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비 갠 날의 구름과 풀꽃들

사진과 함께

by 우람별(논강) 2023. 5. 31. 09:52

본문

며칠간 비가 오거나 잔뜩 흐려서 기분마저 가라앉아 있었는데 오늘 아침의 하늘은 쾌청해서 참 좋다. 제법 많은 구름이 하늘을 가리고는 있어도 바탕 하늘이 환한 쪽빛이라 구름도 그 밝음을 가리지 못하고 더미더미 뭉쳐져 있다.

출근하기 전 1시간 가량은 농막 주변을 어슬렁거리면서 돋아난 풀이나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으면 접근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게 되는데, 나의 그런 행위가 하루의 첫일이 된 지 오래다. 소위 '풀과의 전쟁'을 치르는 것이다. 풀 자라는 속도를 이기지 못해서 포기하고 마는 풀들도 주변에 많지만, 있어서는 안 될 지점에서 자라고 있는 풀은 용서하지 않고 뽑거나 잘라 버린다. 살아있는 생명체를 기어코 없애고 마는 나의 잔인함이 그렇게 드러나는 것이 괴롭긴 하지만 어쩔수없다. 잔디 이외의 잡초들과 공생하기란 성격상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도 여행 때 보았던 벌거벗은 자이나교 승려는 걸어다니면서 혹시 미물의 생명체를 밟지나 않을까 얼마나 노심초사하던가! 그런데 나는 뻔뻔하게 잡초를 향해  수도 없이 난도질을 하고도 죄의식조차 없으니 더욱 큰일 아닌가?

아내는 열호재 옆 조그만 지점에 올해 초부터 꽃을 심기 시작했다. 어릴 적 안동 고향집에서 키우던 꽃들의 추억을 잊지 못해서이기도 할 테지만 늘그막의 정신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하는 시점에서 꽃밭 가꾸기만큼 좋은 게 없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아내는 나에게 자신의 꽃밭 가꾸기에 절대로 간섭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감히 거부할 수 없어 웬만하면 꽃에 관한 한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는다. 그냥 지켜만 볼 뿐이다. 다만 아내에게는 꽃밭에 물주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어서 물주기만큼은 아침 저녁으로 내가 한다. 이런 나의 배려심을 알기나 할까 모르겠다.
 
물을 주면서 바라보는 꽃밭은 언제나 싱그럽고 변화무쌍하다. 꽃이 피는 장면들을 관찰하게 될 때는 경이로움마저 생긴다. 주변의 새들도 포로롱 날아와 개화의 순간을 공감하는 듯 온갖 소리로 울어댄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