를 만나 한 동안 화장실을 자주 들러야 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김치는 서비스로 식당 주인께서 제공해 주었는데 그저 먹을 만했다.
 

또 구름다리를 건넌다. 건넌 다음 한참을 또 올라가야 촘롱에 도착한다. 로워 시누아까지 가려면 아직도 멀었다. 
 

트레킹 자체의 즐거움도 있으나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교감도 활발할수록 좋은 법, 우리 일행을 위해 애쓰고 있는 두 포터 블루커스와 이쏘에게 노래를 부탁했다. 블루커스가 나서서 노래를 불렀는데, 우리나라의 '아리랑'에 해당하는 전통민요인 것 같다. 귀에는 맴돌지만 흉내낼 수 없음이 답답하다. '렛섬 삐리리'였던가? 박수를 치면서 부르는 부르커스의 순수함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었다. 
 

오늘 아침부터 오르락내리락 산길을 걸어온 것이 5.3킬로 정도 됨을 알려주는 이정표, 앞으로도 오르내리기를 2.8킬로미터를 더 해야 하는데, 결코 만만치 않다. 내가 늘 오르고 내리던 비봉산 산길과는 등산의 난이도가 확연히 다르다. 족장인 창열이는 늘 그랬다. 비봉산 정도를 걸을 수 있으면 ABC 트레킹을 누구나 다 할 수 있다고. 과연? 족장은 왜 나에게 그렇게 뻥을 쳤을까?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트레킹에 참여하지 않을 것 같으니 나에게 자신감을 주기 위해서?ㅎㅎ
 

저 오른쪽에 보이는 것이 화장실인데, 설사를 만난 나를 위기에서 구해 주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크게 실수를 할 뻔했는데 적당한 시기에 내 앞에 나타나 준 것이다. 여기에서 점심식사를 해야 하는 곳인 촘롱까지 1시간 30분을 더 가야 한다.
 

저 멀리 보이는 능선에 다랑논밭이 보인다. 좀 더 당겨서 본 것이 아래 사진이다.
 

다랑논밭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우기에는 비교적 비가 많이 내리니까 저 지형을 이용해서 농사를 짓는 것이 가능하긴 하겠으나 그 생산성은 과연 어느 정도일지 잘 모르겠다.
 

트레킹 코스가 이어지는 길 바로 옆으로 산사태가 크게 난 흔적이 보인다. 경사가 급한 곳에 집중 호우가 내리면 언제든지 산사태는 일어나고 자주 이용하던 길이 갑자기 끊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니 트레킹을 즐기는 분들은 늘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된다. 
 

타다파니에서 여기 촘롱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이 얼마일까? 약 6시간 정도이다.  
 

현재 있는 곳은 촘롱, 등산을 마치고 하산할 때는 지금까지 왔던 방향과는 다르게 저 아래 지누단다까지 내려가야 한다. 
 

피곤한 다리를 쉬면서 점심 식사가 차려지기를 기다리는 시간, 간간이 비가 내리면서 몸이 으스스 추워지기 시작한다. 따스한 장작 난로라도 가까이 있으면 다가가 몸을 녹일 수 있을 테지만 그런 난로는 찾아볼 수 없다. 앞으로 들르게 될 모든 롯지에도 없다고 한다. 난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는 가이드 말에 모두들 고개를 갸우뚱했다. 손님들을 배려하는 서비스 정신이 너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불만의 표현이리라.
 

닭과 개의 공존 현장, 개는 본능적으로 조류를 보면 공격성이 발현되는 법인데 매우 사이가 좋아 보인다. 닭에 대한 적의를 품은 적이 한 번도 없는 것처럼 댕댕이의 표정이 너무도 착하고 순해 보인다. 몇 년 전 농막에서 키우던 우리집 진돗개는 툭하면 닭장에 침입해서 몇 마리씩 물어 죽인 사실이 있는데 비하면 저 개는 완전히 천사다. 

 

김치찌개, 신라면, 김치볶음밥, 백숙 등의 한식을 맛볼 수 있다고는 하지만 값이 많이 비싸다. 특히 라면값은 올라갈수록 비싸지면서 거의 우리 돈 9,000원에 육박하는 정도이고 백숙은 70,000원이란다. 네팔 사람들의 한 달 월급이 평균 20만 원 정도 된다고 하는데, 신라면 22개만 사 먹으면 월급이 다 날아갈 정도라는 게 말이 되는가? 추측건대 저 라면값은 한국 사람들에게 받는 가격일 테고 현지인들한테는 값싸게 제공되지 않을까 한다. 외국인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롯지 주인들은 한 개인이 아니라 대개 몇 명이 공동투자를 해서 운영하고 있으며 필요한 만큼의 종업원을 채용해서 주인들이 하루씩 번갈아가면서 근무하는 형태라는 말을 들었다. 성수기 때는 워낙 돈을 많이 벌기 때문에 주체하지 못할 정도의 현금을 헬리콥터를 이용해서 옮길 정도라는 소문도 들린다.
 

자, 이제 점심을 먹었으니 또 길을 나선다. 시누와까지 가야 하는 것이다. 역시 가파른 계단길을 수없이 오르내려야 하고 출렁대는 구름다리도 건너야 한다. 비를 만났으니 판초우의나 비옷을 입어야 한다. 걸으면 덥고 쉬다 보면 한기를 느껴야 하는 날씨라서 오늘같은 날씨에는 감기에 대비해서 겉옷의 입고 벗기를 잘 조절해야 한다. 
 

구름다리를 건너자마자 쉬는 공간이 있으니 또 쉬어주는 게 순리다. 적당히 쉬었다 가야 제대로 갈 수 있다.
 

계단길이 계속되는 지루하고 아득한 길, 그 먼 길을 이렇게 꾸준히 걸을 수 있는 것은 짧지만 자주 갖는 휴식에서 가능하겠다는 것을 실감한다. 
 

지친 표정들이 역력하다. 조금만 더 참으시라. 곧 도착할 테니까.^^

 

포터인 이쏘가 휴식을 취할 때마다 우리를 향해서 '테이크 어 레스트(Take a rest)'란 영어를 자주 쓴다. 비교적 영어 발음도 좋고, 영어로 의사소통을 자주 한다. 익숙지 않은 말이라 잘 들리지 않지만 천천히 말하면 알아들을 정도라서 다행이다. 이제 목적지에 거의 다 왔으니 오늘의 트레킹 휴식도 이제 마지막이다. 
 

어제 고레파니 부근에서 만난 중국인 자매들을 또 만났다. ABC트레킹을 목표로 같은 길을 걷고 있으니 반갑다. 태국이가 동생에게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다면서 영어로 친근감을 표현했다. 좀 더 날씬한 청바지의 주인공은 퉁퉁한 동생보다 7,8세가 많다고 하는데 몸이 훨씬 가벼워 보인다. 여하튼 친구들 또는 형제자매들끼리 함께하면서 뭔가를 목표로 도전해 본다는 것 자체는 참 훌륭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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