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버들 숲 사이로 봄바람이 웃고 있다
나무 아래 지나며 덩달아 웃는 사람들
나즈막한 의자 하나, 덩그마니 놓여 있어
고요히 앉으면 풀밭 너머 봉긋한 산
소박한 원형봉토분 진평왕릉이다
무인석, 돌사자, 호석과 난간도 없는
진평왕이 살던 시대의 서라벌
역사는 어떻게 기록하고 있을까
53년 재위 기간에 오죽할까마는
어리석은 정치 외교에 시달리다가
우린, 스스로 벼랑 끝에 서 있는 듯한데
진평왕은 어떻게 오랜 세월 견뎌 냈을지
저 왕버들 숲은 알고나 있을까?
매년 봄 왕릉 주변에 피어났을
구슬붕이, 제비꽃, 솜방망이꽃, 민들레
보랏빛 샛노랑의 은은한 향연 속에서
세상살이 다 그런 거라며 웃고 있다
생노병사 다 그런 거야 그런 거야
살아있는 오늘이 좋은 거라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