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매화중고에서 근무(1983.10.16~1987.2.28.)하던 시절, 함께했던 남주숭 선생님과 제자들(극준, 병국, 영식, 금랑, 경미)을 엊저녁 대구 반월당역 부근에 있는 행복식당에서 반갑게 만났다. 남 선생님은 당시 교무부장이셨고 존경받는 국어 선생님이셨다. 나의 국어과 8년 직속 선배님이시기도 하다. 수업시간에 만났던 제자들은 당시 고3이었고 매화종고 1회, 첫졸업생들이다.
매화 근무 시절의 제자들과 만나는 기쁨은 참으로 컸다. 40년 교단생활 중에서 학생들과 자주 만나 소통하면서 인간적인 만남이 비교적 가능했던 총각시절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세월이 많이 흐른 뒤라서 이젠 제자들도 나이를 먹었다. 나와는 7살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으니 같이 늙어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생님, 술은 잘 드시지요?”
“선생님은 옛모습 그대로셔요.“
“그 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술잔을 기울이며 주고받는, 정감어린 대화는 밤 이슥도록 계속되었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추억이야기는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제자들이 따뤄주는 막걸리 몇잔에 불콰해진 나, 그 흥겨움을 이기지 못해서 배창환 시인의 <서문시장 돼지고기 선술집>이란 시를 낭송하기도 했다. 그 시 자체가 주는 감동도 있으나 부모님의 사랑을 되짚어 보게 하는 시낭송이라서 다들 감동적이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 같았고 김극준 교수는 눈물까지 흘리며 동영상을 찍어 내게 보내 주었다.
1회 졸업생 김화선, 이영미, 2회 윤방희 등과도 전화를 통하여 반가운 목소리를 들었고 서로의 안부를 전했다. 근무 당시 만났던 여러 선생님들, 제자들을 대화 중에 자연스레 소환해서 재미있는 추억담을 나누기도 했다. 저녁 6시에 만났는데 벌써 밤 11시, 앞으로도 가끔씩 이렇게 만나 소박하게 막걸리 한잔 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말로 마무리하면서 술자리를 정리했다.^^
“남주숭 선생님, 오늘 즐거우셨죠? 저도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존경했으나 감히 범접하기조차 어려웠던 젊은 시절의 ‘선생님’이 아니라, 앞으로는 ‘형님’으로 호칭을 바꿔 부르고 싶은데 허락해 주실 거죠? 형님, 건강한 모습 그대로 오랜 세월 유지하시길 바랍니다. 저도 가끔씩 술 한잔씩은 할 수 있고 권할 수 있도록[권주] 체력 관리 잘 하겠습니다.”
접성산 등산 (0) | 2023.02.24 |
---|---|
봄기운이 완연한 날! (0) | 2023.02.22 |
기간제 교사로 1년을 (0) | 2023.02.14 |
미세먼지 아주 나쁨 (0) | 2023.02.11 |
청류회 모임 (0) | 2023.02.06 |